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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명문대 제적 당한 '리터니'... "韓 학벌주의의 비극"
쿠퍼티노·어바인=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쿠퍼티노·어바인=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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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와 처조카들에게 제기된 ‘편법 스펙 쌓기’ 의혹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일보 조소진·이정원 기자는 ‘아이비 캐슬’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논란의 진원지인 미국 쿠퍼티노와 어바인을 찾아갔다.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제주도와 송도, 미국 대입 컨설팅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압구정동도 집중 취재했다.
6년 전 여름, 중년 여성이 창백한 얼굴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유학 컨설팅기관인 미래교육연구소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중년 여성의 딸은 미국 동부의 명문대로 꼽히는 애머스트대에 들어갔지만, 평균 학점(GPA)이 두 번 연속 2.0 밑으로 떨어져 제적 처분을 받았다. 딸은 장기간 쌓인 스트레스로 6개월째 보스턴 모텔 방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사연을 들은 이강렬(68) 미래교육연구소장은 "아이를 빨리 한국에 데려와 정신과 치료부터 받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여성은 난색을 표했다. 딸이 유학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탓이다. 이 소장은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재입학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이혼 후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쳐온 여성은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결국 "귀국하지 않고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 소장을 향해 여성은 "오늘 내가 집에 가서 죽으면 모두 박사님 때문인 줄 알라"는 말을 남기고 사무실을 떠났다.
"한국인 중도탈락 유독 높아"... 졸업 때까지 숨기기도
재미교포 김승기씨가 2008년 발표한 컬럼비아대 박사논문 '한인 명문대생 연구'는 한인 유학생들의 명문대 중도탈락 문제를 처음으로 국내에 환기시켰다. 김씨는 논문에서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유명 사립대)의 한인 유학생 중퇴율이 44%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큰 파장을 불렀다. 이 소장은 이와 관련해 "컨설팅 기관을 운영한 지 20년 됐지만, 지금도 매년 15~20명의 학생이 제적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온다"며 "중도탈락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본래 '리터니(Returnee)'는 외국에서 본국으로 돌아온 이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유학업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적당해 한국으로 귀국하는 학생'의 의미로 통한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역에서 10년째 컨설팅업체를 운영 중인 재미교포 강모(49)씨는 "한국 유학생들은 입학 전에는 물론이고 대학 재학 중에도 수업을 못 따라가 (컨설팅) 학원을 찾는다"며 "대학생이 된 뒤에도 과목별 과외를 받는 경우는 한국인이 유일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제적당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명문 주립대인 UC 버클리는 2013년 내부 보고서에서 한국 유학생들의 정학·제적 비율이 유독 높다는 점을 별도로 명시했다. UC 버클리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인 편입생의 정학 비율(18%)은 중국인 편입생(8%)보다 현저히 높고, 신입생 정학 비율(4%)도 중국 유학생의 두 배"라고 밝혔다.
제적당한 학생이 가족에게 이를 숨기는 일도 비일비재히다. 부적응과 일탈을 가족에게 알리는 것을 '불효'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UC 버클리에서 제적당한 학생이 2년간 한국에서 보내 주는 생활비를 쓰다가, 졸업식 날 부모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울면서 실토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학 간판' 급한 부모와 '유학원 상술'의 합작
20년째 유학 컨설팅 기관을 운영 중인 이 소장은 리터니 문제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학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일단 미국 2년제 대학(CC)에 들어간 뒤 인근 명문대에 편입하면 된다고 종용하는 유학원의 상술을 최악으로 꼽았다. 이 소장은 "CC에서 편입한 학생들의 중도탈락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처음부터 유학을 준비해온 학생이라면 모를까, 영어도 안 되는 아이들이 국내 입시를 망쳤다고 무작정 해외로 떠나는 건 학벌주의의 비극"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랫동안 유학업계에 몸담은 전문가들은 '학벌'과 '사회적 지위'를 물물교환 대상으로 바라보는 한국인의 사고 방식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미국 현지에서 '가디언십(유학생 후견인 프로그램)'을 통해 25년간 상류층 자제들의 유학생활을 밀착 관리해온 강영실 윙크이앤알 대표는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한국인의 허위의식을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에도 유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학생을 한국으로 급히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반드시 공부를 끝내고 돌아와야 한다"며 귀국을 반대하는 부모였다.
강 대표는 "아이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도 대학 졸업장과 유학 성공이 우선이라고 고집하는 부모를 보고 비참함을 느꼈다"며 "한국에선 미국 명문대 입학 타이틀이 누군가를 지배할 수 있는 '마패'처럼 통용돼 잘못된 유학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의 그릇된 '엘리티즘'이 멀쩡한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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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라도 할 의미있는 분들이 그저 사랑하는 일 밖에...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일 밖에 ....
그리고 거기서 오는 고통과 힘듬은 역사가 시킨 일로 그저 묵묵히 이겨내는 분들이 있기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