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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케빈과 함께하는 한국신화-3

케빈과 함께하는 한국신화-3



인간들에게 있어서 수명장자의 위세는 대단했다.
그는 사나운 맹수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렸는데 그건 어떤 인간도 가져 본적이 없는 능력이었다. 수명장자는 주로 아홉 마리의 말과 아홉 마리의 소 그리고 아홉 마리의 개를 데리고 다녔다. 수명장자가 길거리에 이런 사나운 동물들과 함께 나타나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지나가던 새도 날개를 접고 숨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수근거렸다.
“수명장자는 사람이 아닐 거야.”
“왜?”
“봐봐 사람이라면 어떻게 동물들과 함께 다닐 수가 있겠어?!”
“맞아, 게다가 그냥 같이 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그 놈들을 수족처럼 부리잖아”
“그렇군 그럼 수명장자는 사람이 아니라 신인가 보네”

수명장자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인간들에게 신 또는 최소한 신과 동급인 자로 인식되었다.
수명장자는 단순한 공포의 대상만이 아니라 경외의 대상이었으며 자신들이 따라야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수명장자에게 곡식과 재물을 바쳤고, 그 밑에서 아부하는 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수명장자의 등장으로 수평적이던 인간 사회는 무너졌으며 수직적인 사회구조가 새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수명장자. 그는 최초의 독재자가 된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군림하는 자와 핍박받는 자가 생기는 법이니 사람들은 불만이 생기게 되었고, 그런 사람들은 수명장자에게는 숙청의 대상이었다. 수명장자의 명을 어기고 대항하는 자들은 그의 부하들에게 사로 잡혀 맹수들의 먹이감이 되고 말았다. 인간을 동물들의 먹이로 만들다니 그건 엄청난 충격이자 공포였다. 여태까지 그런 공포를 겪어보지 못한 인간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온갖 재물과 곡식을 수명장자에게 바쳐야만 했으며 그를 신으로 숭배해야만 했다. 인간들은 천지대왕이 만든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수명장자의 백성이자 수탈의 대상이었다.

인간들의 불만은 점점 거세어져 갔다. 동시에 수명장자의 위세도 커져가고 있었다. 천지대왕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세상의 조화를 깨지 않는 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지켜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의 원성이 너무나 커지고 있었다. 천지대왕이 무엇이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천지대왕을 움직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날, 수명장자는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숭배하는 인간들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이런 나 보다 어느 누가 위에 있겠느냐~!!! 세상에 나보다 위대한 자가 어디 있겠느냐~!!!’

수명장자는 자신이 신보다도 더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천지대왕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신보다 더 위에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더욱 잔혹해졌고 그의 부하들은 더더욱 악독해져만 갔다.

수명장자가 자신을 업신여기고, 인간들의 고통이 극에 이르자 천지대왕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수명장자를 어떻게든 처리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자 천지대왕은 즉시 수명장자의 집으로 날아갔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매서운 칼바람이 이렀다. 태양이 얼굴을 가리고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차갑고 매서운 공포가 온 세상을 휘감았다. 사람들이 무서워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동물들도 꼬리를 내리며 우리 속에서 두 눈을 감았다. 새들도 두려워 날개짓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명장자는 천지대왕이 자신을 찾아 온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수명장자는 지금이야 말로 자신이 신보다 더 위대한 자임을 증명할 때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했다. 자신이 천지대왕 보다 더 강한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는 분명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는 즉시 부하들을 불러 모으고 사나운 맹수들을 집결시켰다. 모든 힘을 총동원해 천지대왕은 한 번에 제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천지대왕이었다. 푸른색의 거신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창조한 창조신이었다. 수명장자에게는 천지대왕을 상대할 용기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다른 인간들이나 동물들은 천지대왕을 바라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아니 천지대왕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공포이자 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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