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avigate_next  열린 강의  navigate_next  선생님 편지

선생님 편지

 

나지 않는 곳에서 취하려 한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오직 헛된 것만으로 가득 차있다. 라는 말...
무수히 듣고 또 듣고 삽니다. 그런데... 그건 그냥 격언이나 종교적 외침으로서의 의미만 있을 뿐 실제로 이 세상이 헛된 것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 보면... 오직 헛된 욕망만이 판을 칩니다.
너무도 간단히 이룰 수 있는 일도 절대로 이룰 수 없는 방법으로 해야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괴상한 일은 모든 경우에 발생합니다.

오르세 미술관전에 가는 엄마들은 아이에게 그 그림을 보여주러 갑니다.
삶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면 별로 머리가 좋지 않은 어른들도 이해할 수 있지만 천재적인 초등학생은 이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그렇게 데리고 간 그 초등학교 아이가 고흐의 그림을 이해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런데, 엄마들은 아이를 잘 키우고자 데리고 가는 것일 뿐 자신이 그림을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신은 안 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해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식은 하라고 강요합니다.

초등학교의 공개수업에서... 엄마들은 자기 자식이 선생님의 질문에 손조차 들지 않는 것에 대해 너무나 답답해 합니다. 어떤 엄마는 참다 못해 자기 아이의 옆으로 다가가서 손을 들으라고 쿡쿡 찌르기 조차 합니다.

"여러분, 놀이터에서는 무엇을 하지요?" 라고 선생님이 묻습니다.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대답합니다. "놀아요."
또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대답합니다. "나무하구 꽃이요."
또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대답합니다. "저는 어제 갔어요."

손을 들지 않는 다른 아이들의 엄마들은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한 아이마저도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수업 중에 아이와 엄마가 티격태격합니다.
"너도 손 좀 들어 봐."
"왜 그래? ~ 씨 ~"

그걸 관전하는 저는 입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그 자리에 그 대답하지 않는 어린이 대신 그 엄마를 앉혀 놓아도 자신도 아무 말 할 것이 없는데.. . 왜 자기 어린 자식은 말 할 것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할까요?

공개수업이 끝나고 엄마들이 모여 앉아서 이야기 합니다.
"영준엄마? 오늘 영준이는 손 몇 번 들었어?"
"아주 속 상해 미치겠어요. 우리 진우는 한 번도 안 들었어. 애가 왜 그러지? 틀리더라도 일단 손을 들어 봐야 하는거 잖아요."

결국, 손을 몇 번 들었는가가 중요해져 버린 세상...

그 엄마들을 모아 놓고 영어 수업을 합니다.

"자! 오늘은 먼저 '눈'에 대해 말해 봅시다... 먼저 궁금한 것이나, 아무 질문이라도 좋으니 한 번 '눈'에 대해 물어 보셔도 되고.. 아니면, 아무 기억이라도 좋으니 말 해 보세요,"
"...."
"자! 좀 더 구체적으로 눈이 하는 일에 대해서 말해 볼까요? 눈은 어떤 일을 하지요?"
"...."
"자! 지금까지 살면서 눈이 아파 보았다거나, 눈병이 나 본 사람 없어요?"
"...."
"요기 맨 앞에 앉으신 XXX어머니. 지금까지 한 번도 눈 병이 나 본 적 없어요?"
"...."
"XXX어머니, 한 마디도 하실 말씀이 없어요?"
"히~~~"
"그러지 마시고, 어떻게든 우리 서로 대화를 해야 수업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대화를 거부하지 마시고... 자.. 우리 눈이 하는 일이 예를 들어서 '보는 일'을 한다거나, 눈물을 흘리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아요? 그런 예를 들어 봅시다. 우리 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

결국 제가 이런 저런 예를 들어서 시간을 끝냈습니다.
그 XXX어머니는 젊은 주부인데... 그 다음 시간부터 수업에 나오지 않습니다. 며칠후에 다른 사람으로 부터 전해 들은 말이 있습니다.

"내가, 배우러 갔지... 내가 말하려고 갔나요? 내가 말 할거 같으면 혼자 하지.. 내가 왜 거기가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해요?"

문법에 맞게 이야기 하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제발 여러분은 책을 읽어서...
스스로를 속이고 세상을 속이고 있는데... 스스로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인식을 갖게되는 그 정신적 구조부터 고칠 가능성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침잠하여 책을 읽으시길 바라면서....

ernest
제목 등록일
교실붕괴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2011-07-08
혹시... 필요한 분은 보세요... 2011-07-06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 2011-07-04
7월 4일의 역사 2011-07-04
1983년 6월 30일 2011-06-30
한국 홈스쿨링 학부모 연대를 제창하며... 2011-06-29
기말시험이라는 폭력.. 그 가공한 위력을 보며... 2011-06-29
참으로 묘한 것 2011-06-28
If you are... 2011-06-28
오랫만이네요 2011-06-28
나지 않는 곳에서 취하려 한다... 2011-06-24
비가 오네요... 그리고 wash down 2011-06-22
필수 암기-1(전문강사용) 2011-06-18
ㅎㅎㅎ 2011-06-18
추억거리 몇몇... 201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