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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끝까지 읽기를 권하는 글

주말 마라톤까지 참여하느라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번교육이 약간 더 힘들었습니다. 체력적으로...

그래서 토요일 오자마자 쉬고 일요일에도 오전에는 쉬고 오후에는 가족 모두 도서관에 갔습니다. 이것 저것 정리하고 오랫만에 도서관에 꼽힌 책을 한 권 뽑아서 잠시 읽는 여유도 즐겼습니다.
그리고 화장실도 갔다 오고 도서관의 이곳 저곳도 가끔 서성거렸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깜짝 놀랄 일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깜짝 놀랄 일이 전혀 아니었지요...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그러지 않는 것이 오히려 깜짝 놀랄 일이지만... 오랜동안 그 현실을 잊고 산 저는 그만 이것이 무척 새로운 일인양 그저 깜짝 놀랐지요...

그 일이란 것이.. 그 도서관에 모두 열심히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린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보는 공통적인 책이 바로 문제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십년전이나 이십년전이나... 이 세상이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는데도 변하지 않는 것.... 한국의 도서관에서의 일상적인 풍경이자 동시에 너무나 생소해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문제집을 푸는 것입니다.

중.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모두가 당연히 문제집을 풉니다. 그걸.. 도서관에 와서 하지요...  이 놀랄만한 풍경이 동시에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라서.. 도서관에 가서 문제집을 안 푼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지냈네요...

이렇듯... 사람은 자기 주변의 익숙한 일에 대해서는 그 좋고 나쁨이나 잘되고 잘 못됨의 판단마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성경의 말씀이나 불경의 말씀이나 사서삼경에 나온 이야기 마저도 아무리 영혼을 살리고 자신의 생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라도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그냥 생활일 뿐... 그것이 자신의 깨달음과 연관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문제집을 열심히 푸는 행위로 자신의 삶을 의미없게 만드는 행위나.. 그걸 보고 당연히 공부라고 생각하는 행위나.. 잘못과 잘됨의 기준은 늘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무심한 습관에 걸려 있을 뿐...

그 무심함 속에서 아무리 자신의 인생이 겉도는 무지의 늪에 빠져 있더라도 그것이 생활화 되면 그건 바로 그대로의 의미있는 생활로 자신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 그걸 또한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비스마트를 몇 년씩 하다 보면... 참신했던 저의 말이나 글도 이젠 진부해져서...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리게 될 것입니다.

제가 긴글을 써 놓으면.. 그게 다 읽기 귀찮아져서 그저 몇 군데 눈길을 주었다가는... 그게 맨날 그 소리로 보이고 들리므로 더 이상 자세히 읽을 필요가 없는 글들이 되어 갈 것입니다.

하물며 저의 이야기 뿐이겠습니까? 몇 천년을 반복되어온 성현들의 소리는 이제,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한 채 단순한 '소리'로서만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등등의 이야기는 이제 그 의미는 아예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순간순간의 기분에 따라 다른 의미로 나타나는 진부한 '소리'로만 존재합니다.

이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이 쓰여져서 진부해 진 것일까요? 진정???

아닙니다.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이 아무 발전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스스로 책읽지 않고 생각이 없되, 이런 글들을 하나 더 외우는 것이 실력을 나타내는 근거로 작용한다는 생각에 외우고 써 먹을 뿐인 것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정체된 자신을 좀 더 많이 아는 사람으로 포장하는 포장지의 역할을 하게 할 뿐입니다.

성현들의 말은 어떤 경우라도 진부해 지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 같은 것들은 언제나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 노력하여서 자기 자신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거기에서 이 말은 진부해 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들리게 되는 "지식"의 바다에 떠있는 "자기가 아는 지식"의 뗏목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알게 된 만큼 그것이 내가 모르는 무지의 바다와의 접경이 커지게 되지요.. 그래서 원래 모를 때는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아무 의문이 없다가.. 어느 정도 알게 되면 더욱 더 강한 호기심이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나 자신을 실제로 알아가면 알아 갈 수록 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너무 많이 사용해서 진부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새로워지는 말이지요...

모든 성현들의 말은 그런 것입니다.

여러분이 푸는 문제는 자꾸 풀어서 답을 잘 알면 알 수록 다시 한 번 더 푸는 것이 쓸데없는 것이 되어서 다음 단계의 문제로 넘어가게 되지만.. 진정한 공부는 그 부분을 공부하면 할 수록 더 모르는 것이 생겨서 그 것을 더 깊이 공부하고 더 잘 알기 위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지요...

그게 문제풀이 식의 공부와 진정한 공부의 차이입니다.

여러분이 비 스마트를 하는 이유... 또 제가 여러분에게 비 스마트를 하기를 권하는 이유는... 진정한 지식을 바탕으로 공부하면 할 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바가 더욱 궁굼해지고 그 알고 있는 바가 너무나 귀중해져서 더욱 공부하나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을 잘 알게 되는 방법을 배우라는 이유입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되.. 이미 저의 이야기와 말은 커녕,,,이 세상을 존재하도록 역사를 살아서 호령하는 위대한 성현들의 말씀마저도 진부한 것이 되어서 더 들을 필요가 없는 완벽한 사람이 되지 마시고...

늘 이 성현들의 말씀에 굶주리고,,, 매일 듣는 같은 말이라도 매일 새로운 말씀으로 듣기 위해 내가 매일 바뀌는 진정 의미있는 삶을 택하시길...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서... 가슴깊이... 간곡히... 한 없는 손짓으로 여러분께 간청드립니다.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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