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마음이 우울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기에, 시립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마르크 샤갈전에 다녀왔습니다.
3시간 정도를 샤갈의 마술에 걸려서 혼을 빼앗긴 채 두리번 거리고 나왔습니다.
역시 샤갈입니다.
현대회화가 모더니즘으로 빠지면서 그 추상성이 더해갈 수록 미술과 일반인들과의 교감이 적어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샤갈만은 예외이다... 라고 강력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앙리 마티스의 그림들은 그런대로 꽤 색을 아는 사람들만이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조르쥬 브라크나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들은 그것 보다는 좀 쉽게 느낄 수 있지만 그래도 색의 느낌을 어느 정도 알아야 볼 수있는 것들이 다 수 존재합니다.
그런데, 마르크 샤갈은 아무리 색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홀딱 빠져 버리게 되지요... 이번에는 석판화 작품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석판화 작품들을 보며 일반인들이 경탄하기에는 힘이드는데... 마르크 샤갈의 석판화는 말 그대로 천상의 세계에서나 느낄 수 있을 법한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번 마르크 샤갈전을 꼭 권해 드립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모더니즘 시대 즉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이르는 회화의 색은 여러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표현됩니다. 색채의 화려함과 깊음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었던 후기 인상파는 야수파를 거쳐 추상표현주의로 발전하면서 색채주의를 발전 시킵니다. 이와는 반대로 폴 세잔의 다중적 시각은 입체파를 거쳐 신조형주의로 맥을 이으면서 도형주의를 발전 시키지요.
그런데 도형주의는 다양한 색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대신 화가의 시각의 다변화를 통해 물체가 가진 걷 모습을 모두 표현함으로 관람자들로 하여금 그 물체가 가진 내면을 들추어 볼 수 있게 하는데 생각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 작품들로 부터 색채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기가 힙듭니다.
반면에 색채주의는 물체가 가진 도형적 정형성을 타파하고 화가가 그림의 소재에 부여한 주관적 그리고 심리적 추상성을 표현합니다. 그러다보니 화가들은 자신의 형이상학적 정신상태를 적절하게 표현해 줄 수 있는 색을 찾으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앙리 마티스의 다소 촌스러운 빨간색, 조르쥬 브라크의 진득대는 고동색과 녹색이 섞인 바로 그 모호한 색 등은 그 색 자체로서 관람자의 심금을 울리지요. 그러나 예를 들어 마티스의 그림에서 보듯이 그림 안에 존재하는 사물의 삼차원적 모습은 최대한 무의미함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단순한 외곽선으로 처리되기가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조류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킨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 사람 그가 바로 샤갈입니다.
그의 그림에서 등장하는 사물들은 다분히 현대적인 특성을 띤 채 구도나 원근법으로부터 자유롭게 있지만, 그것은 차라리 그 물체들이 가진 알레고리를 표현하기 위한 적당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거기다가....
말로는 감히 '멋있다'라고 표현하기엔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저속하지 않은 그의 색.... 색... 색....
이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샤갈의 작품 몇 개를 추려서 걸어 놓는 것으로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샤갈을 알게 해 주는데 명확한 한계를 가집니다.
샤갈전에 가서 샤갈의 그림만을 모아 놓고 보면.... 여러분중 그 누구도 경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피카소와 모던아트전"에서 제가 샤갈의 그림을 설명할 때, "자! 색채파 화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색이 있지요? 도형주의는 당연하고... 예를 들어서 피카소의 그림을 '청색시대' '도색시대'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피카소가 주로 청색을 기초로한 색만 사용했거나 도자기색만 사용한 기간의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샤갈의 그림 달랑 몇 개 있는데 그 모두가 색이 다 다르지요?"라고 설명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만일 기억이 안 난다면 그건 샤갈의 그림을 몇 점만 보았기 때문입니다.
색채를 입은 알레고리를 가진 도형들... 그 두 가지을 모두 완벽하게 표현한 샤갈...
이번 서울시립미술관 마르크 샤갈전... 꼭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살아있음을 고맙게 해주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