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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5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5

수명장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절대로 살려달라거나 항복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에게 질수 없다며 발악 아니 발악을 했다. 그럴수록 뱀은 더욱 강하게 수명장자의 머리를 조여갔다.

천지대왕은 왜 저자가 저토록 독하게 고통을 참아가면서 까지 자신에게 대항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맹수를 부리는 능력정도로 신에게 대항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것이었고, 이미 그 처참한 결과를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수명장자는 항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뿌드득...

수명장자의 두개골이 부서져 갔다. 붉은 두 눈은 거의 튀어 나올 정도였고 그의 이빨도 모두 부서졌다. 수명장자는 피범벅이 된 이빨을 뱉어내더니 천지대왕을 노려 보았다. 눈과 코 그리고 귀에서도 피가 흘렀다.

“나 수명장자는 인간세상의 왕이자 새로운 시대를 연 사람이다. 당신은 구시대의 인간을 창조했지만 난 신시대의 인간을 창조했고 그 인간들의 왕이다”

빠드득....

뱀은 수명장자의 머리를 더더욱 조였다.

“으으윽~~...”

수명장자의 머리가 곧 부서질 것 같았다. 하지만 수명장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심판할 수 없다. 누가 감히 나를 심판 할 수 있단 말이냐. 새로운 시대는 인간의 시대이다. 신의 시대가 아니란 말이다~!!! 인간은 인간이 심판한다. 구시대의 신은 물러가라! 지금은 인간들의 시대이고 나의 시대이다!!”

천지대왕은 생각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세상의 질서와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자신은 수명장자로 인해 인간들이 고통 받고 동물들이 인간에게 구속당하는 것이 세상의 질서와 조화를 파괴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원칙을 지키고 유지하고자 자신이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명장자의 말을 듣고 보니 최소한 인간세계에서는 나름대로의 질서가 새롭게 생겨난 것 같았다. 동물들과 인간들의 사이에서도 역시 새로운 관계가 생겨난 것 같았다.

수명장자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 만든 하늘을 보라. 저 두 개의 태양과 두 개의 달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를. 낮에는 땅이 모두 말라 갈라지고, 밤이 되면 살을 에이는 추위가 시작한다. 이런 척박한 곳에서 내가 모두에게 살길을 만들어 줬다. 인간과 동물들이 함께 사는 법을 말이다”
수명장자는 천지대왕에게 놀라운 한마디를 전했다.
“내가 만들었고 내가 시작했다. 당신이 그저 지켜만 보고 있을 때 말이다.”

수명장자의 이 한마디에 천지대왕은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인간 세계는 확실히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산과 계곡을 돌아다니며 제멋대로 살던 인간들이 아니었다. 아니 그때의 인간들은 자신이 창조했을 때의 인간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인간들은 함께 모여 살아가고 있고 동물들까지도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천지대왕은 비로소 깨달았다. 이 인간들은 자신이 축복을 내려 창조한 창조물이란 사실을 말이다. 평범한 창조물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자신이 그저 관망만 한다고 해서 세상의 질서와 조화를 유지 될 수 없었다. 자신이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야 하는 창조물이었다.

그때였다. 수명장자가 최후의 힘을 짜내며 입을 열었다.
“내 말이 들리는 자는 듣거라. 내 머리를 조이고 있는 이 뱀이 질기기가 마치 용심줄 같아 도저히 벗겨 낼 재간이 없으니 내말이 들리는 자는 어서 도끼를 가져와 내 머리를 쳐라”

수명장자는 죽음을 결심했다. 신에 손에 죽느니 인간의 손에 그리고 자신이 결단으로 죽겠다고 말이다. 수명장자는 끝까지 신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수명장자를 바라보던 천지대왕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수명장자의 머리를 감싸고 있던 뱀이 머리에서 내려왔다. 수명장자는 인간의 왕이니 오직 인간만이 저 자를 심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신의 시대가 아니다. 인간의 시대이다. 저 수명장자를 심판 할 수 있는 것도 역시 인간이다. 창조주인 천지대왕에게도 변화를 요구하는 그런 시대인 것이다.

이렇게 절대자의 시대는 끝이 났다.
제목 등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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