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베끄를 가면서 몇몇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안종현(고1) 종혁(중2) 종훈(초6)의 3남매, 그리고 박수환(고1)은 소장님을 만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도 왠지 무서울 것 같다고 하면서 따라왔습니다. 따라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더 있었는데 못가서 많이 안타까워하더군요. 저한테 수시로 문자가 왔습니다.
아베끄가 북카페이니깐 읽을 책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전부 빈손으로 오더군요.
게다가 약속장소를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데 가 있다던지 만나는 시간을 몇번이나 말을 했는데 다른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는 등 우여곡절 끝에 출발했지요.
오산에 도착하니 날씨가 아주 맑았습니다. 아베끄에 가는 길에 커다란 영화관이 있더군요. 아이들이 이따 오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우 다정하게 "싫어!"라고 대답해 주고는 서둘러 아베끄로 향했지요..ㅎㅎ
소장님이 아주 반갑께 맞아주셨습니다. 소장님의 환대에 아이들이 놀란듯...이것 저것 물어보시는 소장님의 포스에 눌려 대답을 못하더군요...이어지는 소장님의 강의에 답도 못하고 수업시간에 제가 한 이야기는 머리속에 하나도 없는지 그저 멍때리고 있더군요...그러다가 나이가 가장 어린 종훈이가 가장 빨리 소장님에게 익숙해졌는지 대답도 하고 질문도 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역시 나이가 어린티가 났습니다...
곧이어 아이들은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세계지명을 맞추는 게임이었는데 세계지도를 보며 열심히 찾더군요. 그리고 장기도 두고 오목도 하고 또 이름 모르는 몇가지 게임을 했습니다. 게임을 할 때에 소장님이 이 게임이 어떤 원리인지 생각해 보라는 말에 이런 저런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 중에서 잘 이해가 안가는 것이 있으면 이번기회에 소장님께 질문하자고 했는데 고1인 종현이가 화학2가 너무 어렵다고 했습니다.
"화학2? 고1이 무슨 화학2야 ?"
"학교에서 그냥 시키는데...문제집하고 복사물을 매일 줘요~"
"교과서는 ?"
"교과서 가지고는 안해요"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이 고1들은 가르치지 않아 고1이 화학2를 배운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물리, 생물, 지구과학도 전부 2를 하고 있답니다.
사실 화학1이나 2나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면 뭐 할말은 없지만 뭔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지더군요..화학2에는 양자역학이 살짝 들어가 있는데 그걸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단 문제풀기에는 가능하지요. 문제도 예를들면 원자개념의 발달이나 리더퍼드 원자개념의 중요성등은 시험에서 안 나오고 그저 계산문제만 열심히 나온다고 하니 아이들이 힘들지요...
씁쓸한 마음이 들었을때 소장님이 선물을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오산시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 몇몇군데 있는데 그곳을 소장님이 가자고 하신 것입니다.
이게 웬 횡재...
소장님이 추천하신 곳 중에서 독산성 세마대를 가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찾아 임진왜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 아이는 중학교 교과서에 나온 임진왜란을 찾아 읽었는데 교과서에 나온 임진왜란은 한장 반정도의 분량이더군요..
"이게 뭐야...세마대는 한마디도 안나오고 임진왜란도 달랑 요거야"
아이의 이 한마디에 제가 왜 당황을 해야 하는지...뭔지모를 분노와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소장님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한동안 소장님의 강의를 듣고 허기를 느낀 아이들은 김부장님이 해 주신 늦은 점심을 먹은 후에 소장님과 독산성 세마대에 갔습니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 높은 곳에 돌로 쌓아올린 성이 있다는 것에 과연 어떻게 지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힘들었을까...또 거의 절벽과 다름없는 곳이지만 강한 적군을 내려다보는 군인들을 얼마나 두려웠을까...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마대를 둘러보는 내내 소장님은 멈추지 않고 이것 저것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세마대뿐만 아니라 갖가지 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시고 절에 가니 종이 있었는데 그 종에 대한 설명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설명을 해주시다 못해 산에서 들려오는 어떤 동물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것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단공목인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쥐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세마대를 마치고 소장님이 오산역까지 태워주셨습니다...정말 영광이죠...아이들은 좋다고 계속 웃고 즐거워 했습니다. 힘드냐는 질문에 "전혀요~"라고 하더군요..
소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기전에 배고프다고 해서 음료수와 토스트 한쪽씩 사주고 저는 굶었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힘들지 않다는 말이 무색하게 전부 잠이 들었습니다. 간간히 코고는 소리도 들려오고...
다음에 또 언제가요?라는 말에 흠짓 놀라기도 했지만 또 가고싶다면 못갈 이유야 없지요..
소장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