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과 함께하는 한국 신화-2
혹자는 도수문장 또는 천지대왕이라고 불리우던 거인신이 쓰러트린 푸른색의 거신이 사실은 천지대왕의 맞수라고도 한다. 우주에서 가장 전지전능한 최고신의 자리를 놓고 두 신이 힘 겨루기를 했는데 푸른색 거신이 패하자 도망가서 힘을 비축하고 있던 중 천지대왕이 끝끝내 찾아내서 격퇴시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세상의 모든 신들이 자기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직 푸른색의 거신과 도수문장만이 자신들의 영역을 갖지 못했었다. 그러자 이 두신이 하나 남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고 그 결과 우리가 알다시피 도수문장이 승리해서 자신의 영역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영역을 최고로 만들고 싶었던 도수문장은 푸른 거신의 눈을 뽑아 태양과 달을 만들고 그의 육체를 땅으로 만들고 그의 피로 호수와 바다를 만들어서 그 어떤 신들의 영역보다 특별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 중에 진실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인지는 확실치 않다. 진실을 알아낼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우리들의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대충이라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 천지대왕은 무엇을 했던 것일까?!
그 것 역시 전해지는 이야기가 없다. 단지 세상이 조화롭게 흐를 수 있도록 천지대왕은 그저 세상을 관망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아마도 천지대왕은 풀이 자라 나무가 되고, 물고기가 자라고 땅위에 길짐승과 날짐승이 생겨나는 것을 지켜봤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만들어낸 인간들의 삶을 보며 만족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개의 태양과 두 개의 달 아래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들의 삶은 사실 생명체로서 감당키 어려웠다. 여름이면 강한 태양 탓에 땅이 굳고 강이 말라 버렸으며, 겨울에는 차가운 달 때문에 극한 추위와 차가운 바람을 견뎌야만 했다.
그러나 약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그러한 고통 역시 천지대왕이 정한 자연의 이치일 뿐인 것을.
그냥 그대로의 자연인 것이다.
자신들의 고통을 관망만 하고 있는 신에 대한 분노였을까
결국 인간들은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소한 시비 정도로 끝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폭력적으로 변해 갔고 마침내 인간만이 아닌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 위협을 가하는 자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는 수명장자였다.
수명장자는 인간들의 왕이자, 동물들의 왕이었다. 수명장자가 일어서면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힘으로 세상을 다스렸다.
천지대왕 조차 더 이상 관망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