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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오랫만의 들볶기 - 독서와 생각에 관하여

제가 안나푸르나 갔다 온 뒤로 여러분이 많이 편해졌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들볶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들볶지 않아서일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스스로가 독서와 사고하는 생활이 습관화 되어있지 않으면 사실 저의 말이 끝나는 즉시 다시 자신도 모르게 독서와는 먼 생활을 하게 됩니다.

독서는 여러분의 영혼에 양식을 주는 행위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으면 그 영혼은 굶주려 죽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영혼이 굶주려 죽으면 사람들은 매우 편리하게 살게 되어 있습니다. 영혼과 관계된 모든 일에서 더 이상 어떤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될 지라도 더 이상의 양심의 가책따위는 느끼지 않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독서'에 대한 갈망이라도 살아 있게 되면, '책을 읽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 자신에게 미안해 집니다. 사회적인 불행한 소식이 전해지면, 이 사회의 일원인 나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발생되는 것에 대해 일정부분 책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 정진하여 책읽으려고 노력하고, 자신과 사회와 그 역사를 알기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나 책을 안 읽게 되면, 그리고 결국 책을 안 읽는 것이 오히려 편해지면, 그때부터, 참 뻔뻔하게 살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주변의 어떤 일이 일어나던지, 그 부정적인 측면은 자기 자신을 쏙 뺀 누군가의 죄로 뒤집어 씌우기 위해 책읽을 시간이 있을 수가 없게 됩니다.

오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축구경기가 무승부로 끝났답니다. 북한에서는 권력승계문제가 이슈가 되는 모양입니다. 오바마는 북핵문제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랍니다. 증권시장은 아직 불안합니다.

책을 읽지 않게 되면, 여러분은 남을 욕할 일만 해도 너무나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을 점점 더 예민하게 느끼게 됩니다. 오늘 일어난 일들만 해도 신문의 몇십페이지를 채우고도 남았으니... 그 하나 하나의 사건마다.. 현 대통령을 욕하거나 돌아가신 전 대통령을 욕하거나 어쨋든 누구를 욕해야 살 수가 있으며, 릴레이 시국선언 중인 교수들을 욕하거나, 그 분들이 대상으로 논하는 현 정부를 욕하거나, 어쨋든 누구 하나를 욕해야 시간이 갑니다.

늘 책 한 줄 읽지 않고 이미 영혼이 사망한 자신에게는 무한히 관대하게 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스스로의 머리에서 사라집니다.

그 이유는 바로 무한한 지식의 바다위에 내가 타고 있는 배의 크기(즉 자신의 지식의 크기)만큼 즉 객관적 지식의 바다와 내가 주관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식의 크기와의 접점 만큼만 나의 지식과, 나의 잘못과, 나의 장점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가 현재 책을 읽지 않으면, 나의 영혼은 그 순간 부터 굶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기아에 허덕이게 되어 어떤 순간에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됩니다.

여러분이 단 한 끼라도 건너 뛰게 되면 배가 고플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든 무엇으로 배를 채우더라도 채우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끼를 먹느라고 적어도 2시간 이상을 소비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몇 만배나 중요한 영혼의 음식은 자신의 영혼이 굶어 죽을 동안 하루에 단 10분도 할애할 수 없다면... 기가 막힐 뿐입니다.

제가 하루에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책이든 2시간 이상의 독서시간을 확보하는 이유가 바로 내 육신을 유지하기 위한 식사시간보다 영혼의 식사시간이 적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또한 기가 막힐 뿐입니다. 몸뚱이를 유지하기 위한 식사는 꼭 정해진 시간에 꼭 일정한 시간을 빼어서, 일부러 바쳐야 하지만, 영혼의 식사를 위한 시간은 짬을 이용해도 되니까, 이 또한 미안할 정도의 비교입니다.

누구를 만나기로 했으면 그 사람을 기다리면서 책 읽고, 전철을 타면 이동하는 동안에 남들은 멍청히 있을 동안 책읽고,,, 뭐 그러다 보면 하루에 2시간의 독서시간을 채우는 것은 정말로 쉽게 됩니다.

그저 멍청히 하루를 보내면서,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최소한 그런 사람들이 되지 마시고...
오늘도 책읽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지내시기 바랍니다.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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