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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아침을 여는 방법...

원래 저에게는 아침을 맞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 저에게 일상화 된 아침을 맞는 방법이 있었지요...

'아침을 맞는다'라는 말이 가진 뜻이 몇 가지 됩니다.
먼저 아침 여명이 밝아 오기 전에 일어난다. 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야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각 계절이 가진 의미를 몸에 새길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에는 아침 여명이 밝아 오기 전에 일어 나려면 정말로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힘들지요 반면에 여름에는 춥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겨울에는 새벽 6시가 다 되어도 별이 총총하지요. 그래서 늦게 일어나도 되지만 날씨가 추워서 일어나기가 정말 싫지요...

여름에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면 땀이 납니다. 그래서 몸이 끈적거려서 싫지요. 그러나 준비운동을 약간만 하면 바로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반면에 겨울에는 잘못하면 추위로 인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운동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만 운동을 열심히 해야만 추위를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열심히 하게 되지요... 특히 운동이 끝난 후에 하는 냉수마찰의 기쁨은 한 겨울의 아침을 여는 행위로서 '그만'입니다.

겨울에는 보통 5시쯤 일어납니다. (여름에는 4시쯤 일어났지요.) 일어나자마자 잠자리를 정리하고 바로 밖으로 나갑니다. 빤쯔위에 태권도 도복 한 벌만 달랑 입고 맨발로 때로는 영하 20도에 가까운 날씨의 어둠 속으로 뛰어 듭니다. 그러기가 정말 죽기보다 싫지요... 그런데도 그 어린 초등학교 때도 이 짓을 했습니다.
매일 하는 행사인데도 '나갈까 말까... 오늘 하루만 정말 딱 하루만 쉬자... 왜냐고? 오늘은 정말로 너무 추우니까...; 등의 자기 합리화를 만들지요... 그러나 그래서 안 하며 후회할 것이라는 것을 꼭 알기에 결국은 그 혹독한 추위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영하 10도가 넘는 새벽에 때로는 눈이 내려있고 때로는 무시무시한 바람이 부는 밖의 어둠 속으로 신발도 신지 않고 빤쯔위에 도복만 하나 걸친 모습으로 나가면 정말 생명에 위협을 느낍니다. 그러기 때문에 살기 위한 행동을 하지요... 그것은 바로 온 몸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피가 돌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무자비한 제가 개발한 운동이었지요... 태권도의 품세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처음부터 해 나가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투를 벌이는 것처럼 무지막지하게 소리지르고 뛰고 차고 30초도 안 되어 완전히 몸이 지치도록 만들고는 그 상태를 숨이 턱에 닿도록 유지하면서 계속 운동을 하지요...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나면... 정말 거짓말같이 몸이 더워집니다. 그리고 이제는 살 수있다는 느낌이 오지요... 그러면 정상적인 운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운동을 끝내면 주변 청소를 하지요... 꼭두새벽에 온 집안을 정리합니다. 마당도 깨끗하게 쓸고 눈이 쌓여 있으면 그 눈을 모두 치워버리지요...

식구들이 모두 일어나면 언제나 눈이 온지 몰랐지요... 창 밖에 우리집 마당은 언제나 깨끗했으니까요...

그리고는 동네 옆으로 흐르는 개울가로 갔습니다.
물살이 빠른 곳으로 가면 얼음이 얼지 않은 곳이 있지요... 그곳으로 가서 몸을 푹 ~ 물에 담그는 것입니다.  그때의 온 몸으로 밀려오는 환희란... 정말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리고는 물 밖으로 나와서는 온 몸을 수건으로 마찰하기 시작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보면 운동선수들이 한 겨울에 물 속에 들어가는데.. 그게 대단해 보입니까? 사실은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입니다. 텔레비전에서는 그게 대단한 것처럼 묘사가 되고 정말 그냥 물 속에 있다가 나오는 일을 하던데... 그건 냉수마찰이란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행위입니다. 그렇게 하면 그냥 춥기만 합니다. 그리고 나오자 마자 옷을 껴 입어야 하고... 그리고 감기도 걸립니다. 날씨가 영하10도가 넘는 날에는 그렇게 하고 그냥 끝낸다면 아마 동상이 걸리고 얼어 죽을 수 도 있습니다.

나오자 마자 수건으로 몸을 마찰해야 합니다. 힘이 다 빠지도록 마찰을 해서 온 몸에 피가 피부 밖으로 터져 나올 것 처럼 만듭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면... 정말..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온 몸은 열기로 휩쌓입니다.
그 추운 겨울의 눈보라... 무시무시한 강풍이 한 여름 시원한 바람보다 더 편하게 온 몸에 감겨옵니다...  그러면 개울가로 갈 때 입고갔던 두꺼운 외투를 그냥 어깨에 걸치고 웃통을 벗은채로 걸어 오면서 아침을 맞습니다...

밝아오는 햇살을 느낍니다.....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못할 기억들입니다.
그때, 매일 맞았던 아침... 별총총 새벽에서부터 아침을 맞을 때까지의 그 고통스러웠지만... 정말로 특별했던.. 나의 아침들....

이젠 그렇게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때가 생각나네요.. 오늘 아침에는...

이렇게 하면 딱 하나 나쁜것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그 추운 바람을 뚫고 웃통을 벗어제낀채... 그 당시 유행하던 country road나 yellow brick road같은 노래를 신나게 부르면서 집으로 가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그제서야 일어나서 온 몸에 두꺼운 옷들로 감고도 움추린 자세로 종종 지나가며.. 저에게 혹시 너 미치치 않았니? 라고 묻습니다.
여기에서 끝나면 좋은데.... 그 동네에 사는 제 친구들이 저로 인해 괜한 박해를 받았지요... "네 친구는 저런데...너는 왜 그 모양이냐?"

저는 늘 아버지인 자기도 안 그러면서 자식을 그런 이유로 야단치는 어른들이 이상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침을 맞아가며 살아 보시기 바랍니다.
운동 대신 독서를 하면서.. 아침을 맞으면 참 좋을 것입니다.

오늘도 열심히....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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