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오산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교육이외에는 글을 안 쓰려고 했으나... 살다보니 쓰게 됩니다. 나 원 참....
4.27재보선 과 대의제의 의미 ernest han
역사는 ‘자유’를 찾아 거친 길을 걷고있는 인류와 그 모험에 관한 대 서사시다. 따라서 인간의 자유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를 찾아 내는 것, 그것이 역사가 가진 최고의 목표이며 가치다. 대부분의 세계사 교과서는 서양문명 그 중에서도 그리이스문명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 이유는 그리이스시대의 폴리스들 특히 아테네가 왕정, 귀족정, 금권정, 참주정, 민주정 등의 역사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정치형태의 전형들을 거의 모두 실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의 패배는 이 모든 실험의 귀착지인 민주정이 허점을 가지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현대사는 그 허점을 찾아내어 보완한 뒤 동시대에 필요한 적합한 체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것이 현재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선진국이 택하고 있는 ‘대의 민주주의제도’ 이다. 대의제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아테네는 직접민주주의와 다수결이라는 미망에 빠져 스파르타의 공격에 대비조차 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다.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국민이라고 해서 완전한 정보를 가질 수 없으며, 무오류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 단점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다수결의 원리를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다수결이란 것은 언제나 시류에 휩쓸릴 위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안전장치를 둔 것이 바로 대의제이다. 그리고 그 대의제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 내리는 독단적인 결정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정당제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해 줌과 동시에 불완전한 정보로부터 오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대표자를 선거를 통해 뽑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두 가지 일에 대해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첫째, 시민의 정치적 결정에 대해서는 그 결정을 전달하는 정치적 하수인이라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둘째,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에 대해서는 들은 것과 아는 것을 자신의 지역구에 전달하고 시민들을 이끄는 리더라는 것이다.
간접민주정치와 정당제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바로 정치인들이 이 점을 망각하는 데서 온다. 먼저, 정치인들이 당선을 위해 시민들의 의견만 받들겠다고 하면 이는 곧바로 중우정치로 흐른다. 중우정치의 현대적 모습이 바로 포퓰리즘이다. 시민들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의도적으로 숨기고 그런 부분에서조차 지역구민들의 판단이 옳다고 하는 것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군국주의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이기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또한 정당제에서 필히 있을 수 밖에 없는 공천절차를 당선이 되기 위해 윗사람에게 줄을 대는 것으로 해석하면 정당제는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은 매우 솔직하다. 진정한 대의제와 정당제를 향한 열망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우리 국민의 승리가 바로 4.27재보선 선거 결과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망각한 채 이번 선거 결과를 다음 선거를 이기기 위한 기술적 선거전략의 자료로 해석하는 각 정당들의 태도가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유를 향한 긴 여정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자 하는 국민들의 위대한 욕구를 볼 줄 아는 정치인들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