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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앞에서...

가끔 누구에게 말 못할 속상한 일이 있다거나...
아니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있을 때 제가 자주 찾는 것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국보 제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입니다.
그런데를 갔다고 하면, 사람들이 '시간이 많아서' 편한 '고민'을 한다고 오해할까봐...
아무에게도 말을 안 하고 그냥 혼자 갑니다.

방이 독립되어 있고... 작품의 보존을 위해 방을 어둡게 해 놓았는데다가... 그 앞에는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의자까지 있어서...

홀로 미륵보살반가사유상 앞에 앉아서... 그 신비한 미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많은 생각이 정리가 된답니다.

제가 늘... 독서하고 예술을 가까이하기를 여러분께 권하는 이유는 이 세상의 그 어떤 방법도 이 보다 더 쉽게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주지를 않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에도 몇 시간씩이나... 그토록 싼 중앙박물관 주차 요금이 오천원이 되도록 그 앞에 앉았다가... 섰다가를 반복하며... 금동미를보살반가사유상과 단 둘만의 대화를 했습니다. 참 많은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세상에 관해서... 삶에 관해서... 사랑에 관해서... 미움에 관해서... 그리고 선과 악에 관해서...
 
저는 미륵보살에게 당신이 만들어졌을 삼국시대 후기를 기준으로한 생각을 듣습니다. 그리고 나는 현재의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보면... 이미 알았던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생각해 내게 되고.. 뭐 그렇지요...

인간의 말은 본질을 가리키는 형식일 뿐입니다. 이 세상에 "꽃"이라는 물체가 없으면 "꽃"이라는 소리는 없거나 아니면 다른 물체를 가리키는 말로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니 "꽃"이라는 소리나 문자가 "꽃"이라는 사물자체가 될 리가 만무입니다.

따라서. 만일 이 세상에서 "꽃"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한다면... "꽃"을 없애야 할 일이며... "꽃"이란 소리나 문자를 없애는 것은 아무 쓸모없는 짓이지요...

후자를 택한다면 "꽃"이란 소리나 문자는 아무 잘못없이 괜히 "꽃"이란 놈이 잘못을 저질러서 대신 벌을 받는 것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육체와 그 육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과 생각마저... 어떤 조건에 의해 형성되어진 '형식'에 불과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언제인가... 기가막힌 영어학습방법론을 부르짖으며 '아침부터 잘 때까지 그냥 영어의 바다에 빠져서 영어만 사용하면 영어는 쉽게 된다.'는 이상적인 주장을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영어의 바다에 빠지는 것은 어느 영어 학습자가 결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사람들은 의지가 강해서 영어의 바다에 빠진 것이 아닙니다. 영어의 바다는 있으면,,, 아무리 사람이 빠지지 않으려 해도 빠질 수 밖에 없으며.. 영어의 바다가 없으면... 아무리 사람이 빠지려해도 빠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었지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자기가 속한 사회를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영어의 바다'에 빠지는 공부방법을 권하는 사람은... "영어의 바다"에 빠지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면 안 됩니다. 그건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니까요...필시 그 사람은 한국에 "영어의 바다"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폈는데... 사람들은 영어의 바다가 없어서 못 빠지는 것이니... 아마 "영어의 바다"를 한국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런 주장을 폈었겠지요...
그러나 사실 생각해 보면 그건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말"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고자 하면 이세상에 그 무엇이든 해 내지 못할 일이 없게 되지요...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일은 우리 생활의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절대로 비스마트인이 해야할 일은 이 것을 알기위해 공부하고 사유하고 독서하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오직 "잘못"이외에는 나올 결과가 없습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람의 그 어떤 행동이나, 말이나, 생각조차도... 오직 그 사람이 속한 '사회'와의 교류에서 생성된 형식적인 것일 뿐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나 생각을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오직 형식을 추구하여 그 안에 있는 본질을 보지 못하는 과실일 뿐임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비스마트인들이여...
죄를 미워하되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본질을 보되 형식을 보지 말라는 말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오직 오늘도 더욱 집중하여 공부하고... 생각하고.. 독서하여서... 스스로의 형식을 깨는 진정한 영웅들로 다시 태어나시길 바라며... 이 세상을 선과 악으로 양분하지 말고.. 주변의 사람들을 선인과 악인으로 나누지 말며...

"네가 네 이웃을 판단한 그 기준으로 내가 너를 판단하리라."라는 예수의 말씀을 가슴 시퍼렇게 잊지 마시고... 오늘 하루.. 또 책읽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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