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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대전으로 떠나기 앞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가 집에 있는 시간 중 가장 집중적으로 할애하는 시간이 클래식을 집안의 배경음악으로 흐르게 해 놓고..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막내와 놀아주는 겁니다.

지금은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터라… 내일 교육을 끝까지 잘 할 체력을 약간 가다듬는 중입니다…. Chopin의 음악이 흐릅니다. Etude in E Minor OP 25. No. 7 Lento A Placere 이군요…. 제가 취향이 좀 남다른 터라.. Chopin의 24개의 연습곡 중에서 이 곡에 애착이 갑니다.. 왜 그러냐 하면.. 그냥 척.. 들으면.. “아 이건 쇼팽이다..”라는 가슴으로 턱. 와 닫는 느낌.. 바로 그것이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좀 단순하고 무식해서. 뭐.. 이것 저것. 섞어 놓은 것을 안 좋아 합니다.. 탁 들으면. 아! 이건.. 쇼팽.. 이건 베토벤.. 이건 비제.. 이런.. 느낌이 확 오는 곡을 좋아합니다..

음식도.. 이것 저것.. 양념 섞지 않은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설렁탕 같은 걸 좋아합니다… 그냥 그것만 푹 끊여서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내오는 음식.. 그 음식에 아무것도 섞지 않고 그냥 먹습니다.. 소금 한 알 안 넣지요.. 뭐. 그게 제 취향입니다…

그림도 그렇지요.. 척 보면.. 아! 이건 고흐.. 이건 모딜리아니.. 이건 부댕… 이건 로트렉… 뭐.. 이래야 좋아합니다…

이것 저것 섞어 놓으면…도저히 그 것에서 흐르는 논리가 없으니까.. 그냥.. 무덤덤합니다…

그러는 이유는 단 하나지요. 이 세상에 이것 저것 섞어 놓은 것 중에 제대로 된 게 없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 이것 저것 눈에 보이는 좋은 것은 다 모아서 짬뽕해 놓은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썩어 문드러지는 비논리와 이루지 못할 환상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아무 논리없이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는건데.. 이게 가장 논지적이라고 착각하는 일이 생기지요..

영어를 잘하게 하기 위해.. 학교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한다… 외국인 강사를 더 많이 공급한다…

만일 그게 영어를 잘 하는 방법이면… 영어로 수업을 받고.. 영어로 말하는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고 자란. 모든 미국인, 영국인. 남아프리카인.. 캐나다인, 호주인은 영어를 잘하겠네요…

그러니.. 미국의 바보 천치도.. 영어로 수업 받고 자라지 못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보다 영어를 잘 할테고… 그러니.. 세계 모든 나라들은 멍청이만 모였네요.. 바보보다 못하는 영어를 쓰는 사람을 온 세계의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이 사람이 모든 일을 영어로만 해야하는데.. 우자꼬… 바보보다 영어를 못하니…

그러니.. 미국의 제일 바보도.. 반기문 총장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결론이 납니다.. 결국 미국의 제일 바보도.. 유엔총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정말 그러냐고? 물으면.. 금방까지.. 이런 논리를 주장하던 사람이 별안간 말을 바꿉니다.. 예를 들어 “유엔이 꼭 영어만 쓰는게 아니다” 라거나.. “유엔 사무총장은 영어실력으로 뽑지 않는다..”라는 기괴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게 정말이라면 유엔빌딩에 가면 영어 이외에 다른 말도 쓴다는 건데.. 여기에 한국말이 가장 많이 쓰인다는 뜻이 별안간 되어 버립니다.. 아니면.. 반기문 씨가 영어는 미국의 바보보다는 못하나.. 전세계 다른 나라말을 고루고루한다는 뜻이 되어버리지요..

또는 “유엔사무총장을 영어실력으로 뽑는 것이 아니다” 라면.. 그러면.. 수학실력으로 뽑는 것인지… 화학이나 물리 실력으로 뽑는 것인지…밝혀야 할 것입니다.. 

만일.. 국제사회의 경험으로 뽑는다고 말하면.. 멋있는 말 같지만.. 더 이상해 집니다…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국제사회의 경험을 쌓았을까.. 라는 겁니다.. 어렸을 때 그냥 난파선 타고 이나라 저나라 많이 돌아다니면. 시켜주는게 유엔사무총장인가?

말을 하면 할 수 록 이상해 집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영어를 잘한다.”와 “영어로 수업을 듣든다.”라는 두 논리 중에서.. 눈에 보이는 멋있는 것만 각각 따 왔기 때문입니다…

말은 형식일 뿐이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방법일 뿐이니.. 중요한 것은 그 인간이 얼마나 깊이 있는 내면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이 새 기준으로 보면.. 반기문씨는 대부분의 원어민 보다 영어를 잘 합니다…

진정 영어를 잘하는 길은… 영어로 수업을 하거나..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생활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비 스마트 해보면. 다 압니다..

비 스마트 책을 쓰는데도 아직 모르겠으면.. 그거 비 스마트 제대로 하는 거 아닙니다..

제대로 하고 싶으면… 내일 강사교육에 와서… 영어가 아닌 자신의 내면적인 세계를 넓히고 깊게 하는 경험을 먼저 맛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대전으로 떠나기 위해 슬슬 짐을 챙겨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음악이 바뀌었군요. 어느새.. 내 귀를 경쾌하고 아름답게 울리는..그러나 동시에…가슴을 헤집어 들어오는 피아노 소리.. 그리고 바이올린 소리…. 아! 베토벤입니다…

Beethoven’s Violin Sonata No.9

이 곡은 three movements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금 second movement가 흐르고 있군요.
Andante con vriazioni

너무 아름다워서.. 지금 keyboard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너무나 가볍습니다.. 마치 피아노 건반을 치는 것 같이… 아! 행복해!

내일 일찍 오세요… 오면서.. 차창 밖의 고즈넉한 시골길 감상하시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종종걸음에 푸근함을 느끼시고.. 우리 이렇게 얽혀서 사는 것에 감사하시면서… 혹시.. 가능하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2악장 들으면서.. 차창밖의 찬 바람과.. 웃으면서.. 인사하고…  그러면서.. 오세요…

바이올린 소리에 분명히 제 목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피아노 소리에는 저의 발걸음 소리가 있을 거구요….

사랑해요.. 내일 봐요..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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