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800의 High Camp에서 쏘롱라를 넘기위한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치솔질조차 용기가 안나는 추위 속에서 주섬 주섬 잘 준비를 했습니다.
안 해 보신분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니 언젠가 해 보시기 바랍니다.
방안 온도가 영하 10도가 넘습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고충은 그렇게 해야만 하는 자신이 불쌍해 질 정도가 되지요...
아무리 옷을 껴 입고 침낭속에 움츠려도 내 몸을 얼리기 위한 추위의 노력에 혀를 찰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공격은 늘 새벽에 시작해야 하니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것의 아침은 해가 솟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보통 사람이 사는 마을에 해가 솟기위해서는 해가 지평선위로 떠 올라서 수 많은 산 능선을 넘고 그 햇살을 뿌려야 합니다.
그런데 히말라야는 한 없이 위로 솟아 올라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각으로 4 ~ 5시가 되면 해가 산을 비추고 있습니다. 네팔에서 새벽에 일어나면 주변은 어두운데 멀리 히말라야 산봉우리는 햇살을 받아서 밝게 빛난답니다.
그게 너무나 신비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지요..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햇살이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공기층을 통과해야 하지만, 히말라야의 고봉에는 산소가 꽤나 적기 때문에 여기를 비추는 햇살은 약해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햇살을 받기 시작하면 고봉들의 얼음은 쉽게 녹아버립니다. 그러면 풀하나 없는 등산로는 오직 강한 추위로 얼어 있을 뿐인데 그 얼음이 녹아 버리면 발로 밟는 돌이 쉽게 낙석이 되어 버립니다. 매우 위험한 일들이 발생하지요..
그러다가 낮12시가 되어서 해가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급격히 다시 얼기 시작합니다. 물론 산능선에 다가갈 수록 좀 다르지만...
그 상황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나서 20도가 넘는 추위에 아무리 깊게 숨을 들여 마셔도 허파는 산소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칩니다. 풀하나 없는 황량한 곳을 걸을 준비를 하고 있으면 스스로 내가 미쳤을거야... 라는 한탄이 나오지요...
3시에 겨레를 깨웠습니다.
대견스럽게도 늘 겨레는 힘들어하면서도 잘 일어 납니다.
보름이 넘는 시간을 이러고 있으면 정말 따뜻한 샤워가 천국의 감로주만큼보다 더 달콤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하산하면 가장 먼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 주리라... 그 기가막히 자유를 만끽하리라.... 히말라야를 걷는 모든 사람들이 이 생각을 할 것입니다.
이 먼길을 모두가 가이드에 포터까지 고용해서 가는데...
무슨 조화인지 저와 겨레는 그렇게 갔다 오면 뭘 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황량한 히말라야에서 지도만 달랑 든 채... 그 모든 짐을 둘이서 나누어 지고 그 짓을 합니다. 이것 저것 준비하고 새벽음식을 든든하게 먹습니다. 그러고 나니 4시입니다.
출발했습니다.
반보씩만 걸어도 아니 가만히 있어도 숨은 턱까지 차 오릅니다.
두꺼운 트레킹화를 비웃듯 발가락은 잘라질 것 같은 통증을 느낍니다. 동상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아니 모릅니다. 그건 다 젊었을 때의 이야기니까요...
마음같아서는 신발을 벗고 따뜻한 손으로 주무르고 싶은 마음 죽을만큼 간절하지만... 그자리에 멈추어 설 수도... 땅에 앉을 수도... 장갑을 벗을 수도... 신발을 벗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저 물밖에 나온 고기가 입을 검벅이듯이 공기를 들이 마십니다...
그러나 산소가 부족하니 참으로 미치려고 합니다.
고산증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니 나에게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야 하니까...
그렇게 오전 10기가 되자....
마르샹디에서 깔리간다끼로 넘어가는 분수령.. '쏘롱라'가 보입니다.
해발 5416미터라고 쓰여 있네요...
그렇게 겨레와 난 깔리 간다끼의 황량함으로 넘어 들어갔습니다.
그날이 생각납니다.
다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강을 찾고 싶네요...
안나푸르나의 모든 준봉과 피상피크, 틸리초 피크, 히운출리까지 모두 보아가며 그 미칠 듯한 산길을 350km를 걸었습니다.
그때가 기억이 납니다.
저는 건강을 찾기위해 노력합니다.
찾고 나면 저와 함께 가실 뿐...
손 들어 보세요...
제가 스스로 직접 모든 것을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아무리 설명을 잘 들어도 직접 해 보는 것의 느낌 그것의 십분지 일도 알 수가 없지요..
히말라야를 직접 걸어보고
5000 미터의 고산에서의 낮은 기압을 직접 경험해 보고...
그 지독한 육체적 고통과 그것을 넘는 정신적 고통을 경험해 보아야만..
알게 되고 느끼게 되므로... 그냥 하는 것일 뿐입니다.
설명을 이 정도 들었으면... 사진에서 느낌이 오실 것입니다.
한 번 보시지요...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