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avigate_next  열린 강의  navigate_next  선생님 편지

선생님 편지

 

올바른 교육과 독서의 상관관계 - 경인일보 기사

경인일보의 뉴스섹션에 오피니언페이지가 있습니다. 이 페이지에 금요산책이라는 칼럼난이 있습니다. 이번 봄 개편때 제가 그 칼럼난의 집필진이 되었습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라서 저의 첫 칼럼이 나왔습니다. 올바른 교육과 독서의 상관관계라는 제목으로 올렸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빠른 필치로 썼더니 글의 흐름이 약간 걸리는 부분이 있네요... 다음부터는 조금 미리 써 놓아야 하겠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읽으시고, 더 관심있는 분은 인터넷으로라도 경인일보에 접속하셔서 직접 읽으시기 바랍니다. 제가 칼럼을 쓰는 신문이니 잘 되야지요... 사실 경기도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신문입니다.


올바른 교육과 독서의 상관관계 (부제: 형식이 아닌 본질로서의 독서개념 찾기)
                                                                   
지난 수요일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자녀 독서지도 방법’이란 주제로 학부모님들에게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강의시간이다. 그 이유는 바로 시간의 길이가 본질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독서에 관한 강의에서 기대하는 것은 ‘독서지도’라는 말의 실질적 개념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구성된다. 즉 청중들은 ‘독서지도’라는 말은 이미 알고 있으니 언제 어떤 책을 얼마나 보아야 하며 독후감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서 왔을 뿐이라는 사실을 무언으로 시위한다. 그러나 문제는 늘 이 부분에서 발생한다. 독서에 관한 본질적 개념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실질적 의미의 독서지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어떤 사람이 갖는 생각의 범위와 방향은 그가 속해있는 사회의 성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이유로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를 의미하며 그 행위는 ‘시험성적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거나 논술시험 등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재료’라는 가치를 부여 받고 있다.
그 것은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는 독서를 지도하는 기이한 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통해 ‘책을 읽는 형식적 독서행위’와 ‘시험성적에 도움이 되는 일’은 일어날 수 있으되 동서고금의 성현들이 말하는 ‘책 속에서 길을 찾는 행위’에는 접근하지 못한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말을 배우는 아이들은 자신이 궁금해 하는 단어에 익숙해질 때까지 질문을 한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은 누구나 “엄마, 이게 뭐야?”라는 아이의 끊임없는 요구에 귀찮아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쉽게 말을 익히는 이유가 이 궁금증 즉 호기심에 학습의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아이는 커가면서 오히려 호기심을 잃게 된다. 그리고 호기심을 잃은 뒤의 공부는 장래를 위해 할 수 없이 참아내야 하는 고통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건들만 모아 놓은 책이 있다. 그것이 대부분의 학교 교과서들이다. 예를 들어 ‘포에니전쟁은 BC 3세기에서 BC 2세기에 걸쳐 일어났던 로마와 카르타고 간의 싸움이다.’라는 글이 교과서에 나오면, 그것은 ‘포에니 전쟁은 어쨌거나 대단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라는 사실을 보증하는 문구이다. 이때 그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사실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그 곳이 바로 책이며 그 최종확인방법이 바로 독서이다. 이때, 호기심이 일어나고 독서와 사색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을 통틀어서 ‘공부’라고 한다. 따라서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결하는 일 그리고 독서와 공부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본 하나의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포에니전쟁, BC 3세기, 카르타고’ 등의 시험에 나오는 말만 익히기 위해 첫째, 스스로의 호기심을 발동시키지 못하고 둘째, 독서할 시간이 없으며 셋째, 사색할 시간을 아낀다. 그리하여 결국 공부하기 위해 공부할 수 없는 희한한 구조 속에서 맴돌게 된다.
 
현재 한국에서의 공부는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해 하는 학생들의 행동’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래서 시험을 보지 않는 어른들은 책을 읽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 자신은 궁금한 것이 없는데 타인의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필시 역사상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완벽한 사람일 것이다. 또한 스스로는 궁금한 것이 없고 책을 읽지는 않는데 아이의 독서를 지도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개념에서 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라는 물리적인 의미만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강의를 해 오면서 나는 이런 문제에 약간의 속임수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즉 눈치를 보아서 본질적인 내용을 슬쩍 끼워 넣은 다음 사람들이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약속된 강의 시간을 몰래 넘겨가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거의 대부분의 청중들이 강의가 끝난 후에 이 속임수에 대해 매우 고마워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일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희망을 본다. 이번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도 속임수와 그에 대한 환호를 경험하며 기쁘게 발걸음을 돌렸다.    –끝-

ernest
제목 등록일
올바른 교육과 독서의 상관관계 - 경인일보 기사 2011-02-18
예술품 구입과 강사교육... 2011-02-18
지나간 과거와 새로운 시도... 2011-02-17
잘 마치고 왔습니다 2011-02-16
오늘은 강의가 있네요... 2011-02-16
유럽사 강의에 대해서... 2011-02-15
가정의 행복과 자식교육 2011-02-14
일요일 아침의 단상 - 세상, 가정, 그리고 나 2011-02-13
이렇게 설명할 때는 2011-02-11
Learned Ableness 2011-02-09
재미있는 상상... 2011-02-08
새해 첫 날 2011-02-03
2월의 첫 날 - 행복한 날 2011-02-01
1월의 마지막 날 2011-01-31
전강 이후의 책읽기-2 201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