2018. 10. 16. 화요일의 기록
: Prolog
강릉 아트센터에 전시를 보러 다녀왔을 때, 사임당 홀 건물 외벽에 ‘클라라 주미 강 리사이틀’이라고 크게 현수막이 붙어있는 걸 보았다. 너무나도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이기에 우리 학교에서 보러 가기 힘들 것 같았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학부모님들께서 지원해주셔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공연 날짜 전에 학교에서는 곳곳에 안내 팜플렛을 붙여두었는데 International Hall 문 앞에 붙어있는 걸 슬쩍 보고 클라라 주미 강과 함께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Alessio Bax가 정말 개인적으로 너무 내 취향의 외모여서 정말 기대를 많이 했다.
: 클라라 주미 강 리사이틀
항상 공연을 보러 가면 안내 팜플렛에 적힌 프로그램 목차를 사진 찍어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곤 하는데 항상 나에게 많은 공부가 된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남자친구는 작곡가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을 보고 작곡가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추측하곤 하는데 –대체적으로 유럽 출신의 작곡가들이 많기 때문에 프랑스인인 남자친구에겐 이름을 보고 맞추는 게 더 쉬운가 보다– 나는 그 추측이 맞는지 아닌지 확실히 하기 위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곤 한다. 팜플렛 뒤쪽의 해설을 보면 ‘프랑코–벨기에 악파의 최고봉’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그냥 읽었을 땐 몰랐는데, Busoni를 제외한 모든 음악가들이 프랑스, 또는 벨기에 출신인 걸 알고 나서야 무슨 말인지 확실히 이해가 갔다.
Debussy의 작품이 가장 먼저 연주되었지만 가장 나에게 많은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Debussy하면 생각나는 것은 프랑스, 그리고 Clair de lune이다. 아주 몽환적인 분위기이고, 침대 광고에 나와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포근하고, 한 밤중에 누군가와 껴안고 단 잠을 자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작품, 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g major 역시 Debussy의 색이 짙은 곡이었다. Clair de lune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Debussy 특유의 달콤함, 그리고 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져주는 듯한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랑하는 연인이 고요한 곳에서 함께 앉아있는 듯한, 또는 어머니가 아직 어린 아이를 안고 재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Debussy는 정통 프랑스적인 느낌이 짙은 음악가라고 한다. 내가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낀 부드러운 느낌이 정통 프랑스적인 느낌이 맞다면 난 프랑스가 지금보다도 더더욱 좋아질 거다.
: Epilog
언젠가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었다. 한국인과 이탈리아인의 공통점은 어디든 모이기만 하면 노래를 부른다는 것.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리고 감성적인 것과, 때로는 수다스럽다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본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클라라 주미 강과 이탈리아인인 Alessio Bax, 감성적이고 노래하는 것, 음악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두 민족의 사람이 만나 정말 환상적이고 섬세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나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두 악기 모두 연주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악기로 감정 표현을 하는 방법은 잘 모른다. 피아노는 현악기 중 가장 감정을 표현하기 힘든 악기이고, 바이올린은 너무나 섬세해 내 스스로 감정을 어떻게 표현 해야 할지 모른다. Alessio Bax의 섬세하고, 각각의 곡이 가진 부드러운 느낌들을 살린 연주, 그리고 클라라 주미 강의 너무나 섬세하고도 그야말로 soft touch인 연주가 너무나 경이롭다. 또 이렇게 공연을 보고 나서 강하게 동기부여를 한다. 아, vibrato를 저렇게 가볍게 할 수도 있구나, 아, 활을 저렇게 부드럽게 써도 큰 소리가 나는구나. 하지만 난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하다. 열심히 하자 수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