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2세에게는 아들이 넷이나 있었습니다. 원래 다섯인데 둘째가 일찍 죽었지요. 왕에게 아들이 많다는 것은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왕권을 강화하는데 효율적입니다만 자칫하면 왕위쟁탈전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서열을 미리 미리 확정시키기 위해 장자상속이 있는 것이고 세자를 빨리 정하는 것이지요.
헨리2세도 이런 점에서는 잘 처리했습니다. 맏아들을 자신의 공동 통치자로 선정하고 다른 아들들에게 영지를 주어 미래에 발생한 분란을 막으려고 한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일어납니다.
큰아들 헨리를 자신의 공동통치자로 임명한 것은 좋은데 헨리2세 자신이 실권을 쥐고 내놓지 않으니 큰아들 헨리는 왕이지만 뭐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그런 왕이었습니다. 바로 허수아비왕인 셈이지요. 그러니 시간이 지날 수록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그러던 중 막내 아들 존의 영지를 마련하기 위해 둘째 아들 제프리의 영지를 막내 존에게 주려고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땅은 매우 중요합니다. 제프리가 자신은 땅을 고스란히 존에게 줄리가 없지요. 당연히 제프리는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또한 세째 아들인 리처드도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게 되지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어머니인 엘레오노르보의 사주가 있었습니다. 남편인 헨리가 자신에게 더 이상 관심을 안 보이자 아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것이지요. 언급했듯이 엘레오노르보는 이미 전 남편인 프랑스의 루이 7세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지요. 아마 그때 입은 상처가 컸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잉글랜드와 노르망디 지역에서 스코틀랜드의 왕 월리엄과 프랑스의 루이7세의 지원을 받은 봉건 영주들과 아들들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헨리2세는 당황하지않고 즉각적으로 반란에 대응하여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지역의 반란을 진압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1174년 7월 12일에 캔터베리에서 이 모든 사태는 자신의 부족함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참회합니다. 이 때문인지 다음날 스코틀랜드의 왕이 붙잡히고 잉글랜드의 반란은 3주만에 끝이 났습니다.
헨리는 자신의 아내를 평생 감금이라는 극약처방을 내 놓았습니다. 하지만 아들들은 모두 사면을 해 주었지요. 리처드는 이때부터 아버지에게 대항하지 않고 자신의 영지인 아키텐을 잘 지키며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난 반란만을 진압하는데 몰두하였습니다.
그런데 리처드는 통치에는 영 재주가 없었습니다. 워낙 성질이 나쁘다보니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고 결국 아키텐의 서쪽 끝에 있는 가스코뉴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지요. 그런데 이 반란에 형인 헨리와 제프리가 끼어들었습니다. 그들은 리처드를 도우려고 끼어든 것이 아니라 반란군 편에 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위기를 느낀 것은 리처드 뿐만 아니었습니다. 바로 헨리2세가 큰 위기를 느낀 것입니다. 자신의 왕국이 붕괴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영주들을 동원해 리처드를 돕게 합니다.
아들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무마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 붙어 함께 아들들과 싸움을 하니 이제 완전히 콩가루 집안이 된 것이지요...하지만 이 반란은 장남인 헨리가 갑작스럽게 죽으면서 끝이 나지요. 그리고 제프리 또한 사고로 죽습니다. 그래서 싸움은 끝나고 리처드는 잉글랜드와 노르망디 그리고 아키텐(앙주)의 후계자가 되었지요. 좋아서 실실 웃는 리처드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깐 막내 존이 아키텐을 자신에게 달라고 싸움을 걸었습니다. 리처드로서는 아키텐을 달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그곳에서 자란 곳이기 때문이지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영지를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도 형제끼리 상속받은 땅을 서로 차지하려고 날뛰는데 그때는 더 했지요. 그래서 못된 막내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헨리2세가 리처드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막내 존의 편을 들었습니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아버지가 존을 돕다니....
화가 난 리처드는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땅을 걸고 루이7세를 이은 프랑스의 젊은 왕 필립에게 충성 서약을 하면서 동맹을 맺고 아버지에게 대항합니다.
싸움은 연로한 헨리보다 젊은 리처드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습니다. 막판에 리처드가 계속 유리해지자 막내인 존이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고 리처드 편에 붙습니다.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있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형인 리처드와 손을 잡은 것이지요.
한편 사랑하는 막내 아들 존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헨리2세...
이건 헨리2세에게 결정타였습니다. 헨리2세에게 크나큰 충격을 준 것이지요...
불쌍한 헨리 2세, 플랜테저넷 왕조를 세운 헨리2세는 이로인해 1189년 사망합니다. 그리고 리처드는 같은해인 1189년 9월 30일에 왕관을 쓰지요..
왕관을 쓰는 순간 리처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그냥 기뻐 날뛰었을까요? 아니면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 했을까요? 그리고 형인 리처드가 왕관을 쓰는 순간 존은 또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자신이 그 왕관을 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막내 아들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헨리2세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죽음을 맞이했을까요..
유럽 최고의 부자로 플랜테저넷 왕조를 열고 화려한 삶을 살던 헨리2세이지만 그의 끝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삶...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이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사자왕 리처드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