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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추억거리 몇몇...

뉴질랜드에 있었을 때 였습니다....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위해 이것 저것 파트타임으로 알바를 하고 있었죠..
오전에는 키위식당에서 일하고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인터넷카페에서 일을 했습니다. 하루에 기본적으로 5대 이상의 컴퓨터를 포맷하고 다시 설치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CD만 넣으면 알아서 자동으로 포맷을 하지만 그때는 윈도우 98이라서 하나 하나 지정해 주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포맷을 하고 다시 설치하는데 3시간 이상이 걸렸지요. 한국은 이미 윈도우 XP가 널리 사용되고 있었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여전히 윈도우 98이었습니다. 저녁 8시가 넘으면 컴퓨터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눈과 머리가 어질 어질 했었지요.. 가끔은 토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카페가 한국과는 달리 모든 것이 수동이고 손님이 오면 펜으로 몇시에 들어왔고 몇시까지 했는지를 적어서 하나하나 계산해야 했었습니다. 게다가 컴맹들이 많아 화면을 쳐다보면서 이메일을 찾고 있다는 분들도 많았고 편지를 가지고 와서는 자기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달라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음악이나 사진들을 CD로 구워 달라는 분들도 참 많았지요...이메일 만드는 법을 몰라 하루에 몇개씩 이메일을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야후나 핫메일등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ID를 만들기가 참 힘듭니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까다롭게 굴어 화가 난 적도 많았지요..'빌어먹을...pc방 알바가 이메일까지 만들어 줘야 하나...'하는 생각을 매일 했었지요..하루에도 컴퓨터는 몇대씩 망가지고 분명히 프린터를 눌러 몇십장씩 출력을 해 놓고는 자기는 누른 적이 없다고 우기는 사람도 많았지요..화가 나서 싸울때는 정말 영어가 입에서 술술 나오더군요...^_^*

어떤 러시아 아가씨는 취업원서를 보내야 하는데 마감 10분전이라고 사정을 해서 이메일을 만들어 주고 첨부파일로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영어가 저보다도 부족해서 오타난 것을 고쳐주고 잘못된 표현을 고쳐주고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고쳐주는 저를 보며 누구냐고 묻던 얼굴이 기억 나네요...

그곳에서 별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온 분은 왜 컴퓨터에 이탈리아어가 없냐고 따지기도 하셨구 중국분은 중국어 키보드 달라고 조르는 분도 있었습니다.

매일 오후 6시에 오는 분은 오자마자 음식을 시켜 달라는 분도 있었고 올때마다 자기 이어폰이 안들린다고 화를 내는 분도 있었지요..대부분 이어폰을 엉뚱한데 끼워서 안들리는 건데 매일 화를내시더군요. 참다못해 이어폰을 제대로 끼우라고 하면 자기는 늘 잘 끼웠다고 하더군요...잘못 인정안하는 걸 보면 인간이 맞긴 맞는 것 같더군요..

키보드를 주먹으로 꽝꽝치면서 게임을 하는 중독자도 있었고, 마약을 하고는 pc방에 와서 누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고 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 한국에서 온 분도 생각납니다. 검찰청에 계신 분이었는데...자신은 말을 안하려고 하는 사람을 말하게 하고 (감옥에) 안가려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고충을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저와 크게 다를바 없네요. (공부를) 안하려고 하는 사람을 하게 만들고, (수업을) 안 들으려는 사람을 듣게 만들어야 하고, (숙제를) 안하려는 사람을 하게 만들어야 하니깐요...ㅎㅎㅎ

호주에서 사기치고 뉴질랜드로 도망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꽤 큰 유학원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갈곳이 없으니 제 방에서 잠만 자게 해달라고 졸랐는데 한마디로 거절했지요...나중에 들으니 알바하는 곳에서 사장의 가방과 지갑을 들고 어딘가로 도망갔다고 하더군요....왜 그 돈 몇푼 가지고 평생을 도망다니는 짓을 하는지..지금이나 그때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IELTS시험을 준비한다는 한 학생은 공부는 안 하고 매일 pc방에 와서 게임만 하더군요..그런 학생이 몇몇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올때마다 가르쳐주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특히 쓰기를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쓰기를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두가지였습니다.

첫째, 논리가 부족했습니다. 과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듣는 저로서는 지금 이 학생이 사과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포도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적이 많은데 자신만 알고 듣는 사람은 지금 무슨이야기를 하는지를 모르게 말을 하니 쓰기가 될리가 없지요. 그런데 더욱 답답한 것은 자신이 아직 단어가 부족하고 문법이 부족하다는 생각만 한다는 것이지요.
둘째로는 학생들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봐라라고 말을 하면 지구 온난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당연히 쓸 수가 없겠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을 가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쓰라고 하면 일단 아는 것이 없으니 학생들이 당황을 하고 그리고 어떤 결론을 내려야 좋은 점수를 받는지 걱정을 합니다. 답답해서 "생각을 해보자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을 가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고 다른 나라로 배낭여행을 떠났을때 얻는 장점도 있다 그것을 생각해 보고 글을 시작해라..."라고 말을 하면 학생들은 울상이 됩니다.
그리고 정답을 뭐라고 해야 하는지를 걱정을 하지요. 그래서 "야이 바보야 정답이 어디있어! 그냥 니 생각을 적으면 되는 거지"라고 말을 하면 "그래도 뭔가 답이 있을거 아니에요~"라고 말을 하던지 아니면 저보고 "참 답답하네요"라고 말을 하더군요..

아마 이런 경험이 지금 제가 비스마트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또 한번은 비자 신청을 오늘까지 해야하는데 이미 시간이 지났다며 난리치며 울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감은 3시까지인데 3시 30분이면 우편물을 수거하러 나오니 그때 건네주면 된다고 하자 울음을 멈추고 뛰어 나가더군요. 그러더니 한참후에 진짜로 3시30분에 우편물 수거하러 나와서 비자서류를 건네주었다고 좋아하더군요...그 사람도 저에게 누구냐고 물었었습니다...그래서 제가 '강호에 숨은 고수입니다'라고 장난을 쳤던 적도 있었지요..ㅋㅋㅋ

글이 길어졌네요...
내일은 전문강사교육이 있는 날입니다... 오늘 못다한 이야기...더 듣고 싶으신 분들은 내일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 들려드리겠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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