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떤 방송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청소년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한국이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차지 했다는 겁니다.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이 방송되는데, 저는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야 말았습니다.
첫째, 아이들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 끊임없는 어른들의 정신적 폭력에도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라는 느낌을 아직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끝내 자신의 영혼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 제가 보기에는 이 정도이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나이에는 이제 인생자체를 도외시하고 오직 돈만을 벌기 위해 사기치고 남을 속여도 어떤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되었을 것 같은데… 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그 폭력을 견디어 내면서도, 아직도 인간적인 면을 부여잡고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은 그저 불행할 뿐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아이들…..
아! 누가 이 아이들에게서 행복을 빼앗아 갈 권리가 있단 말인가?
아! 누가 이 아이들로부터, 피범벅이 된 남과의 경쟁이란 전장에서 점수로 환산된 승률을 바탕으로 남을 짓밟고 오직 ‘돈’만을 추구할수록 위대해지고 그렇게 사는 것이 바로 인생이란 법칙을 강요할 권리가 있단 말인가?
나는, 길거리에 서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손으로 옷깃으로 막아가며, 이 어린 선생들의 설교를 들어야 했습니다.
“인생이란게 너무 허무하잖아요. 학교갔다가 학원갔다가 하루 종일 공부만 하고…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이 땅의 어른 들이 한결같이 그들의 영혼을 짓밟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시켜 왔건만, 그들은 어디로부터 이 고귀한 진리를 깨달았는지….
나는 그들이 고마워서 그리고 너무나 대견스러워서,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이 나에게는 절망하지 말라는 채찍으로만 들려서, 차라리 골목 한 켠으로 뛰어들어가 울고야 말았습니다.
둘째,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했습니다.
아프리카는 가난과 기근의 전쟁터요, 팔레스타인은 폭력의 전쟁터인데 한국은 숫자로 환산된 성공을 위해 영혼을 파는 전쟁터입니다. 그 전쟁터의 최전선에 자기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배치되는 이 땅의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했습니다. 책과 5개의 도시락을 싼 가방이 너무나 무거워 차라리 바퀴가 달린 여행용 가방을 끌고 길거리를 걸어야 하는 아이들. 노는 시간까지도 이제는 과외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걷는 모습은 몇 년 후 삐뚤어진 인생관과 본질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는 기괴한 괴물로 성장해야 하는 운명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저 이름도 모르는 그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해서 자꾸 눈물을 훔쳐 내었습니다.
셋째, 그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이 땅의 어른으로 살면서,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책하고 또 자책했습니다. 책 한 권 읽지 않고도 완벽한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어른들… 그래서 잘못된 아이들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어른들… 나는 그 어른들 중의 한 명이 되어서 아이들의 영혼을 팔아 그 대가로 ‘돈’이라는 물질을 추구하고나 있지 않은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이 아이들의 절규를 들을 귀나 제대로 있는 것인지… 그래서 영혼의 폭력을 아무 양심의 가책도 없이 이 어린 천사들에게 가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도.. 이 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힘의 한계라는 것에 의지해 나의 의무를 게을리 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패여 나가도록 이 아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돈’이, 스포츠 기사가, 연예인들의 허접한 일상이 이들의 다급한 절규보다 천만배나 우선시 되는 이 왜곡된 현실에서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책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 절규가 들리지 않는지요?
만일 들린다면 이대로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만일 들리지 않는다면 들을 귀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이대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는 것이 들을 귀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요? 길거리로 뛰쳐나가서 분노의 함성을 질러야 하나요? 누가? 누구에게? 분노의 함성을 지르면 해결될까요?
책 읽으시기 바랍니다.
주변사람들에게 책을 권하시기 바랍니다.
자기자신과 자기 식구들 만이라도 먼저 책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이 모든 것을 바로 잡기 위한 혁명은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싸움의 결과가 아무 것도 없는 길을 택하는 것이면 안 됩니다.
싸움을 하든 참든 그 결과가 인류를 위한 아름다움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면 그 어떤 투쟁도 폭력일 뿐입니다. 인류를 위한 아름다움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 외면적 행동이 싸움을 하는 것이든 참는 것이든 그 내면적 행위에는 ‘독서’가 전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내가 책을 읽어야 내 인생을 찾을 수 있음과 동시에, 내가 책을 읽어야 이 아이들을 올바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어야 인류가 스스로를 멸종시키는 행위에 골몰하고 있는 이때에도 살아 나갈 방도가 생깁니다.
그러니 여러분이여….
내 인생의 귀중함과 진중함을 알고, 죽어가는 어린 영혼들을 살리고, 내 자신이 이들을 죽이는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책을 잡으시길… 눈물로… 사랑으로… 간절하게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