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의 진행이 처음에는 주요 단어만 영어로 써 주다가 점점 영어를 사용하는 비중을 높여갈 테니 잘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오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럽에 관한 기초적인 느낌과 이해가 더 필요합니다. 그래야 중세와 관련된 어휘들의 의미와 중세유럽의 사회구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황령(Papal States)이 무슨 특별한 영토로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즉 교황이 땅을 가지고 있으니 매우 신기하겠지요.
그러나 중세봉건유럽에 있어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토지’와 연관을 짓지않고 권력을 논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즉 영주(lord)에 해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영지)fief가 있고 거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받아서 생활한다고 생각했답니다. 이때 fief가 너무 커서 관리하기 힘든 사람은 자신의 fief를 또 쪼개서 하위의 lord들에게 분배하게 되는데 이때 이 땅을 분배받는 사람을 vassal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봉건제도(feudalism)인데 우리나라의 ‘리’나 ‘동’정도에 해당하는 작은 땅의 영주에서 시작해서 결국 그 꼭대기에는 황제가 있습니다. 물론 최고 높은 영주로서의 황제(emperor)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 실제로 각 지역의 왕들로부터 세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 자신의 영지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생활했습니다.
어쨌든 황제 아래에 각 나라의 king이 있습니다. 이러면 king의 개념이 잘 잡힐텐데요…. 즉 king이란 실질적인 자기만의 장원(manor)이 있는 사람으로서 직접 그 땅에서 세금을 챙기고 그 땅의 영주들로부터 군사의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최종단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때, king은 자신의 땅 즉 fief를 몇 명의 lord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 lord들은 king의 vassal(봉신)이 되기 위해 먼저 homage and fealty(선서와 충성)을 합니다. 이렇게 king의 vassal이 된 각 lord들은 자신의 땅을 또 다시 쪼개어서 자신의 vassals들에게 쪼개어 주었는데 이러다가 일개 동에 해당하는 영주에 이르기 까지 먹이사슬처럼 줄줄이 엮이게 되었습니다. 이 각각의 땅을 위로부터 받은 영지라는 의미로는 fief라고 했고 자신이 주인으로 있는 장원이란 의미로는 manor라고 불렀습니다. 그 각각의 manor의 주인들을 lord라고 했는데, 이들은 각각 자신의 manor안에 manor house(영주관)이 을 지어 놓고 생활했지요.
그러니 자신이 차지한 manor의 크기나 자기 위에 몇 단계의 lord가 중첩적 있는가가 그 lord의 지위를 결정하게 되었지요… 즉 경기도의 lord와 수원지 정자동의 lord가 같을 수 없겠지요. 정자동의 lord는 수원시 lord의 vassal이 되고 수원시의 lord는 경기도 lord의 vassal이 되는 구조였지요…
이것이 오래 되다 보니 도지사-시장-구청장-동장-반장 정도의 5단계가 대충 되었는데 이것을 duke-marquess-count 또는 earl-viscount-baron 즉 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으로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이들을 nobility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지방에 따라서 이 5단계가 모두 존재하기는 힘들었지만 대충 이 정도의 시스템이 갖추어졌습니다. 이것이 행정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봉토’ 즉 영주의 ‘장원’이란 땅의 나눔으로만 정해진 것인데 이것을 ‘봉건주의(feudalism-즉, 봉토를 매개로 해서 세워진 제도)’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각 lord들의 독립성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하사’하던 것이 나중에는 영주가 영주권을 자기 자식에게 상속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충분한 시간이 지나자 각 영주는 그 ‘봉토(fief)’가 자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자기들 땅으로 인식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자기 위의 영주가 약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그보다 힘센 영주를 찾아가서 homage and fealty를 해 버리게 되는 일이 일어나 버렸지요. 즉 충청도지사보다 경기도지사가 힘이 더 세자, 천안같이 경기도에 붙어있는 땅의 시장이 ‘난 오늘부터 충청도가 아니라 경기도야’라고 선언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여기에 한가지 더… 천안시장이 자기도 더 기가 막히게 크고 멋진 manor house에 살고 싶어서 새로 멋지게 집을 지었는데(이것을 palace라고 합니다. ‘궁전’이라고 번역해 놓아서 사람들이 ‘왕’이 살던 집으로 오역하고 있지요.) 이걸 짓다 보니 돈이 모자라게 되었지요. 그래서 슬쩍 옆의 천안시에 가깝게 붙어있는 성환시의 어떤 ‘동장’을 꼬셔서 자기 vassal로 선포하도록 했지요. 당연히 그 동장은 그 해부터 천안시장에게 annuity를 바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이 자꾸 이런 짓을 하다보니까 천안시가 매우 커져서 느닷없이 신분상승을 하게 되었군요.
자 정리해 봅시다.
작은 manor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귀족은 manor house가 palace가 됩니다. 호화롭게 지을 터이니까요.
또한 이 lord들은 매일 자신의 manor를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것이 유럽 중세를 꿰뚫고 하루도 쉬지않고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이지요.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사람들은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이 많은 줄 압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고 바로 이 거대영주들간의 싸움입니다.
이 거대한 영주들은 palace를 넘어서 castle을 짓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영주들간의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 때문이지요. Palace와 castle의 차이를 아시겠지요?
이때, Castle이 여러 개나 되는 넓은 땅의 lord들은 한 나라에 몇 명 되지 않겠지요? 이들이 바로 duke(공작)들입니다. Castle이 한 개 정도 되는 즉 다른 영주들과 전쟁을 벌일 정도의 파워는 가지고 있지만 그 규모는 좀 작은 사람들이 대충 Count(백작)정도 됩니다. 그래서 유럽사를 관통하는 매일의 전투는 이 nobility들 간의 전투이지요.
자, 이제 상속과 관련해서 시각을 열어 봅시다. 왕이 죽으면 대부분 자신이 가지고 있는 manor단위 중 가장 큰 단위를 장남에게 물려 줍니다. 그 다음이 차남 차지가 됩니다. 그래서 유럽왕들의 아들들 명칭이 대부분 장남은 ‘공작’ 차남은 ‘백작’정도가 되게 됩니다. 이들은 각각 자기 땅의 lord가 되어 자기 땅을 더 넓히기 위해 바로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자! 여기까지 설명을 들었으면 예전의 ‘자치시’라는 명칭 뿐아니라 요즈음의 ‘지방자치제도’라는 말도 이해가 가게 됩니다. 상위단체에서 관장하는 일 이외에는 자신의 땅에서 입법,사법, 행정의 모든 권한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단위를 의히합니다.
자! 다른 시각으로 바라 봅시다. 스스로 독립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땅을 늘리기 위해 매일 남을 공격하는 군사행동권을 스스로 가지고 있는 이 단위의 명칭이 무엇일까요? 이 단위가 바로 state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국가’라고 해도 안 되고 ‘도’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 그 공작이나 백작은 모두 스스로 자기 땅에서 lord이며 동시에 자기 위에 king이 있습니다. 전쟁까지도 스스로 결정해서 행할 수 있는데 이게 뭘까요? 이것이 바로 state의 개념입니다.
또 하나, 그럼 이 공작이나 백작 같은 사람들은 뭘까요? 분명히 왕은 아니고, 그렇다고 신하도 아닙니다. 이 사람들을 prince라고 하는 것입니다. Prince를 ‘왕자’ 또는 ‘황태자’로 번역하는 우매함을 이제 더 이상 가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크기로 보아 백작이 prince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지요. ‘공작’정도가 prince가 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그래서 Prince를 ‘공작’이라고 번역하기도 하지요.
지금 영국의 찰스황태자의 공식명칭이 Prince of England가 아니고 Prince of Wales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에는 Prince of England가 더 적합하고 Prince of Wales는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가는 이름이지만… 이제까지 설명을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Prince of England는 있을 수 없습니다. 잉글랜드 정도의 크기가 하나의 공작령이라면…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 King of England, Queen of England가 있을 수 있겠지요. 이런 일들은 Prince를 황태자, 또는 왕자로 잘못 번역해 놓은 것에서 비롯된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해석만 잘못하는 것이 아니고, 유럽의 역사, 문화, 정치적 구조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외우지 말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Prince of Wales는 아하 영국의 왕의 직속령 중 제일 큰 것이 Wales구나. 따라서 영국 왕은 자식을 나면 장남에게 Wales를 물려주는구나. 그러면 그 장남은 Wales 지방의 ‘공작’이 되겠구나… 라고 이해를 해야 하겠지요? 이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세월이 충분히 흐르고 나니 결국 각 지역의 ‘공작’들은 ‘왕’의 자식인 경우가 많게 되지요. 이 공작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들 끼리 결혼을 해 대니 충분한 세월이 지나서는 이들은 모두 이러 저리 얽히고 설켜서 왕족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사실 한 가지 명칭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드물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아버지로 부터는 어느 지방의 공작을 어머니로부터는 다른 지역의 백작을 물려 받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 유명한 마리아테레지아는 Holy Roman Empire의 여제이고 Germany의 여왕이며, Bohemia의 여왕이고, 오스트리아의 여공작이며 동시에 헝가리의 여왕이고 또한 크로아티아의 여왕이었지요. 이때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각각의 땅에서 불리우는 이름은 다를 수 있스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일반적이지요. 따라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스튜어트 왕조의 제임스 1세’라고 만 하면 구분하기 힘들지요. 스튜어트왕조의 제임스 1세는 잉들랜드 왕으로서 그렇다는 의미이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제임스 6세입니다. 늘 이런 식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칼 대제’라고 하는 Charles V(칼 5세)는 the Holy Roman Empire의 ‘Empror’이자 동시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king’이었으며, 부르군디의 ‘duke’이고, 네델란드의 ‘lord’였으며, 또한 동시에 Brugundy의 Count Palatine(왕위 계승권을 가진 백작)이었습니다. 그는 신성로마제국황제로서는 칼 5세였지만 스페인의 왕으로서는 카를로스 1세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당연한 의문이 들어야 합니다. 아니 어떻게 저 많은 나라의 왕을 동시에 할 수가 있지? 그렇다면 첫째, 비행기도 없던 시절 스페인에서 네델란드를 가는데 가장 빠른 배를 타고 가도 3개월이 걸리던 시절에 어떻게 각 나라를 돌아 다녔을까? 두번째, 그렇다면 한 왕이 다스리는 지역이니까 같은 나라일까? 또한 그들은 서로 전쟁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설명을 읽은 분들은 다 알 것입니다. 그 안에 있는 lord들 끼리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다는 사실과 한 왕이 다스려도 절대적으로 다른 나라는 다른 나라라는 사실과, 따라서 왕이 정치를 하는 실체가 아니었다는 사실… 이것들을 모두 알 수 있겠지요? 황제와 왕은 ‘군주’였습니다. 군주란 ‘군사력’을 가진 쉽게 말해서 가장 ‘센’사람이었지요. 정치는 지금으로 말하면 ‘수상’이 했고 프랑크 초기시대(메로빙거왕조)로 가면 ‘궁재’가 했지요. 그러니 왕이 멍청하면 정치적 실권을 가진 ‘궁재’가 군사권까지 넘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피핀이고 그래서 왕을 쫒아 내고 스스로 카롤링거 왕조를 만들어버립니다.
한 가지 문제를 더 짚어 봅시다.
결국 왕이 죽고나면 이 prince들 중 누가 왕을 물려 받을까가 문제가 되겠지요? 이것이 유럽역사에서 끊임없는 왕위계승전쟁을 유발하게 되지요. 이때 아예, 합의제로 하지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 나라의 ‘공작’ 중에서도 힘센 ‘공작’끼리 합의체를 구성하게 되는데 이것을 ‘Prince Elector’(선제후)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신성로마황제를 뽑는 협의체를 구성한 7명의 공작들을 ‘7선제후’(Seven Electors)라는 말로 알고 있더군요.
어쨌든 황제는 폼이고 실제로는 ‘왕’들이 실권을 가지고 지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요, 실제로 ‘왕’들도 이 각 지역의 ‘공작’들에게 실권이 돌아가는 경우도 비일 비재합니다.
왜냐구요? 바로 매일 전쟁을 벌여서 거대한 땅을 차지한 lord가 있으면 그 놈이 바로 실권자가 되니까 그렇지요.
왕의 직속영지는 3개인데, 어떤 공작이 계속 전쟁을 벌여서 10개의 직속영지를 가지고 있다면… 상상이 가시지요?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중세의 유럽인들은 땅을 가진 자 즉 Lord들만 힘이 있고 의미 있는 조직을 이끌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황령 또한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제는 많은 lord들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사라져 갔지만 지금도 그 전통은 유럽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교황은 ‘종교’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연히 교황도 ‘교황령’이라는 땅을 기반으로 권력을 가지는 존재였고, 따라서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땅을 넓히기 위해서 하나의 영주로서 주변의 영주들과 많은 전쟁을 치루었지요. 그 와중에서 베네치아의 아래 부분에 있는 ‘라벤나’라는 곳에서 시작하여 이탈리아 반도의 동,서해안을 연결하는 아주 커다란 영토를 가져 보기도 했지요. 지금은 다른 영주들과 똑 같이 전쟁을 통해 땅을 키웠고, 더 힘센 영주에게는 전쟁에서 져서 쫒기거나 땅을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교황령’의 규모가 되었지요.
또한 사람들은 어쨋거나 ‘종교’의 힘에 의해 다른 ‘영지’는 모두 국가로 흡수되었는데 ‘교황령’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공작’령이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공작령’으로서 독립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여러곳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안도라 4개국이 아직도 ‘공국’입니다. 그러니까 이들의 lord들은 모두 ‘공작’이지요.
그러니 이들은 모두 각각 state이고 모두 각자의 lord가 있겠지요? 이것을 우리나라말로 뭐라고 할까요? 그냥 ‘나라’ 또는 ‘국가’라고 해야 하고 ‘왕’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좀 길게 쓴 것 같지만 사실 이것을 강의시간에 하면 20분 정도 하면 되는 분량 뿐이 안 되는데 글로 쓰자니 지금 거의 2시간 째 쓰고 있군요.. 에고… 그래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길더라도, 유럽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이니 잘 읽고 익히시기를 바랍니다.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