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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옷깃을 여미며...

오산 시청에서 방금 학부모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계속되는 강의와 회사업무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때문에 홈페이지에 들어올 시간조차 찾기가 힘든 날들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런 바쁨들이 내 인생을 좀먹고 있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지요... 책읽고, 사고해야 하는데... 이 세상일에 부대껴 나 자신을 잃고 산다는 느낌이 자꾸 듭니다.

아아! 공부하고 싶습니다.
저 깊어진 푸른 하늘위를 넘실대는 나의 상상력에
편안히 기댄 나 자신을 보고 싶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싣고 부는 저 바람의 냄새가 맡아질 때마다...
나는 공부와 생각에 대한 열병을 앓으며
새벽을 알리는 빛조각으로 부수어져 갑니다.

이제 옷깃을 여밀 때입니다.
세상일에 나의 옷고름을 풀어 헤쳐
밤새워 안아보던 일은 이제
버려야 할 때입니다.
그토록 애절하게 나를 갈구하던 철학과 낭만은
정갈한 차림으로 땅거미에 묻혀가는 나를 봅니다.

세월의 바람이 매서운 손톱을 세웁니다.
나는 나의 옷깃을 여미며
세월의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리고는
계곡에 남아 외롭게 사는 메아리가 되어
나는 진리 속으로 쓰러져갑니다.
아! 나는 공부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부를 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것에 정당성을 주지는 못합니다.

다시 옷깃을 여밉니다.
그리고 다시 공부에 빠지렵니다.

찬 바람에 퍼뜩 놀란 ernest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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