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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기억1-어느 밤 풍경

기억 1 - 어느 밤 풍경

잿빛 땅거미가 스믈대며
산등성이 너머로 상여질을 했지
해는 붉은 피를 토해내며
기어이 묻혀져 갔어

뱀처럼 굽은 길은
싸늘한 어둠 속을 흰 서리로 피어 오르다
별들이 흐느끼는 하늘 너머로
아스라히 사라져 갔지

그 위를 초조하게 떠돌던 것은
한겨울 무싯날의 시골장터에서
삭풍으로 홀연해진 담배연기처럼
갈 곳을 잃는 설움들뿐이었어

뚜껑 잃은 소주병은
아픔으로 서걱대던 발걸음마다에
철없는 대답을 꼬박꼬박 해 가며
주름진 손아귀에서 찰랑댔지

밤은 손금 같이 비틀대며
가슴으로 미어져 오는
길, 설움, 소주병을
하나 하나 품어야만 했었어

뭉뭉한 고독들이 안개처럼 번지는
희미한 풍경의 문을 열고
무시로 기억의 뜰을 찾아 오는
아! 그 밤, 그 어둠 속에서…



오래 전....
슬픔이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퍼득거릴 때면...
가로등 없는 시골 밤 길을 걸었더랬습니다.
희뿌연 색으로 뱀처럼 굽이치며 멀리 어둠에 묻혀가던 시골의 비포장 도로는
발길에 채이는 돌멩이들과 손에 쥐어진 소주병에서 찰랑이는 소주들...
그 묘한 조합으로 가슴을 후비더랬습니다...

올해는 겨울같은 겨울입니다.
추울 만큼 춥고... 눈도 자주 오네요...

창밖으로 내리는 눈이....
아스라한 그 기억들을 내어 놓으라고...
채근합니다.

그래서 한 수 적어 봅니다.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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