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때문에 토요일에 보충을 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서점에서 책을 한번 둘러 보고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렸지요..
대형서점은 아니지만 나름 알찬 책들이 있는 서점이었습니다. 몇권 집어 들고나와 천천히 걸어가면서 책을 봤습니다. 그런데 어둡고 사람들이 많아 좀 보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근처 공원에 가서 밝은 조명 아래에서 폼좀 잡아 보려고 갔습니다. 그랬더니 번치마다 술냄새가 심해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걸어갔지요. 한참을 듣고 가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중학생이었습니다.
"쌤 지금 어디세요?"
"어~ 여기? 글쎄...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태산 아파트 앞이죠?"
고개를 들어 보니 아파트에 태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더군요...
"어 그러네..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하하하 버스에서 봤어요..."
"아하 그래? 그렇구나...신기하네...그래 그럼 잘가"
"잘가라니요? 버스에서 지금 쌤 보고 버스에서 내렸거든요!! 지금 다른 애들도 있어요..."
"헐...어쩌라구?"
"저녁 사주세요~!!!"
"아니 이 시간까지 저녁도 안 먹고 뭐했어?"
"음악학원가서 드럼치다 왔어요~!"
"그러면 빨리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어야지"
"아~~~ 싫어요 쌤이 사주세요..."
"내 참....알았어 기다려.."
이렇게 해서 갑작스럽게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라면 먹으라고 우겼지만 돈까스에 오므라이스를 먹는 군요...
저에게 전화를 한 아이가 갑자기 저에게 묻습니다.
"쌤...저 어떻해요?"
"뭘~?"
"고등학교 말이에요...못가면 어떻해요?"
이 아이는 작년에 학원을 그만두고 현재 학교공부는 완전히 손을 놓고 열심히 놀기만 하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지금이라도 공부하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그런데 공부가 하기 싫다니깐요?!"
"아니 공부가 하기 싫은 사람이 고등학교는 왜 갈려고 해.."
"그래도 고등학교는 가야죠?!"
"어차피 가도 안 할건데 뭐하러가...가지마"
"저 아빠한테 죽어요~!!"
"아빠한테 죽을까봐 그게 걱정되는 거니? 아니면 고등학교를 못가는게 걱정되는 거니?"
"둘 다요..."
"그럼 고등학교만 들어가면 아빠한테 죽을 일도 없고, 고등학교를 가게되었으니 걱정거리가 없네..."
"그러니깐요. 어떻게 고등학교를 가요?"
"하하...이제는 좀 걱정이 되니?"
"걱정 되죠...이제 일년밖에 안 남았었는데요..."
"히히...그동안 실컷 놀았으니 이제 열공 좀 하겠네..."
"싫지만 해야죠...그런데요...~~"
"뭐가...??"
"어떻게 공부하면 되죠?"
이런식으로 아이의 질문은 계속 되었습니다....하지만 내용의 주는 공부를 어떻게 하면 되느냐 였습니다. 이런 질문의 정체는 공부는 열심히 안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느냐입니다.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좋은데....또 말은 그렇게 한느데,,,그 '열심히'가 제가 알고 바라는 '열심히'라는 정의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의 대답은 매우 무책임한 것이었습니다.
"요즘 고민 많이되지?! 그렇게 계속 고민해봐...스스로 마음을 정해 질 때까지..."
버스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동전 몇개 주고 버스태워 보냈습니다.
지금 창밖에는 비가 오는데 이 비가 그치면 추워진다고 하네요...지금 그 아이가 어떻게 하고 있을지 마음이 저려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