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저도 기행문이나 아니면 사진도 많이 찍어 왔으니 네팔 여행 포토 에세이라도 한 권 내어 볼까 합니다. 혹시 기행문을 써 볼까 하고 매일 매일 조금씩 그날의 일과 여행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긴장도 풀 겸 해서 안나푸르나로 떠나는 날의 일을 적어 봅니다.
여행기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평가해 주시고, 읽으면서 긴장을 풀고 웃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기 전 주의 사항..
1. 이 글은 절대 네팔인을 비웃기 위한 것이 아니고 그들의 순수함을 나타내고자 하는 글이니 혹시 이 글을 읽고 네팔에 대한 오해를 가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
2. 네팔의 화폐단위는 '루피'이고 영어로는 Rs로 줄여서 표시함.
3. 네팔 루피와 한국의 원의 교환가치는 약 1루피 = 20원 정도 됨, 즉 500루피 = 1만원, 정도 임
4월 16일
내일 아침 일찍 안나푸르나로 떠나기 위해 밤 11시에 미리 체크아웃 계산을 하려고 Guesthouse counter에 섰을 때 나는 당장 다가 올 고통과 인내 그리고 인간의 순순성에 대한 탐구가 혼동된 40분의 시간이 내 앞에 그리도 명확히 놓여있는 것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4일 동안을 묵었고 내가 묵은 방값이 하루에 440 루피이니 440 x 4 = 1760라서 1760루피를 내야 했다. 그런데 내가 잔돈이 없으니 2000루피를 주고 잔돈으로 240루피를 받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나의 이 간단한 계산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생각의 심각성 만큼이나 당장 탁쳐올 미래에 대한 예측은 가벼웠을 뿐이었다.
단순하게 체크아웃을 요구하는 나의 손에는 이미 2000루피가 들려있었다. 그런데 카운터에 앉아 있던 직원은 그 큰 눈망울을 이리 저리 돌리면서 계산기를 두려운 눈빛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약간의 미심쩍음과 약간의 이상함 그리고 약간의 기대가 섞인 눈 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나는 차라리 비굴한 웃음을 입가에 약간 띠우고, "Please,!" 라고 말했다.
그는 결심이나 한 듯이 계산기를 잡더니, 천천히 number key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440 x 4 라는 몇 개 안 되는 숫자를 끊임없이 잘못 눌러 댔다. 4400을 눌러서 다시 correction key를 눌러야 했고 404를 눌러서 다시 c key를 눌러야 했다.
나는 마른 침을 삼켜가며 그가 계산기 숫자를 올바로 누르고 있는지 내 눈으로 하나 하나 확인해야만 오늘이 갈 것 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쳐다 보게 되었다. 결국 그가 440을 누르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 숨이 저절로 새어 나오려는 순간 그는 x 대신에 + 를 꾹 누르고야 말았다.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나는, 반은 부탁하는 목소리로 또 반은 화가 난 목소리로 440 곱하기 4는 1760이니 내 말을 믿으면 된다고, 그가 알아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영어로 항의하듯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태도는 나의 계산에 대한 그의 불신을 더욱 키우는 역할 이외에는 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어 계산기도 그의 손도 그의 얼굴도 더 이상 쳐다보지 않고 늦은 손님이라도 기다리는 눈빛으로 Guest house 의 열린 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안도의 한 숨 소리가 나왔을 때 나는 이젠 되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기대가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그는 적잖이 만족한 눈 빛으로 자랑스럽게 계산기를 내 앞으로 내어 밀었다…. 그 계산기의 숫자판에는 1100 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나는 다시 1100이 아니고 1760이라고 항변했지만 그의 자신있는 표정과 확고한 자세에서 나의 항변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할 한 낮 지나가는 에피소드에 불과할 일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화도 나고, 시간도 가고, 또한 그 직원의 계산이 오히려 나에게 660루피의 이익을 주는 것이어서 약간의 비웃음과 함께 그 직원의 계산에 동의하기로 하고 “O.K.” 사인과 함께, 2000루피를 카운터 위로 내밀었다.
이 친구는 다시 약 5분 동안의 끙끙거림과 혼심을 다하는 느낌이 드는 노력 그리고 열정어린 계산기와의 싸움을 통해 거스름돈이 900루피라는 것을 밝혀 내었다. 내가 계산이 맞다고 하자 그는 스스로 매우 만족해 하는 웃음을 흘리며, 차라리 신음에 가까운 웃음소리를 냈다.
때마침, 그 친구의 입속에 있던 침이 웃기위해 살짝 벌린 입술 사이로 흘러나와 900루피를 나에게 주기 위해 카운터 위에 100루피짜라를 한장 한장 내려 놓던 그의 손위로 떨어졌다. 그는 그 손등으로 재빨리 입 주위를 훔쳐냄으로서 손등에 떨어진 침과 입술 사이로 흘러 나오는 침을 한꺼번에 효과적으로 지울 수 있었다. 자신감 있는 계산과 흘러나온 침을 효과적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만족감으로 그의 눈은 동공이 확대된 것처럼 보였으며, 순간 나는 그 친구가 만족의 크기가 지나쳐 혹시 졸도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위기감을 살짝 느끼기까지 했다.
그렇게 그는 나에게 900루피를 성공적으로 건네주고는 자신의 천재적인 계산에 대한 기쁨을 길게 길게 누리기 위해 다시 확인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그건 그 친구의 몫이라고 생각한 나는 그냥 돌아서서 내 방으로 올라가려고 막 한 발을 건너 띠었을 때, 그의 비장하고도 무거운 목소리가 나를 멈추게 했다.
“Sorry!”
이제 어떤 일이든 생기는 것이 달갑지 않은 나는 웬만한 일이면 무시해 버리고 그냥 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방금 전의 희열에 찬 표정을 모두 버리고는 다시 계산기에 열중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그가 내민 계산기의 display에는 놀랍게도 1760이라는 숫자가 또렷하게 찍혀 있었다.
나는 “Now, you’re with me.” 라고 말하면서 다시 700루피를 주고는 나에게 40루피만 더 주면 된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듣자마자 그의 눈은 마치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당한 사람의 그것처럼 몽롱해져 갔다. 나는 빨리 이 상황을 정상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Give me 40 Rs. That will do.”라고 퉁명스럽게 내 뱉었다. 그러나 나의 이 말은 그의 몽롱한 눈동자에 현실적 방법을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약간 반짝이는 빛을 생기게 하는 역할만 했다.
그는 결국 매우 합리적이고도 대단한 방법을 찾은 것임에 분명했다.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 그는 단호한 말투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흐늘거리는 발음으로 “Give me your money.”라고 했다. 순간적으로 그의 영어 사용능력에 대해 생각이 못 미쳤던 나는 이 친구가 아무도 없는 이 늦은 밤을 이용해서 강도로 돌변하여 나의 돈을 모두 빼앗으려 결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그렇지만 곧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이 사람이 나에게 주었던 거스름돈을 모두 돌려 받은 뒤 처음부터 다시 모든 과정을 계산하려는 의도로 그렇게 말한 것임을 알아채었다.
그러더니 이 친구는 1760이 적힌 계산기를 자랑스럽게 내려다 보더니 매우 자신있게 이렇게 소리쳤다. “Yes, It’s one tauzend pifty.”
깜짝 놀란 나는 이 숫자는 1050(one thousand fifty)가 아니라 1760(seventeen sixty)임을 상기시켜 주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나는 2000루피를 그 친구에게 준 상태임도 적시해서 두 번이나 더 말해야 했다.
그는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며 그 노력의 진지함은 30분을 넘기고 있는 그 상황에 짜증이 매우 난 나의 조급함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그의 주머니를 뒤져 내가 준 2000루피를 찾아 내고서야 그와 내가 서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관계임을 확신하는 눈빛이었다. 그는 그 돈 (2000루피)을 나에게 넘겨 주더니 처음부터 계산을 다시 하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방금 그 친구로 받은 1000루피짜리 두 장을 그대로 카운터 위에 얹어 놓는 아무 의미없는 행동을 또 한 번 반복해야만 했다.
그는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이번에는 별 어려움없이 1760이란 숫자를 도출해 내었다 그러나 문제는 또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2000 - 1760 이란 계산을 하려고 자랑스럽게 1760이란 숫자를 계산기에서 지우고 난 후 2000을 입력했을 때 난 숫자를 누르는 그의 손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느린 손가락으로 빼기부호( - )를 누르고 1과 7을 누르고 나더니 가만히 눈동자를 돌리는 것이었다. 분명 1760을 잊은 것이었다. 나는 다급함으로 “sixty”를 세 번이나 외쳤으나 그는 숫자에 관한한 나를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확신을 표시하기 위해 매정하게도 계산기의 C key를 눌러 버렸다.
나의 절망하는 모습을 옆에 두고도 그는 끈기를 잃지 않고 몇 번이나 추가적인 노력을 더 한 끝에 2000 - 1760 = 240 이라는 답을 찾아 내었다. 그는 호기롭게도 자신에 찬 눈빛과 신념에 가득찬 목소리고 240루피를 나에게 주기 위해,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더니 “One hundred”라고 외치며 100루피 한 장을 카운터 위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 또 한 번의 ‘Two hundred”라는 고함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그의 100루피가 들려 있는 손바닥은 카운터위를 힘있게 내리 쳤다.
이제 10루피짜리 4장이나 20루피짜리 두 장만 더 나오면 된다는 기대감으로 나는 거의 카운터에 엎어질 듯 기대어 며칠 동안이나 물을 마시지 못한 기린처럼 목을 길게 빼고 그의 손의 움직임을 따라 “Yes, Yes”를 외쳐대며 바쁘게 눈동자를 움직였다. 그는 자신있게 주머니를 뒤져 10루피짜리를 찾아 내더니 한 장 한 장 카운터위에 늘어 놓았다. 이 어마어마한 게임에서 곧 벗어난다는 초조감에 나는 꿀떡 마른 침을 삼키기조차 했다.
그러나 이 순간 하나님은 나의 그런 기대에 찬물을 부음으로 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방법을 택하고야 말았다. 그가 내어 놓은 것에는 10루피짜리가 3장 뿐이 없던 것이었다. 나는 “One more 10Rs”라고 신중하게 말하며 등에 식은 땀이 흐를 정도의 긴장과 함께 안타까운 눈빛을 보였다.
그는 카운터와 연결된 내실에 들어가더니 결국 10루피짜리 지폐를 몇 장 더 가지고 나왔다. 나는 적잖이 안심하며 그의 마지막 10루피짜리 한 장이 더 카운터에 내려지기를 간절히 고대 했다. 그런데 그가 나에게 “How much?”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긴장감과 초조함에 당황한 나는 계산기를 그 친구에게 가리키며, “You already gave me 230Rs. And 10Rs will finish this long rally.”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그는 나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을 매우 신중하면서도 몽롱한 눈빛을 통해 나에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는 결국 나로부터 금방 주었던 230루피를 모두 다시 빼았아 가는 거였다.
그리고는 다시 200루피를 준 후에 이상하게도 계산기에 240 - 200 이라는 수식을 쓰고 그 답이 40이라는 것을 몇 번 더 계산을 해서 확인 한 후에 40루피를 넘게 주었다. 40분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그와 나는 440 x 4 = 1760이며 2000 - 1760 = 240 이라는 계산을 위해 혼심의 힘을 다 했다. 나는 이런 계산을 위해 그토록 다양한 방법과 실수와 검산을 통해 맞는 답을 이끌어 내는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늘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는 나의 이러한 상상력의 부족을 자신의 방법으로 마음껏 비웃어 주고 깨우쳐 준 다음 생각할 수도 없는 매우 다채로운 세상이 현재 지구의 어느 부분에서인가 존재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나에게 주었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오믈렛 한 개와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toast 2개가 구워 나오는데 1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또 얻었다. 네팔에서의 매 순간은 이렇게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아 내일은 드디어 안나푸르나를 향해 떠난다.
밀려오는 피곤함으로 월킨스의 “인도, 그 역사와 문화”라는 책을 몇 페이지도 못 읽고 잠에 빠져 들었다…
재미있게 읽으셨습니까?
저의 한글 솜씨 어떤가요? 기행문 한 권 내면 잘 팔릴까요?
안녕히들 주무십시요…
네팔에서의 깨달음을 사진과 함께 시간을 두고 하나씩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도 중간고사 같은 것 때문에 인생을 소모하느니, 어느 네팔 직원의 순수한 계산과정에 감동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