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까지 청소를 마친 후 그날 전 저녁에 늦게 자 조금 눈을 붙였다. 점심시간
이후 약간의 노동시간을 가졌고 바로 기숙사로 올라왔다. 기숙사로 올라오자마자 가곡제에 갈 준비를 하였다. 가곡제인 만큼 나름대로의 격식 있는 옷차림을 찾아 입었디. 시간은
넉넉했기에 천천히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평일에 어딘가를 나갈 때에는 항상 다른 일까지 겹쳐 하느라
시간이 촉박했는데 이렇게 느긋하게 준비를 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소소하고 가볍게 가곡제를 다녀온
것 같다, 사실 야외 가곡제인데다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많이 오신다 하여 그렇게 큰 부담은 없었다. 차를 타면서 조용히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학교에서 내려오는 길을 즐겼다. 가곡제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많아 놀랐다. 나무들이
우거지는 사이에 놓여있는 야외공연장에서 가곡제가 열렸는데 운치 있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공연
시간이 될 때까지 우리는 공연장 옆에서 나눠주는 팝콘과 차를 먹었다. 공연 시간이 되어 곧바로 자리를
잡고 가곡제에 집중했다. 이 가곡제 중 교장 선생님과 상무님을 제외한 채 가장 인상 깊은 분을 뽑자면
상무님의 차례가 끝나고 다음 순서인 이희명 할아버지이다. ‘가고파’ 를
부르셨는데 오래된 연륜 속 추억이 노래에 새겨진 느낌이 들어 좋았다. 이희명 할아버님의 노래를 들으며
나 역시도 감성에 빠져들 수 있었고, 노래가 끝나는 동시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상무님께서
부르신 곡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라는 유명한 곡이다. 귀에
익숙하여 더 즐겁게 들었던 것 같다. 상무님이 예상보다 더 멋진 실력을 보여주셔 더
힘껏 상무님을 응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교장 선생님의 순서는 사실 상 1부의
마지막 순서였다. 교장 선생님의 실력은 말해봤자 입만 아플 정도였다.
너무나도 당당하고 멋지게 음을 뽑아내는 교장 선생님은 그 순간의 나에게 hero였다.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시는 교장 선생님은 내 마음에 용기, 그리고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나는 정말이지 내 자신이 노래를 못
부른다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많이 신경쓰기에 자신감이 많이 없는 편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큰 손짓과 몸짓으로 노래를 부르신 교장 선생님이 너무 멋있었다. 그에 교장 선생님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음악회에서도 기립 박수를 보낸 적 없던 내가 스스로 일어서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사실
몇몇 분 외에는 정말 평범한 실력, 혹은 그보다 못 한 실력을 갖고 계셨기에 그렇게 큰 감동을 안겨주거나
하는 무대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력이 있는 분 외에 다른 분들이 곡을 부르실 때
귀담아 듣지 않는 나를 보면서도 조금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도 노래를 좋아하지만 좋은 실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었을 때 별로 호응 없는 반응을 보였을 때 기분이
상하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는 데에 한심함을 느끼기도 했다. 어쩌면 잘하는 분들과 같은, 아니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했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분들이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가볍게 그분들의
노력한 시간을 깔아뭉갰다. 이는 결코 좋지 않은 행동임을 노래를 들으며 느꼈고 다시 제대로 경청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가볍게 사람들을 보는 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려 한다. 멋진 공연들이 연이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지고 가곡제를 마무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