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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그냥 물어보라.....는 말

제가 까페에 오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뭐, 하다가 모르겠으면 그냥 물어 보세요...
몇 몇 성적이 좋아보이는 사람들은 당연히 "흥!"하는 비웃음으로 대응합니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 그냥 아무거나 모르겠으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물어보라니...
참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젊은 학생들은 좋아합니다. 저는 그게 고맙고요..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면서도 대부분 물어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그런 것이 참 이상했는데.... 이제는 압니다.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는 "물어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입니다.

그 어떤 아이도 공부를 한다는 것은 문제집을 푸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를 풀다가 모르겠으면 답을 보면 됩니다.
그러면 되는데 괜히 물어보아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답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단 하나의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그 문제의 답을 아직 못 외웠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2차방정식 문제에서는 근의공식을 아직 헷갈리기 때문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의 이름은? 이란 문제를 틀리는 이유는 그게 '광혜원'이라는 것을 아직 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틀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광혜원'을 외웠으면 틀렸겠습니까? 당연히 맞추었겠지요... 그러니 그걸 외울 시간이 부족한 것이고, 그걸 외울 노력이 부족한 것이고, 자신이 작심3일의 결단력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일 뿐...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물어 보았다고 할지라도, 정말 그게 암기가 되도록 설명해주고 있으면.. 답답해 합니다.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최초의 서양식 근대병원이 '광혜원'이라고 쓰여진 답지를 집에 두고 와서 또는 답지가 달리지 않은 문제집이라서 묻는 것인데...

그냥 "광혜원"이라고 답해주면 될 텐데... 그걸 설명하고 앉아 있으니 저의 설명을 듣는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속이 터질 일입니다.

저의 가정에서 조차도... 집사람이 박사과정에 있을때 조차도 늘 이 문제가 일어 났으며... 당연히 아이들은 아빠의 설명이 지겹기조차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설명을 하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한 아빠가 되기 십상이지요... 오늘 아침에도 큰아이가 질문을 합니다. 아빠 버블경제가 뭐야? 간단하게 한 마디로 설명해 줘... 아빠가 묻는 것 마다 다 아니까, 물어보면 편리하긴 한데... 물어보면 지겨운 설명이 뒤따라오니 그게 참으로 싫을 것입니다.
 
스승의 설명듣기를 즐겨하고 질문이 자꾸 생기며, 스스로 '왜?'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으며, 자기가 알게 된 것은 자꾸 남에게 설명하고 싶어지는 것....
모든 깨달은 자들의 공통된 모습입니다.
예수는 자신이 사형당할 때까지 조용히 있을 수 없었으며, 석가모니, 소크라테스, 플라톤, 공자, 순자... 등도 설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희한하게도 이들은 남들에게 '조용히 하고, 사색하기를 즐겨하며,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라고 하여 남보고는 말을 못하게 하느라고 자신은 계속 떠들어야 했습니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은 남들 위에 군림해야 했지요..

이 세상을 끝없이 먼 저 과거에서 부터 일으켜온 성현들을 존경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의 설명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종교가 달라서 석가모니나 공자 또는 예수의 설명을 들을 수 없으며, 학파가 달라서 들을 수 없으며, 나라가 달라서 들을 수 없으며 시대가 달라서 들을수 없습니다. 만일 종교도 같고, 학파도 같고, 나라도 같고 시대도 같고, 지역도 같은 깨달은 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결국 자신은 덜 외운사람, 깨달은 선생은 더 많이 외우고 있는 사람의 차이 뿐이 없기 때문에 깨달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더 외워야 한다는 결론을 품게 됩니다. 그래서 그 외워야 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또다시 깨달은 선생들의 설명을 들을 수 없습니다.

깨달은 분들의 삶은 모두 답답해 보입니다. "광혜원"이라고 하면 될 것을 설명하려고 하니까 말이지요... 그러니까, 보리수 나무아래에서 굶지 말고 잘 먹고 잘 살면서 깨달으면 될 것을 몇 달씩 굶으면서 움직이지도 않는 그 고통을 만들어 가면서 깨달으려고 하는 부처가 참으로 답답하고, 로마병사가 올 때 도망가지 않고 스스로 잡혀서 십자가에 달리는 고통을 당하는 예수가 답답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도망갈 길을 다 마련해 놓은 제자와 친구들에게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는 도대체 머리에 지능지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답답함을 보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석가모니가, 예수가, 소크라테스가 있으면....
머리만 쪼금 좋을 뿐.....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 답답한 인간, 바빠죽겠는데 자꾸 무엇을 설명하려고 하는 인간, 씻지 않아서 몸에서 냄새가 나는 인간으로 배척할 것이 뻔한데...  2천년도 더 된 석가와 소크라테스를 들먹이고, 2천년 전의 예수를 들먹이면서 스스로 인생을 개닫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방법은 그 누구보다 더 뛰어납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예수를 석가를 소크라테스를 못 알아 보면서, 희한하게도 청동기 시대에 살았던 비슷한 사람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압니다.

오늘 자신을 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변에 이 순간에도 도처에 널려있는 선생들의 지겨운 설명을 듣기를 주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 소용없을 것 같은 그들의 말과 가슴에는 진실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얼굴만 알려진 연예인들, 정치인들, 하루종일 농담만을 지껄이는 개그맨에 대해서는  그 얼굴 한 번만 보기 위해서도 미친듯이 몰리고.... 그 농담과 쓸데없는 유희로 채워지는 말 한마디 듣기위해 돈을 싸들고 십리길도 마다않고 달려가서 그 쓰레기들을 듣고는 "대박"이다라는 감동이 듭니다. 자신이 그런 사람이면 겉모습만 인간인 그 굴레로부터, 스스로를 빼 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역사를 살아서 나의 귓가에 진리의 향기를 불어 넣어주는 성현들의 말로 귀를 씻고, 지금도 진리를 품은 가슴으로 여러분에게 굶어가면서라도 '설명'하고자 준비한 상태로 사람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답답하고 멍청하고 아무 인기없는 선생들의 긴 '설명'을 듣기를 주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연예인들의 개인사생활은 그가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조차도 놀랄만한 대박뉴스인데... 진리를 품은 선생들의 말은 "다 아는 지겨운 말"로 생각이 되면.... 스스로를 때리고, 굶고, 잠을 자지 말고, 온갖 고통을 주어서라도 깨우치도록 자신을 가르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만이라도 느끼기 위해
오늘도 책읽고, 사색하시기 바랍니다.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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