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아침에 뒤산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저는 일 주일에 두 번 정도 아침식사후에 산책을 합니다. 사실 산책보다는 걷기 운동이지요. 땀을 흠뻑 뺄 정도로 하니까요...
아파트 단지 뒷편에 아주 좋은 가벼운 등산 겸 산책코스가 있어서 거기를 이용합니다.
꽤 여러분이 이 산책로를 이용해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지요... 야트막한 정상까지는 약 40분정도 걸리고 왕복 1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참 좋은 아침운동이 됩니다.
정상에는 가벼운 운동기구들이 있어서 여기를 찾는 분들이 10여분 정도 운동기구들을 이용한 운동을 하고 하산한답니다. 물론 모여서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여기에서 아주 터를 잡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요...
그저께도 이 정상까지 가서 가벼운 철봉에 매달리기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는데 꽤 많은 분들이 모여서 요즈음의 모 방송국에서 하는 '동이'라는 드라마에 대해 열을 뿜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드라마를 본 적은 없으나 이름만은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되는 것으로 보아 '장희빈'과 그 아들 '경종'에 관한 이야기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흐름은 이랬습니다.
갑 아주머니 - "아니 저번에는 애가 어렸을 때 사약받구 죽더구먼... 이번에는 애가 다 커가는데두 아직 그 엄마가 살아있어... 언제나 죽으려나?"
을 아주머니 - "그게 연산군이지? 연산군 엄마가 전인화인가 누군가 했을 때는 일찍 죽었는데...
병 아저씨 - 글쎄, 연산군 엄마가 장희빈은 확실해.... 근데, 아직두 안 죽었어?
이때, 옆에서 훌라후프를 돌리던 아주머니가 천지가 갈라질 정도의 코메디를 선물하셨습니다.
정 아주머니 - "앗따, 그게 방송국마다 다 틀리는 거여.... 드라마를 볼 때는 드라마로 봐야지.. 역사로 보면 안 되는거여...
저는 정말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저도 모르게 너무나 너무나 웃겨서 그만 '하하하' 웃고 말았습니다. 저는 순간 민망했으나.. 모두들 훌라후프를 돌리던 아주머니의 명확한 해설에 고개를 끄덕이느라 저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았으므로 쉽게 그 순간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재미있었지만 답답하기도 하여 거기 모인 분들께
"연산군은 조선 초 성종의 아들이며 그 어머니는 장희빈이 아니고 폐비윤씨이며, 장희빈은 조선 말기 숙종 때의 이야기로서 그 아들이 경종이다... " 정도의 이야기는 해 주고 싶었으나... 사람들의 머리만 복잡하게 만들게 할 것 같아서 그냥 내려 왔습니다...
내려 오면서.. 정말로 크게 여러번 웃었습니다... 모든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라가는 것 같은 큰 웃음을 웃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들에게 매우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문강사가 아닌 분들도...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연산군'과 '경종'이 방송국마다 바뀐다는 엄정한 판단과 그 판단에 모두 머리를 수그리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저 몰라서 그럴 뿐입니다.
그 아주머니들과 '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고작 조선조 왕의 이름을 몇 개 더 외우는 실력의 차이 뿐이 없을 터이지요... 그 아주머니들은 저보다 왕의 이름을 더 모르는 대신... 밥짓는 실력은 더 클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그 아주머니들을 비웃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해야할 뿐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공부를 비스마트인들 모두가 하시기를 바라는 뜻에서... 그리고 모든 지식의 근본은 호기심이라는 것을, 꼭 잊지 말라는 뜻에서... 우리 같이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 나갈 것이 없는가 주변을 훓어 보았습니다....
그 아주머니들의 이야기가 귓전을 울려서 자꾸만 컬컬컬 웃으며 내려 오는데...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하! 가벼운 산책 쯤은 누구나 해야하니까 이걸 이용해서 비스마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말이지요...
여러분!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오가는 길에 매일 매일 맞딱트리는 야생식물들의 이름을 알 수가 없다는 것에 매우 답답함을 느꼈읍니다. 여러분은 안 그랬나요?
길거리에 버려진 것처럼 자라는 야생화와 야생초... 어떤 것은 내 평생을 거의 매일처럼 보아왔는데도.. 그래서 그 이름을 알고 싶은데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야생초" 또는 "야생화"로 부를 수 밖에 없는 것들...
인터넷 시대라는 것이 저는 너무 고마운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들의 이름을 알 수 있다는 것... 물론 인터넷에 올라온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답답함 만이라도 풀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전문강사교육과는 별개로...
비스마트 인들을 위한 새로운 공부 분야를 저와 같이 공부하자고... 권하면서...
매일같이 맞닥뜨리는 야생화나 야생초를 생각했습니다.
저는 요즈음 산책을 할 때마다...
이름들을 하나씩 외워 나갑니다. 대부분의 풀들이 서양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는 것들이어서. 한글이름과 함께 영어이름을 대비해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도대체 저 풀은 이름이 무엇일까?
인터넷이나 책으로 공부하려면... 내가 매일 보는 확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서 참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희한한 풀이나 꽃 이름을 알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우리 주변에 누구나 볼 수 있는 그 풀이나 꽃이름부터 알아 내는 것.. 그래서 매일 아침 산책 때마다... 라디오 틀고 야구중게 들으면서 다니지 말고 풀들에게 그 이름을 불러 주는 것....
어떻습니까?
시간날 때 마다 이런 것들을 사진자료와 함께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도 꼭 산책을 하면서 이 풀들의 이름을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니 문득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이 나네요...
한 번 읊으면서 오늘을 맑게 색칠하시기 바랍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오늘도 독서하고 사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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