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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바보들의 천국' 이라는 학원

저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고 이 아이디어를 심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즈음 까페를 하니까 참으로 내가 지금까지 세상을 모르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만 듭니다. 까페 내에 책상을 하나 놓고 일을 합니다. 그러니까 주변에 앉아서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이 간간이 들립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왔다 갔습니다. 가장 많은 손님이 바로 학부모와 학생들입니다. 공부하기 딱 좋은 까페라서 그런지 아예 여기에서 과외를 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참말로,,, 희한하고 희한한 일이 있습니다. 아니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제가 홀로 폼잡고 살면서 세상의 흐름을 놓친 것이지요... 그 희한한 일이란 것은...
바로 비 스마트를 시작할 때 이 나라의 교육적 현실에 분기탱천하여 그것을 바로 잡는다는 의지에 충만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이 사업에 뛰어 들었었는데요... 세상에... 비스마트를 시작할 때의 이 세상은 제가 분기 탱천할 만큼 잘못된 세상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세상에 비하면...

교육을 바꾼다고 노력했는데.. 어쩌면 교육은 반대로 더 나빠졌더군요...
까페에 오는 모든 학부모들의 일관된 이야기는 "아이들 죽이기"입니다. 이 주제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나봅니다... 

엇그제 학부모들이 여러 명 왔습니다. 이들은 몇 시간동안을 잘못된 현실에 답답해 미치기 직전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이며... 한숨과 한숨 속에서 고통을 발산하다가 갔습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축제 때문에 요즘 공부를 소홀히 하네요... 학교가 미친거 아녜요? 죽도록 공부만 해도 안 될판에... 축제나 하고... 정말 저 선생님이란 사람들은 뇌가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일등하는 아이가 수원에 전학갔는데 반에서 하위래요... 도대체 여기서는 무슨 공부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할 수 없이 여기 살아요. 생각만 해도 미치겠어요. 우리 학부모들이라도 모여서 수원선생들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분당 선생들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연구를 해야하는 것 아니가요?"

"중간고사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어떤 미친 선생은 아이들하고 축구를 했대요... 내가 속이 다 뒤집혀서 살 수 가 없어요... 도대체 자기 반 학생들의 인생을 망칠려고 작정했나봐요. 교육청에서 이런 답답한 사정들을 알아서 그런 선생님들에게는 징계를 주던지 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으니 학부모만 죽어나는 거여요..."

까페에는 또한 학생들도 와서 공부를 하고 갑니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아예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있으면서 까페를 도서관으로 이용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해도 된다고 은근슬쩍 말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꺼려하던 아이들이 어떤 한 아이가 제곱근에 관한 질문을 하고 제가 대답해 주는 것을 보더니 이것 저것 질문을 하네요.

제가 대답해 줄 때마다 아이들은 한 숨을 쉽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런 거였어요? 이렇게 쉽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나요? 그런데 왜 학교나 학원에서는 이렇게 안 가르치나요?"
어제는 인수분해방법을 이용한 이차방정식의 풀이에서 '인수분해'를 어차피 대충 감을 잡아야만 풀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낀 한 학생이 인수분해를 '감을 잡으려는 노력'없이 당연히 풀면 나오는 방법이 없냐고 물어서 그냥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저처럼 수학을 못하는 아이도 그냥 되는 이런 방법을 왜 학교에서는 안 가르쳐줘요?"라고 묻습니다.

옆에 있던 한 아이가 고정도르래를 이용한 힘을 계산하는 문제를 이해가 안 간다며 물어 봅니다. 그 아이에게 설명하면 알아 들을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 알기 위해 몇 가지 물어보는데... 오직 암기한 것일 뿐... 단 하나도 이해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랍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것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더니....
"그 동안 학교에서 몇 달 동안 배운것이 한 꺼번에 다 이해가 되었어요."라고 말합니다. 너무나 좋아하더니 아빠를 데려와서 같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에게 부탁을 하더군요...
"주변에 아이들을 많이 모아 올테니... 선생님이 과외해 주시면 안 되요?"

다른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말합니다.
"아저씨... 제발, 오산을 떠나지 말아 주세요... 저희가 다 클 때까지 꼭 여기 계셔야 해요.. 저희는 앞으로 매일 여기 올거여요..."

아직 저를 모르는 처음 오는 아이들을 보면.... 공부 잘하는 아이가 못하는 아이를 가르치면서 어쩌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만 하는지 기가 막힙니다.
과외를 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모두 문제집을 가지고 과외를 하는데 어쩌면 그렇게 암기만 하게 하며, 설명이라고 하는 것들은 나왔다 하면 다 거짓인지 모를일입니다.

학부모들은 그짓을 더 못하는 것이 속을 뒤집어 놓고 항의하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제가 세상을 바꾼다고 까부는 것이 웃기고 하찮아서... 세상은 그 몇년만에 아예 이상해졌나 봅니다.

오늘 출근을 하면서 문득 생각이 듭니다.

"바보들의 천국"이란 학원명을 가진 학원을 하나 만들어 볼까?
아무리 노력해도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서 본인과 학부모, 선생님이 모두 포기한 아이들만 받아들이는 학원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원래 내가 그리도 꿈꾸던 꿈같은 학원.... 학년과 나이를 불문하고 같은 교실에 앉아서 재미있게 놀다가 어떤 사실에 대해서 먼저 깨달은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에게 설명을 하고 진정한 학교... 선생님 한 분이 돌아가면서 전과목을 모두 가르치는 진정한 통합교과,  오직 모든 것을 다 알기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진정 쉽고... 가장 편한 방법임을 모두가 이해하는 학원...

나이와 실력이 상관없이 모인 아이들과 같이 놀다가 아이들이 하는 질문에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미술 음악을 가리지 않고 대답해 주는 나 자신을 떠 올립니다. 행복해 집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똑똑한데......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알려주기만 하면 모두 다 아는데...
어른들이... 아이들의 영혼을 죽이고, 그들의 미래를 빼앗고, 그들로부터 '행복'이란 단어 자체를 앗아가기 위해 광분하는 꼴을 보아야만 하는... 보고만 있어야 하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힘없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바보들의 천국"이라는 학원을 제가 열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아이의 학교성적이 아무리 안 나와도... 저를 믿고 여러분의 아이들을 저의 학원에 보낼 수 있을까요?

커가는 아이들만 보면... 미칠 것 같아서..
월요일 아침에 몇 글자 적어 봅니다.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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