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큰 아이가 고등학교 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아빠, 정말 웃겨... 여기로 유학 온 아이들이 체육시간에 농구공 잘 던지려고 농구공 던지는 거 과외받아.. 줄넘기도 돈 내고 배워.. 정말 얼마나 웃긴데... "
저는 "정말?"이라고 되물으며 같이 웃기는 했으나 그 말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사우나에서 목욕을 마치고 옷을 입다가 잠깐 TV를 보는데 정말 충격적인 내용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강남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도 과외를 하느라고 전혀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에 노는 것도 과외를 한다는 보도였습니다.
줄넘기를 하고 그저 농구공 잡고 다른 아이들과 뛰어 노는데... 시간과 선생을 정해 놓고 돈을 따로 낸다는 사실입니다.
도식적인 시스템에 자신과 자신의 식구를 맡겨야 살 수 있는 사람들...
인생이란 1,2,3,4의 순서로 직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상태에는 어떤 인간적인 영혼이 깃들 육체가 생기지 않고 오직 기계적인 사회의 부속품으로서만 의미있는 존재로 스스로 전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스스로 기계가 되어버린 사람들.. 그러면서 그 기계는 언젠가 어느 부속이 망가져도 망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을 구태여 부정하는 사람들..
그런데 보통의 기계와는 다른 단 하나의 점...
어느 부속 하나가 망가지면.. 보통의 기계는 그냥 작동을 멈춘채 다시 그 부분이 고쳐져야 다시 작동하는데...
이 인간 기계들은 유영철이란 부속이든 장호순이란 부속이든 하나의 부속이 오작동 하면.. 작동을 멈추고 고쳐지길 기다리지 않고.. 이상하게도.. 전체가 망가져 버린다는 것.. 그리고.. 그 부품에 대해 매우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한다는 것..
참 이상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저의 아이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공부라고 생각하는 그 공부를 시키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입니다.
모두가 기계가 되어가고 있으니 그 기계를 움직일 인간 하나는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내 아이까지 기계가 되면 우리나라가 망할 지도 모른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미래는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키운 자식들과 제자들에 의해 운영될 것입니다. 그거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요....
남을 짓밟아야 내가 잘 사는 무한 경쟁이라는 기가막힌 상태로 세상을 해석해서 그 세상 속의 전사로 키워진 모든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움직이는 기계의 작은 부속품으로 다 닳아서 폐기처분 될 때까지 그저 죽도록 일만 할 것입니다.
기계는 점점 많아지는데 그 기계를 돌릴 사람은 점점 없어집니다.
제가 비스마트를 만든 이유 중의 하나가 이것입니다.
이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이 되었거나 될 사람들은 기계적인 생각을 합니다. 인생을 사는 모든 사람에게는 1,2,3,4....딱지가 붙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도 1,2,3,4....로 나누어져 있고.. 사랑도 1,2,3,4...로 서열화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우기.. 이 순서 중에서 누가 먼저 1을 차지하면 일생 어떤 변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잘 해 보았자 2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누구보다 먼저 1을 차지하기 위해서 죽도록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행학습을 해서 초등학교 때 중학교를 다 떼면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교과정을 할 것이고 고등학생이 되면 대학교 과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관적인 세계와 객관적인 세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내면적인 세계와 외면적인 세상을 헷갈리고, 철학과 손재주를 동일시하고, 사랑과 돈을 절대적인 증가함수의 관계로 봅니다.....
그런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 사람들은 기계일 뿐이므로 그저 공부가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철학이 무엇인지.. 모를 뿐입니다...
지식에 있어서의 고유한 문제가 여기에서 개입합니다...
모를 수록 확실히 안 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이 세상에 가장 고집불통인 사람은 가장 무식한 사람이라는 것...
그런데.. 그걸 무식할 수록 모른 다는 것...
그래서.. 절대적으로 잘못된 판단일 수록 그 판단을 한 사람이 무식할 것이므로, 절대적으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른 다는 것...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만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키워져야만 인간이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탈을 쓴 기계일 뿐이라는 것...
그 기계는 아무리 대단해 보았자 기계일 뿐이라는 것...
기계는 스스로 자신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
기계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
계산기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계산을 잘 한다고 해도 인간을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라서 그렇다는 것...
따라서...
인간은...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되 자신이 이 세상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계로서의 인간과....
스스로 생각하되 늘 자신은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알아서 더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본질적 인간으로서의 인간의...
두 종류가 있게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부모에 의해... 자신을 가르쳐 주는 스승에 의해.. 이 세상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그 영혼이 유린 당해서 결국 스스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기계로 변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면...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최소한 아이들 앞에 설수 있는 선생입니다.
막내가 학교에 갔다 와서 ...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선생님으로 부터 들었답니다.. 선생님의 말씀인즉...
"너네 중학교 들어가면 정말 책읽을 시간 없다.. 미리 공부 많이 해라..."
공부의 개념이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잡혀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스승이고.. 부모가 되어..
공자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공자에 대해 공부하고 공자의 생각에 대해 느끼고 공자의 철학의 깊이를 논하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글의 주제가 무엇인지.. 이 글의 성격이 어떤 지를 객관식으로 주관식으로 문제를 풀어서 이것을 맞추는 것이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그래서.. 절대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고..문제를 풀되... 그 글에서 배울 수 잇는 어떤 것도 배우면 안 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그저 답을 맞추어야 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
토플과 토익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 이것들을 가르쳐 달라고 하도 아우성 대서... 가르치다가 생겼던 수 많은 일들이 생각납니다...
글의 내용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인스타인에 대해 나오고.. 멘델의 유전법이 발견되는 과정도 나오고.. 정말 너무나 좋아서 이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지요...
듣는 학생들의 반론이 쏟아지시 시작했습니다.
"교수님... 문제는 이 글의 주제가 무엇이냐 아니에요?" 왜 아인스타인의 상대성원리에 대해 말하지요?
"아니... 글의 내용이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대한 것 아니야?"
"그건 글의 내용이구요.. 우리는 지금 여기에 토플 문제 풀러 왔잖아요."
"그러면 이 글을 보기 전에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다 알고 있다는 뜻이야?"
"아니요.. 누가 그걸 알아요... "
"그런데 이 글을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관한 글인데..."
"그렇지만 주제가 무엇이냐를 묻는 문제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알면 이 글의 주제는 그냥 아는 거니까 결국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알면 되고 모르면 안 되는 것이잖아.."
"아이 참.. 그러니까 배우러 오지요... 알면 무엇하러 배우러 와요.."
"그래 그러니까 배워야지... "
"그러니까 이 글의 주제가 몇 번이 답이냐고요.."
"그게 왜 중요하지? 이 문제가 실전에서 똑같이 나오지 않는데..."
"그러니까 많이 문제를 풀어 보아야지요..."
"그 시간 보다..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아는게 더 시간이 덜 걸릴텐데..."
"다 아는 걸 자꾸 딴 소리 하지 마세요... 제발 답을 가르쳐 달라고요.. 답을..."
결국 실력은 최고인데... 진도는 안 나가고 자꾸 다른 것만 한다는 저에 대한 평가가 생겼지요....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
답을 맞추는 방법을 배우려고만 하는 아이들...
그런데 그게 바로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이라고 철떡같이 믿는 아이들...
그리고 이미 완전히 굳어져 버린 아이들..
분명히 나이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니는 젊은이 또는 어린이인데....
나 보다.. 공자보다.. 소크라테스보다.. 그 역사상 어떤 천재보다.. 더 확실히 인생과.. 그 사는 방법에 대해 확실히 아는 아이들...
공부니.. 사랑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들에 대한 개념정립이..
너무나 확고한 아이들...
아무것도 모르되..
완벽히 안다고 생각하는.. 이미 인간이 아닌 기계들...
생각할 수록 몸서리 쳐지는 이 현실...
여러분은 누구입니까.....
이 시스템에서..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빨리 기계로 만들려고 인생을 바치는 사기꾼들입니까? 아니면... 비스마트인입니까...
스스로에게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물음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다음의 질문을 나에게 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나는 이렇게 완전한 무식 속에서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으면서.. 남들에게 인생을 이야기 하고.. 공부의 개념을 가르쳐 주려.. 오히려 무모함을 즐기지는 않는가...
나는 오늘도 책을 죽도록 읽을 것인가...
나는 온 몸을 바쳐 스스로에게 책을 읽히고.. 스스로에게 생각하게 하고.. 그리고 기계로 변하는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가...
나는 정말 비 스마트 인인가...
의미 있는 하루를 사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라면서..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