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에는 오산시 학부모스터디의 일환으로 세마대라는 곳에 현장학습을 갔습니다. 약 4시간에 걸쳐서 이것 저것 설명해 드렸지요. 또한 토요일에는 중앙도서관에서 하는 인문학 강의 '서양미술사' 그 3번째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가 와서 못 온 분들도 있었지만 어쨋든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에 이르는 고전적 정형성의 완성까지 공부했습니다.
이런 활동 중에 저를 처음보는 사람들이 늘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받은 충격에서 하는 새로운 질문이지만 이제 저는 지칠대로 지치고 지겨울 대로 지겨운 질문, 그걸 주고 받게 됩니다.
지난 주에도 이런 질문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백제 고구려 왕조까지 줄줄 외우세요?"
요즈음 케빈이 자주 쓰는 수법을 써서 이제 저와 그 분과의 대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네, 그거 참 쉬운 일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요..."
"에이, 사실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천재들이나 되는 일이잖아요..."
"저, 혹시 종교가 뭐여요?"
"교회다녀요."
"주기도문 외우셔요?"
"당연하지요."
"주기도문이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왕조 다 합한 것 보다 더 긴데..."
"예? .........."
"글자 수를 세어 보세요... 어떤 것이 더 긴가..."
"그렇지만...."
"주기도문은 외우기 쉽다라는 말을 하시려는 거지요? 그러면 절에 다니는 분들이 외우는 금강경은 어떤가요?"
"하기사 우리 엄마도 금강경을 외우시기는 하는데..."
"금강경은 아예 인도말을 한문으로 번역한거여요... 거기다가 그 길이가... 중국의 주요왕조 모두 다 합치고, 우리나라 왕조 다 합친거보다 길어요... 그걸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닌 시골 할머니는 어떻게 외우지요?"
"..... 하긴 그렇기도 하겠네요..."
"다 마음이여요. 백제, 신라, 고구려 왕조를 외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미 어머니께서 외우고 계셔요. 다만, 백제, 신라, 왕조는 천재들만 외우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안 될 뿐이어요..."
"그렇지만..."
"그래요. 앞으로도 어머니는 못 외우실 것이여요... 아무리 될 것 같아도 막상 외우려면 '그렇지만...'이라는 이유가 생길 것이어요... 그래서 주기도문보다 짧은 왕이름 몇 개 외운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천재로 모시면서 스스로는 절대로 못하고 말거여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요?"
"책 읽으셔요... 그 마음이 극복될 때까지 책 읽으셔요... 다른 방법은 묻지 마셔요, 없으니까..."
비스마트 한 아이들은 교과서를 그냥 외웁니다. 제대로 하기만 하면...
늘 말하지만 천재가 아니라 반에서 꼴찌하는 아이들도 합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걸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자신에게 확신시켜 주는 것이 '비스마트'이니까요...
기존의 방법들은 아이들을 '할 수 없다는 확신' 속에 살게 합니다.
평생 한 과목만 공부한 선생님도 안 되는 것을 지금 현재 여러 과목을 동시에 하는 아이들이 된다는 것은 어불 성설입니다.
그런데 그 당연히 안 되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은 그 안 되는 이유가 학습자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스스로가 그런 생각을 가집니다.
그래서 스스로 실패한 인생이라는 짐을 늘 어깨위에 지고 살아가게 되지요...
그 고통에서 자기 자식은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서 더욱 자식을 자신이 빠진 구렁텅이에 넣게 됩니다. 왜냐구요? 자신은 노력이 부족해서 못했을 뿐이니까, 아이에게는 때려서라도 더 노력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지요...
여러분은 스스로의 생각, 그 모든 문제점의 출발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독서하고, 사색하시기 바랍니다.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