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경인일보 금요산책에 실린 칼럼입니다.
주말을 즐기는 참 좋은 방법
-내면적 욕구충족 최고수단은 '독서' 자신의 존재가치 증명 위한 시도를...
세계역사의 거대한 강을 따라가다 보면 그 방향이 바뀌는 곳이 있다. 그리하여 형성된 각각 다른 물줄기에게 사람들은 고대,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이 중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근대의 객관주의에 주관주의를 어설프게 섞어놓은 모습으로 또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객관주의의 흐름이 인류역사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사물을 보는 관점의 다양성에 있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학문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은 물질적 풍요라는 부수적 결과물을 가져다 주었다. 반면 유물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내면적 인식작용이 위협받는 부정적 측면 또한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물질의 개념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철학적 사유까지 물질적 가치를 가진 대상으로 변모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편리한 생활과 풍요로운 의식주 환경이 정신적 깨달음보다 선행되어야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인식한다. ‘먹는 즐거움’이 ‘철학적 사유’의 자리를 넘어 ‘철학적 사유’조차 ‘풍요로운 먹거리’를 보장해 주지 않으면 쓸모 없는 일로 치부되기에 이른 것이다.
텔레비전은 어떤 음식을 먹고 깊은 감동에 빠져드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아침과 저녁의 황금시간대에 내 보낸다. 인류의 역사가 추구해 온 철학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는 심야시간대에서 조차 발 붙일 곳이 없어진지 오래다. 인류의 진화를 앞에서 이끌어 온 그리고 이끌고 있는 분들의 위대한 정신작용은 연예인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가 하는 사실보다 값어치가 없게 되었다.
인류의 역사가 현대의 풍요로움을 낳기 위해 그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선조들은 적어도 ‘철학적 정신작용’이 ‘육체적 욕구충족’보다 더 가치가 있음을 인정해 왔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바로 이 가치의 서열을 지킨 덕에 오늘의 우리는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릴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이 ‘먹는 기쁨’이라면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비만이나 성인병을 가져다 주는 대신 정신적 깨달음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색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느낀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정력은 언젠가는 정신적 여유를 찾기 위해 시골에 통나무집을 짓고 텃밭에 손수 채소를 심는 것으로 보상받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서 의미를 가질 뿐이다.
현대인의 불안은 여기에 그 뿌리를 틀고 있다. 가치의 서열이 역전된 사회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의식을 최소화 하든지 아니면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전자의 길을 택하게 되면 스스로 인간의 가치를 버린 생활에 만족해야 하고 후자를 택하게 되면 끊임없이 자신의 중도자적 본질을 괴로워해야 한다.
현대라는 시대의 도도한 물결이 우리에게 지워준 멍에를 벗는 길에 대해 저 하늘의 수없이 많은 별처럼 존재했던 성현들은 이구동성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생각과 사색을 통한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현대적 방법은 독서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그 가치에 대한 인식이 변한다고 해도, 활자를 통해 접하는 사건들에 대한 간접경험보다 효율적으로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방법은 없으며 또한 이를 통해 수 많은 경험을 자신의 내면에 재산으로 쌓는 방법은 없다.
혹자는 직접경험의 간접경험에 대한 우위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내면화되는 자료들은 그 습득방법이 직접적이었는냐 또는 간접적이었느냐의 문제에 의해 그 정도가 결정되지 않는다. 그 경험이 어느 정도의 충격으로 사람의 인식에 각인되느냐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에 대해 아무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그에 대한 글을 읽고 충격에 빠진 사람보다 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고 말 할 수 없다.
‘책 속에 진리가 있다’라는 성현들의 말을 믿고 사색과 독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한 시도를 하기에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되는 주말은 매우 적당한 시간이다. 이번 주말엔 우리 모두 한 권의 책을 손에 잡아보는 것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