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내셔날 움브리아 박물관으로 간다. 1층에 서점이 있다보니 근래들어 부쩍 책에 관심이 많아진 민주가 이것저것 뒤적이며 하나 사주었으면 하는 눈치이다. 책값도 어찌나 비싼지 일단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입장료를 계산하며 책을 사주게 된다.
이 나라는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이 박물관이요 미술관이라 여러 개의 박물관을 패키지로 묶어 팔기 때문에 시간을 잘 이용하면 비용을 좀 아껴 많이 볼 수 있는 잇점이 있는 것 같다. 이는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이다. 박물관은 1-2킬로 반경내에 있어서 도보로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는 2층부터 관람하기 시작했는데 13-14세기의 회화들이 얼마나 즐비한지 뒤로 넘어 갈 지경이었다. 사실 한국에서부터 미술에 관심있어 하며 미술관순례도 하고 미술사책도 보고 우리 비스마트에서 하는 미술수업에서 조금씩 귀동냥을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널려있는 회화작품이 그리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나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하며 알고 봐야 재미있는 서양미술을 아주 조금 접해왔기에 더욱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 가장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름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아니라, 도대체 이 나라는 이 많은 작품들을 어찌 이렇게 온전하게 보존하며 동네마다 관광객의 발길을 잡아둘 수 있는 온갖 진귀한 예술작품들이 있냐는 것이다. 그 옛날 우리나라의 화가하면 김홍도, 신윤복 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그냥 놀랄 수 밖에 없다. 봐도 봐도 끝없이 걸려있는 그들의 회화작품… 무명화가의 작품들도 유명한 화가의 작품과 진배없이 대단하다. 그 오래전에 그린 템페라화가 이렇게 온전할 수 있는 것일까? 작품 수를 보면 도대체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인돌이나 원시인들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벽화 등이 있다면 완전 뉴스거리이고 가서 본다해도 별거없는데 이렇게 널려있는 예술작품에 그저 놀랄 수 밖에 없다. 예술이 그렇게 흔했다면 그들의 생활수준도 짐작할 수 있는게 아닌가? 참으로 놀라운 나라다. 나는 지금까지 30번이 넘게 해외에 나간 것 같은데 어떻게 이태리를 이제사 온단 말이냐? 갑자기 맥박이 빨라진다. 다보탑 석가탑을 배우며 돌을 떡주무르듯이 했다는 국사책의 문구에 대해 남편과 얘기하며 하하 웃는다. 남편이 말한다. 돌을 떡주무르듯이 했던 사람들은 서양사람들이야, 기원전부터…이럴 수가 없다, 하지만 얘들은 널려있는 문화재에 귀한 걸 모르고 조상이 물려준 유산에 게으르게 살아가니 우리에게 따라잡히는 것도 시간문제지…
우리는 움브리아 박물관에서 대만족해 페루지아에서의 일정은 이 정도에서 마치기로 했다. 아, 정겨운 페루지아! 조용하고 아늑하고 중세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나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도시! 다른 박물관은 이제 지쳐서도 못보겠다하며 우리는 피렌체로 향했다.
< 우리는 피렌체로 간다>
Firenze는 영어로 Florence라고 하면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주도이다. 인구는 36만명인데 토스카나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로마에서 233km떨어져 있고 비행기로는 30분거리라고 한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타고 피렌체로 가고 있다. 수동기어라서 운전을 도와줄 수 없는 나는 내년에는 수동을 연습해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남편이 너무 졸려 좀 자야겠다며 휴게소를 찾는다. 박정희 대통령이 벤치마킹했다는 이태리 고속도로는 그래서 그런지 많이 낯이 익다. 그러나 휴게소는 한국만큼 최첨단이 없는 듯하다. 한국처럼 대규모이고 화장실도 즐비하고 멀티기능을 갖춘 휴게소는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휴게소 (Area Service)라고 씌여진 이정표는 휴게소가 거의 다가온 다음에야 발견할 수 있다. 좀 미리미리 알려주면 안되는 것인지 잠시 쉴수 있는 SOS 지점은 상당히 많지만 휴게소는 몇십킬로에 하나인 것이 이정표가 친절하지 않다. 게다가 가까스로 나타난 휴게소가 들어가는 입구가 입구같지 않아 이곳이 아닌가봐 했다가 지나치는 바람에 어찌나 잔소리를 들었던지…
피렌체 입구에 거의 다다라 또 하나의 휴게소가 나타나 간식거리를 샀다. 우리나라만큼 먹을 것 풍성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휴게소 마트에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다. 특히 네팔과 인도를 여행한 겨레는 항상 우리나라엔 너무 많은 먹을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게 꼭 좋은 점은 아니다. 이 곳 휴게소에서 우유와 요거트를 샀는데 우유에 설탕이 들어있었던지 민주는 너무 맛있다며 이태리우유는 초딩입맛에 딱이라나? 우유를 잘 안먹는 애가 맛있다고 홀짝홀짝 다 마셔버렸다.
저녁 때가 다 되어 Hotel Grand Meditariania를 찾아 투숙했다. 이 나라 호텔은 거의 다 투숙객에게 주차비를 받는데 보통 하룻밤에 18유로이상을 달라고 하므로 우리돈으로 32000원이 넘는 것인데 호텔 앞의 주차공간에 대면 저녁 7시부터 아침 8시까지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운이 좋게 빈자리를 차지하여 비용을 아끼게 되었다.
우리는 가족모두가 담백한 식사를 좋아해 밍밍한 빵에 과일섞은 요거트를 좋아하고 우유나 커피한 잔이면 잘먹었다고 하는 사람들이라 장기여행에 비용을 아끼기가 수월했다. 먼저 슈퍼를 찾아 과일, 우유, 빵등을 쇼핑하고 Pizzaria를 찾아 피자 2각을 제로코크와 함께 먹었다. 이태리 피자는 얇고 토핑이 간단해 사람들이 야외식당에 앉아 여자고 남자고 커다란 피자 한판을 혼자 썰어 다 먹는 모습을 흔히 보는데 그건 피자가 얇기 때문이다. 우리 식구들은 이태리 피자를 좋아한다. 장작에 익힌 이태리피자맛은 은근히 매력있다. 저녁을 먹고 이제 야경을 구경하러 나선다.
아르노강변에 위치한 우리호텔은 어디든지 근접하기 편하다. 물근처에서 아름다운 달과 별을 찍고 불우한 불법체류자들이 하는 야시장을 돌아보았다.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동양사람, 아프리카사람 등등 가게주인들은 멀티 국적자들이다. 이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겠지. 그렇다고 여기서 풍부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며 손님도 많지 않은데 밤새 가게를 지키며 하루하루 살아가겠지. 아프리카 북이라도 사주고 싶었지만 그것도 부피가 크고 비싸서 결국 사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