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강사교육 끝나고.. 집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2시쯤 자고 5시에 일어나... 인수봉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동양에서는 하나 뿐이 없다는 바위 산이 우리나라에 있는데 참 다행이지요...
요즈음 암벽등반 인구도 꽤 많아지고.. 해서 일요일 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인수봉에 오는데... 어째 가 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있는 사람들도 갈까 말까를 망설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오늘 국지성 호우가 올 예정이라나요.. 그러면.. 암벽은 완전히 꽝이지.. 뭐...
근데... 요상한 것이 저의 생각구조라서... 비 오고 폭풍우 친다고 암벽을 안 하면.. 암벽 등반 중에 비오고 폭풍우 치면.. 그냥 바위 중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죽는다는 건가?
비가 오던..폭풍우가 치던... 할 수 있어야 암벽등반이제.. 비온다고 폭풍우 친다고 못하면 그게 암벽등반인가?... 뭐.. 이런 생각 있잖습니까?
요럴 때면... 저는 꼭 요렇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오히려 잘 되었군...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빨리 빨리 끝내고 내려오면 되겠군...
당연히 인수봉으로 향했지요... 뭐.. 저하고 같이 등반하는 사람들이야.. 말 안해도 비슷한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인수봏으로 향하다 보니.. 등반하러 일찍 올라 갔던 사람들이 모두 철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요..
"야... 오늘은.. 동양 최대의 바위산을 우리가 완전히 전세내어서 등반하는구나.... 야호!!!"
바위 밑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며..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산은 안개로 둘러 싸이기 시작하더군요... 두번째 피치까지 올라갔더니... 옴마나... 바람에 움직이는 구름이 잠깐 사이에 밀려가고 또 새로운 구름이 몰려오거나.. 언듯 언듯 구름 사이로.. 반대편 산의 정경이 보이더군요....
화이팅을 하고.. 더 올라가니.. 이젠 우리 팀이 안 보일 정도의 짙은 구름 속에 갖혀버렸습니다... 매 피치마다.. 확보줄을 걸고는 그만 하산해야 할건지.. 더 가야 할 건지를 논의 했습니다.. 그때.. 마다.. 저는 이렇게 말하게 됩디다..
"나는 끝까지 간다..."
늘.. 겁나고..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고.. 포기하자..라는 마음이 굴뚝 같고.. 이번만.. 피해서 돌아가자.. 라는 말이 혀 끝까지 나오지만........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마다.. 그랬지만... 단 한번도.. 이런 나의 속과는 반대로 나의 혀는
"나는 한다..."라는 말을 해버립디다.. 저의 혀는 아마.. 나의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 늘 이상한 것은.. 저의 몸이 나의 의견을 좆는 것이 아니고.. 예외없이 나의 혀가 한 말을 좆아가 버리니.. 이게 사실 더 큰 문제지요...
세상에... 바위위로 쏟아지는 빗물... 미끌어져 추락할 까봐... 공포 속에 온 몸이 오무라든 팀원들... 종이장 처럼 우리의 몸을 날리기 위해 부는 그 거센 바람...
어떤 길을 올라가면.. 다음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한 사람 오는 것이 평균 30분이 넣어 갔습니다... 모두 모이면.. 다시 그 다음 피치를 향해 올라가고... 이렇게 해서.. 7피치를 올라가니... 바위 사이로 몸 하나 간신히 앉을 곳이 나옵디다.. 모두 거기에서 소변을 보니.. 그물과 빗물이 섞여 흘러내리면서..우리의 장비를 적시고... 로프를 적시지만.. 아무도. 그런 것에 신경을 쓸 만큼.. 여유롭지 못했습니다..
정상 바로 밑의 참기를 바위를 오르면서... 시계를 보니.. 세상에... 등반을 시작한지... 16시간째..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16시간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우뚝 솓은 바위 위에서.. 폭우와 폭풍과 싸웠던 것입니다...
공포가 올 때 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어떤 것이라도 나에게 덤벼라... 오늘 나는 털끗하나 다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올라가서 다른 사람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그들을 묶은 생명줄인 로프를 잡고 낑낑 대는 사이.. 그 지독한 비와 바람은.. 나의 피부를 파고 들어와서.. 점점 저체온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덜덜 떨리는 온 몸,,, 아래. 윗니가 달달달 부딪치는 소리... 그래서.. Belay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바람이 약간 덜 느껴지는 바위틈을 파고들어 잠시 쉬려고 했습니다..
인간의 몸은 정말 웃김니다.. 그 상황에서 잠이 오더군요... 그래 잠깐만 졸자.. 뭐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그러나 그 생각을 한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깨었습니다.......
"네 이놈... 내 속에 있는 태만..이란 놈.. 네가 진정 나를 죽이려는 것일 터.. 네가 바로 예수가 말한 마귀렸다.. 에이.. 나쁜 놈마.. 방구나 먹어라.."
방구를 점잖치 못하게 한 번 갈겨 주고 나서...
일어서..... 다음 피치로 갑니다.... 극한 상황에서 오히려 웃음이 나더군요...
이 얼마만에 맞아 보는 촉 극한 상황이냐.... 그래 이번에는 털끗하난 다치지 않고.. 극복해 보일테다...
온 사지를 벌벌 떨며... 정상에 있는 바위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침에 등반 전에 사 두었던... 김밥을 꺼내 먹었습니다...
누군가... 담배를 꺼내더군요... 모두 뼈 속까지.. 젖은 터라.. 담배 역시 피지 못하게 되었는데.. 어떤 분이 담배를 비닐 봉지에 싸 배낭안에 두었던 처지라.. 온전한 담배를 맞이 할 수 있었습니다...
온갖 방법을 다 써도 불이 붙지 않는 라이터... 결국 바위 밑 아주 조그만 틈새까지 파고 들어가서.. 배낭등으로 성을 쌓고.. 간신히 한 사람이 불을 붙였고.. 모두 그 담배불에 자기의 담배를 대고 불을 붙였습니다....
이제는 하강만 남았습니다..
암벽등반에서 하강이란... 공포심과.. 위험요소만 없다면..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 고생해서 하루 종일 올라간 곳을 불과 몇 분이면 내려오는 재미를 만끽 하니까요...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아무리 헤드랜턴을 켜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와.. 사람의 몸도 휙휙 날려버릴 수 있도록 강한 폭풍은 모두를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지요.. 로프가 바람에 날려.. 바위 틈에 끼어져서.. 하강하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야기... 로프에 매달려서... 바람에 날려... 바위위를 이리 저리 박히다가... 손을 놓게 되어 죽은 사람이야기..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저는 속으로 또 낄낄 대게 되더군요...
"그래 나는 털끗하나 다치지 않는다..."
로프가 바람에 날려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무거운 배낭을 달아서.. 우리가 내려가야 할 곳으로 내린 다음... 다리를 최대한 낮게 해다 바위에 몸을 붙이고.. 바람이 불어서 몸이 바위에서 떨어져 나가면.. 잠시 모든 동작을 몸의 균형을 잃지 않는데 집중했다가... 다시 조금씩 내려오는 방식으로 하강을 완료했습니다...
하강이 끝나자... 이제 하산... 앞은 안 보이고.. 길은 흘러내리는 물로 계속만 보이고... 정말 한 발자욱씩.. 길을 찾아가며.. 하산을 완료하니.. 새벽 3시 40분...
저는 웃으면서 나 자신에게 말했지요...
봐봐... 털끗하나 안 다친다고 했지?
정말.. 피곤한 것.. 그리고 암벽화를 신고 하루 종일 있으면.. 당연히 있는 엄지발가락이 삔 것처럼 아픈 현상.. 만 빼 놓고... 정말.. 털끗하나 손상을 입은 곳이 없습니다..
이것 저것 정리하고.. 샤워하고.. 뭐 어쩌고 하니까.. 아침이군요...
이번 산행은 24시간을 계획한 것이 아니었는데..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오는 거였는데... 천지간의 조화가 24시간 특수훈련으로 바꾸어 버렸네요...
그 천길 낭떠러지기의 중간을 손끝과 발끝에 걸리는 바위의 날을 찾아 죽기보다 힘든 힘을 내어서... 조금씩 몸을 움직일 때 장엄한 빗줄기는...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 공포스럽다.. 같은 감정을 저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참 장엄하시다... 정말.. 장엄하시다..... 그래.. 내 주위의 모든 것... 은 무생물.. 하나 하나.. 모래알 하나 하나.. 빗줄기 까지도.. 나를 깨우쳐 주는 선생이며.. 진정 아름다운 것들이구나... 하물며.. 인간이에야...
모두가 나의 선생.. 모두가 내가 사랑해야할 대상이구나... 더욱 노력해서.. 이 사랑에 보답해야지.. 더욱 나 자신을 채찍질 해서.. 이 인류를 사랑해야지..."
라는 생각만.. 하게 됩디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육체적인 피로때문에.. 오늘 한 나절만 저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습니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났으니 뭐.. 서너 시간 뿐이 안 남았지만..
오랫만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찜질방에 누워서.. 다른 사람들이 찜질방에 누워서.. 유유자적 쉬는 것을 보면...그토록 부럽게 느껴지던... 바로 그것 한 번 나도 해 보렵니다...
여러분.. 그러니.. 저녁때 까지는 저를 방해마세요...
쉿!.... 조용...
ern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