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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기말시험이라는 폭력.. 그 가공한 위력을 보며...

까페에는 요즈음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이 옵니다. 고등학생들이 프린트물을 한 아름이나 들고 들어 옵니다. 이걸 언제 다 외우냐고 고민합니다. 저에게 물어 봅니다.
"이게 무슨 뜻이여요?"
종이에 보니 "RNA 우선가설"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거기에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생명체는 세포가 (      )를 하며, (    )을 한다."
이 기가 막히도록 어려운 문제의 답이 (자기복제)와 (화학반응)이랍니다. 아무리 외워도 안 외워진답니다. 제가 설명해 주었습니다.
"세포의 자기복제는 너희가 이미 중학교 때 세포분열이라는 말로 배운거야.. 하나의 세포가 두 개의 세포가 되지? 그렇게 늘어나야 사람이 키도 크고, 살아 있는거야... 자기 복제를 못 하면 무생물이 되는거야... 그건 그냥 외우는게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거야.... 너희는 키가 크는 것이 세포가 늘어나지도 않고 커진다고 생각하니?

그 다음 그걸 화학적으로 보면 화학반응이야... 우리가 숨을 쉬는 것도 화학반응이고, 밥을 먹는 것도 확학적으로는 화학반응이야.. 너희가 화를 내면 뇌에서 스트레스 물질이 나온단다. 그게 화학반응 아니니? 살아있다는 것은 한 시도 화학반응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야.. 하다 못해 무생물인 돌도 비가 오면 그 비를 맞으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데... 도대체 그걸 왜 외워야 하니?

너무나 당연한 걸 2개만 외우려 해도 안 외워지지? 그런데 생명체의 특징을 선생님은 그것 이외에도 몇 만개를 더 아는데... 너희도 이미 마찬가지로 알고 있는 것이란다.. 그런데 그걸 외우려고 하는 순간 이미 다 아는 것인데 모른다는 착각이 들고...

정말 그렇게 계속 외워 나가면... 정말로.. 나중에는 너무나 당연히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다 모르게 된단다..... 정말 바보가 되지... 왜 그걸 외우니?

"이걸 안 외우면 시험 점수를 맞을 수가 없잖아요?"
"아니야... 그걸 안 외워야 100점 맞을 수 있어... 너 자신만 믿으면 그건 그냥 맞추어 지는 거란다..."
".... 우리는 선생님 처럼 머리가 좋지 않아서..."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그건 그냥 생각만 하면 그냥 나오는 것이야...."
"..."
더 이상 대화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중학생들은 서양화는 명암과 원근법, 동양화는 묵의 농담과 여백... 이라는 식으로 외웁니다. 그렇게 적힌 책을 보니 옆에 동양화와 서양화가 샘플로 나오는데.. 호랑이가 얼굴은 밝고 뒷 다리 부분은 어둡습니다. 그리고 뒤에 산이 하나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제가 묻습니다.

"여기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 동양화에도 명암이 있는데.... 왜 서양화에만 명암이 있다고 외우니?"
"예?"
"서양화는 명암과 원근법이라며? 그런데 동양화에도 명암과 원근법이 있네? 여기?"
"예?"
"여기 호랑이가 얼굴은 밝고 뒷 다리는 어둡잖아? 그리고 뒤에 있는 산은 멀리 있으니까 작게 그렸잖아... 그렇지? 그러니 동양화에도 명암과 원근법이 있네 그렇지?"
"그런데요?"
"그런데요?라니...."
"..."
"여기 니 눈으로 안 보이니? 보이지?"
"..."

그 아이들이 또 외웁니다. "간딘스키는 차가운 추상이고 몬드리안은 따뜻한 추상이야
제가 질문합니다. "간딘스키가 누구니?"
"...."
"몬드리안은 누구야?"
"몰라요."
"그들이 그린 그림을 하나라도 본게 있니?"
"아니요? 그걸 왜 봐요?"
이번에는 제가 침묵하게 됩니다.

한 숨을 쉬며 돌아 서는데... 그 학생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야! 어차피 그냥 외워야되... 그래야 점수가 나와..."

그 말을 등 뒤로 들으면서 저는 울컥하여서... 그만 눈물이 배어 올라 왔습니다.
저 순수한 영혼들을 저렇게 더럽히는 자들이... 매일 하는 말이 교실붕괴라는 둥...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진 세상이라는 둥....

세상을 망가뜨리는 선봉에 선 자들이 매일 외치는 것이 혁신교육입니다.

그 지옥 속에서 스스로 빠져 나오고자 하는 순수한 영혼들의 외침이 이제 이 땅을 메우고도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들은 사회체제가 보호하는 억센 손아귀로 아이들의 영혼을 무참히도 유린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아이들의 책임으로 간단하게 돌립니다.

이 땅의 신문들은 이걸 특집으로 실어 줍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망가진 어린 영혼들의 피 맺힌 절규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그들을 마구 욕합니다.

아! 가슴이 메어집니다.
아! 가슴이 메어집니다.

진정 이 땅의 스승들은 모두 죽어없어졌습니까?
왜 이 세상은 이 괴물들의 외침과 만행으로만 가득차 있습니까?

왜 여러분은 그 누구도 이 전쟁보다 처참한 현실을 모두 외면하고 있습니까?
아니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가해자들 중 하나가 되기를 그토록 갈망하고 있습니까?

제발... 오늘도... 책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단 한 순간만이라도 가져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참으로 슬프고... 슬프고.. 슬픕니다
저 미친 짓들을 왜 부모가.. 스승이 앞장서서 해야 하는지.... 그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내 가슴은 이렇게 찢어져 가는데... 왜 그들의 친부모와 스승들은 아이들을 망쳐놓아야만 기뻐진단 말입니까?

너무도 참담한 날 오후에...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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