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모습은 달라도 사실 모든 것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나의 아이들에게 매일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최소한 내가 누구인가는 알아야 한다."
그걸 깨닫는 것이 이 세상에서 하나의 인간이 이루어야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직장, 철학, 삶을 위한 어떤 행동도 모두가 이 명제에 복속하는 것임을 가슴 속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가 누구인가는 결국 알아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럴려는 노력이라도 하는 것을 삶"이라고 한다... 제가 내리는 '삶'이란 단어의 정의입니다.
이걸 간과하는 순간, 사람은 '정의, 믿음, 양심'등의 단어를 들먹여서 자신이 한 행동을 그저 몇 년 후에 죽을 주위의 인간들에게 정당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를 실천할 뿐입니다.
문제는
어린 아이에게 이 명제를 어떻게 가르쳐서 평생을 그 머리와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 것으로 만들어 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택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클래식을 틀어 놓고, 독서를 하는 것"의 맛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이게 쉽지는 않지요. 구체적인 방법을 나열해 봅니다.
첫째, 내 자신이 클래식을 틀어 놓고 끊임없이 책을 읽는다.
둘째, 자식들에게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세째, 내가 책을 읽는 동안 자식들도 내 옆에서 책을 읽게 한다.
넷째, 끊임없이 사랑해 준다.
다섯째, 끊임없이 기다려준다.
그리고
끝...
클래식을 틀어놓고 같이 책을 읽는 것...
우리 식구 모두가 클래식을 틀어 놓고 거실의 여기 저기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의 행복감....
식구 모두가 무슨 이벤트를 끊임없이 만들어서 깜짝 쇼를 벌일 생각하지 말고... 그저 같이 책방에 가는 것.... 그래서 서로 필요한 책들을 주섬 주섬 사서... 책방에서 오는 차 안에서 읽고..
집에 오면 드디어.. 클래식을 켭니다...
그리고 모두 옹기 종기 둘러 앉아 책을 읽지요....
클래식을 따로 가르쳐 줄 필용 벗고 독서를 따로 가르쳐 줄 필요도 없습니다.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독서를 모르는 사람이 자꾸 자식에게 가르치려 할 뿐입니다. 같이 듣고 같이 읽는 것...
그리고 가끔... 인생의 목적과 그 수단에 대해 논하는 것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나 자신이 누구인가 깨닫기 위해 온 것이다..."라는 말.... 그리고.. 그 깨달음은 다른 사람이 쓴 수 많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음악을 듣고, 내가 아닌 자연이 만든 것들을 보고, 여행하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내가 책읽고, 음악듣고 여행하고 드디어 '나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될 수 있으니.. 그 '다른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
이것만을 위해 나 자신이 노력하며..
이것만을 내 자식에게 유산으로 내려 줄 뿐.....
그 이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그것만이
스스로에게 줄 수 잇는 가장 큰 선물이며...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며...
사회적 의무를 실현하는 가장 큰 행위인 것을...
그리고 그것만이.. 이 세가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일 뿐인 것을....
끊임없이 책읽고 깨우쳐서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
다른 모든 것은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인 것...
그걸 깨닫게 하는 것...
그것만이 제가 아이들에게주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완벽한 유산입니다..
오늘 아침 히말라야에서 돌아온 큰 아이가.. "아빠, 클래식 틀어줘...."라고 말합니다. 이 녀석은 요즘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작은 놈은 오늘이 방학식입니다. 이따가 학교에서 오면 어제 산 책 중에서 15소년표류기라는 책을 읽을 것입니다. 어제 저녁 잘 때까지 클래식을 틀어 놓고 이 책을 읽었으니 계속 읽어 나가겠지요.. 저는 빌 브라이슨이 지은 '나를 부르는 숲'이라는 책을 한글판으로 읽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영어로 읽어서 이번에는 한글로 읽습니다. 이런 책들은 휴일에는 이틀에 한 권 정도 읽으면 되지요...
클래식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줄 방법적 측면에서의 유일한 유산이고..
'내가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줄 철학적 측면에서의 유일한 유산입니다...
그 이외에는.. 돈이든 명예든 오직 티끌과 같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식에게 어떤 유산을 남기실 건가요?
내일이 크리스마스입니다. 한 번 쯤 생각해 보시지요...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