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김부장,조부장 박이사, 그리고 저 이렇게 4명이 밤에 경포해수욕장에 가서 술먹구 왔습니다.
똑딱이 사진기로 밤의 경포해수욕장 모래와 이를 비추는 끝없는 가로등의 행렬을 찍었습니다.
워낙 들이대는 성격이라 똑딱이라고 해도 안 찍히면 안 찍히는대로 구도로 승부하고, 색이 안 나오면 안 나오는대로, 안 나온 색 자체를 낭만스럽게 이용하려고 애쓰면서 찍는게 제 스타일입니다. 뭐 다른 운동이나 공부도 마친가지로 다 그렇게 합니다.
겨울로 치닫는 날씨로 관광객하나 없는 해변과 이 공허한 해변을 비추는 바닷가의 끝없이 늘어선 가로등....
이때 어둠의 저 안 쪽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
내눈은 이내 작아지면서, 그 쓸쓸함을 움켜 쥐고 살아야만 했던 젊은 시절의 낭만과, 문득 문득 쳐다보던 붉은 색의 황혼에 물든 계곡....등이 눈앞에 선하게 나타납니다.
모래백사장과 이를 비추는 말없는 가로등불을 찍었지만 사실 제가 찍은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도처럼 밀려왔다 또 다시 가 버리던, 그러다가 또 다시 밀려오던 고독, 슬픔, 눈물, 그리고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많았던 아픔들이었습니다.
똑딱이디카사진기에다
white balance도 맞추지 않은...
마구잡이 사진입니다만.
그런대로..
저의 낭만을 묻혀봅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여러분의 귀에도 가로등 불빛 밖에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가 들리시나요?
안들리시는 분은 사진을 보면서 조용히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들리실 것입니다.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