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오는가 했는데 벌서 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시간과 물질의 온갖 미망에 눈이 먼 채, 내일이 온다는 확실한 진리를 깨닿지 못하고 사는 것이 사람입니다.
세월은 오고 세월은 갑니다. 그 사이 어디쯤엔가 존재하고 있을 자신을 찾아 책읽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어느 곳인가에 나 자신의 존재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나의 가족과 사람들에게 권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것 하나입니다.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 그걸 깨닫는 것.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새벽 우유배달로 하루를 시작 합니다. 큰놈은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고, 작은 놈은 운동하다가 다리를 다쳤습니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새벽 우유를 배달합니다. 그걸 대단한 정신력이라고 주위의 사람들이 말합니다.
저는 혹여 아이들이 정말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해 내는 것으로 착각하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그 정도가 대단한 것이면, 지금 아프리카에서 먹을 풀도 없는데, 남은 잡초 몇 개를 찾아 다니는 아이들은 '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생활을 할 뿐이지요.
인간은 일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리에 '일을 안 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는 이상한 방정식이 있습니다. '일'을 하는 것은 결국 행복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불행'으로 부터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즉 돈을 벌어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갖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일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돈을 버는 이유는 바로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게 행복입니다. 따라서 다리가 아픈데도 절룩거리면서 일을 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불행이며, 이를 안 해도되는 사람이 하면 대단한 정신력으로 풀이 됩니다. 그러나 저는 아이들에게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일을 할 수있는 것이 행복한 상태임을 가르쳐 주어야만 합니다. 그게 부모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들어 오면 책을 읽습니다.
어제도 자기들끼리 책방에 가서 책을 3권 사왔더군요. 그렇게 꾸준히 책을 읽습니다. 읽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 봅니다. 어제는 Torricelli's Experiment(토리첼리의 실험)에 대해 물어 봅니다. 덕분에 여러가지 실험을 같이 해 보았습니다.
작은 놈은 '빅 픽쳐'라는 책을 읽고 있군요...
책읽다가 졸리면 그냥 잡니다. 그러면 그냥 놓아 두지요. 그렇게 한 두 시간을 자면 오전 10시 쯤이 됩니다. 그러면 태권도에 갑니다. 갔다 오면 점심먹고 놀거나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큰 놈은 오후에 또 돈 벌러 나갑니다. 3시부터 저녁 먹을 때까지 학원강의하고 저녁 먹고는 과외를 합니다. 그리고 들어 오면 다시 책을 읽지요...
일단, 이 상태 이상을 아이들에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꿈이 이루어지지를 않지요. 첫째, 점수가 좋기를 바라지만 실력이 크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점수를 맞는 것 보다, 전혀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점수가 잘 나오는 것을 더욱 좋아 합니다. 부자가 되길 원하면서도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 합니다.
일하지 않고 노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목표해 놓고도 자기 아이가 일하지 않고 놀고 있으면 화를 냅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면 불쌍하다고 합니다.
정혜쌍수(定慧雙修)여야 합니다. 본질에 대한 깨달음과 이 세상 일에 대한 지혜는 같이 커져야만 합니다. 여행하기를 좋아하되, 자기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면 그건 '여행'의 맛을 알아서 가기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충동에 의해서 방종을 누릴 기회를 잡으려는 노력일 뿐입니다. 定과 慧가 같이 있지 않은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절대로 같이 있지 않도록 만들려고 해서 그 결과가 속은 비어있되 겉만 멀쩡한 어떤 존재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어디를 갔다 왔는지도 모르면서,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란 낭만적인 외투를 입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몇 백만원씩 버리면서 유럽여행을 가서는 몇 만원짜리 입장료가 아까워 박물관에는 들어가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유럽을 갔다 왔다."라는 타이틀을 스스로에게 씌웁니다.
우리 비스마트인들은 그런 형식을 견제해야 합니다. 그 형식이란 도둑은 항상 나의 주변을 맴돌며 나로부터 껍데기만을 남기고 모든 내면을 훔쳐가려고 발버둥칩니다. 나의 껍데기를 지키려고 하지말고 나의 내면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기 바랍니다.
새로운 2월은 구정연휴로부터 시작됩니다.
일을 안 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몸이 피곤해지도록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을 자기 몸이 알 때까지 자신의 몸을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또한 일을 하고 나면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정신없이 책에 빠져드는 기쁨을 자신에게 선물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이번 구정연휴를 '놀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운동하고 책읽을 수 있는 기회라서 기뻐하는 비스마트인들이 되시기를 여쭈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책읽고 생각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