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이크의 Piano Concerto A Minor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그 유명한 그리이크가 평생 남긴 단 한 곡의 피아노 협주곡...
요즈음 음악을 멀리 할 정도로 시간이 없던 터라... 푸른바람님이 올린 것을 보고도 바로 듣지를 못했네요... 그러다가 심신이 피곤한 시간에 그만 play button을 눌러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곧 기괴하고, 슬프고, 기쁘고, 이상하고, 의문스런 감정들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어찌할까요? 어찌 할까요? 어찌해야 하나요?
이것이 진정 1975년 녹음이란 말입니까?
50도 안 된 앙드레 프레빈이 저 지구상의 역사를 통털어 내 노라하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도 자기만의 음색을 내고 있다니... 그것이 먼저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Athur Rubinstein을 보십시요... 1975년이라면 우리나라 나이로 89세일 때입니다. 1887년 생이니까요...
90살이 다 된 저 사람이 진정 저 연주를 해 내는 사람인가?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로 촬영해서 편집한 것이 아닌가? 진정 놀라움과 경탄과 존경과 기괴함에 가까운 안타까움으로 음악을 들으며 계속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앉아있는 모습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이 피아니스트는 그 손놀림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통털어서 누구에게라도 지지 않을 것임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그려...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축복에 축복을 너무나 넘치게 받고 있습니다. 82년에 작고하신 이 위대한 연주자의 연주 모습을 이렇게 편하게 그냥 집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니... 아아! 의자에 앉아서 듣는 것이 차마 송구스러워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있음을 가능케 한 위대한 그리이크.....라니!!!
1악장 Allegro molto moderato... 뻔히 귀에 익은 곡인데도 이렇게 다른 분위기로 들리다니... 노르웨이 고향의 빙하가 깍아낸 피요로드 사이 사이를 여행하는 듣한 바로 그 향토적인 느낌... 이 곡을 감상하신 분들은 노르웨이의 피요로드를 구경해 보지 않아도 그냥 여행삼아 갔다 온 사람보다 더 자세하게 보게 될 것입니다... 감동 속에서도... 나도 모르게... 허허허!!! 크게 웃고 말았습니다. 정말 웃을 수 밖에 없는 음표들의 행진입니다. 참으로 어색하기도 하고 이색적이기도 하면서 저체적으로 어울어지는 알레그로의 피아노와 합주악기들의 소리들은 그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도 줄 수 없는 미묘한 웃음을 주는군요...
2악장 Adagio... 웬걸? 2악장에 들어오자마자... 노르웨이 국민음악에서 별안간 쇼팽의 피아노를 닮아가는 것을 느낌니다... 아! 그리이크가 낭만파에 속하는 이유를 명백히 알려 주지요... 그러다가 뒤로 갈 수록.. 슬픔은 쌓여만 갑니다. 그 슬픔을 쌓아 놓은 채로 2악장을 끝내는 그리이크가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지지요...
3악장..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느껴 보시지요...
루빈스타인만큼 절실한 소리를 피아노로부터 끄집어 내는 사람을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82년 그가 서거했을 때 가슴 저 아래로부터 먹먹함이 북받쳐 올라왔던 일이 기억에 납니다.... 21살 때에 모든 희망을 잃고 자살해 버렸던 남자... 목에 감은 혁대가 너무 낡아서 끊어지는 바람에 다시 살게된 남자...
그 절망과 고통 속에서 이 세상 최고로의 행진을 이룬 남자...
89세의 노인으로서 이처럼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은 역사를 통털어 루빈스타인 뿐임을 저는 당당해 주장할 수 있습니다.
아아! 그리이크여, 루빈스타인이여... 그대들은 진정 인간이었는가?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