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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정신적 해이를 반성합니다.

언제 어떤 상태에서도... 올바로 밀고 나가는 힘...
내가 가지고 있는 전재산이라고 믿어 왔는데... 요즈음 나태해지고.. 방만해지고.. 정신적 해이.. 그 자체가 요즈음의 저 입니다...

전문강사 교육 끝나고.. 수도 없이 자신의 태만을 질택하다가...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이런 느낌이 들 때 어떻게 했지?  그랬더니 답이 나옵디다..

그냥 방구석에 앉아서 반성하는 것 그건.. 반성이 아닌 나 자신을 속이는 행위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그 세월들.. 최대한의 악 조건에 날 스스로 밀어 넣고... 거기서 그 조건을 스스로 해결하고 나옴으로 인해서..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반성하고.. 또한 내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느끼는 행위를 해왔던 나 자신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지금 이 순간에 나 자신에게 최대한의 악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는가?

주저 없이 바위를 찾았습니다...
화요일과 그제 목요일.. 두 번에 걸쳐서.. 바위 한 가운데.. 10시간 이상을 매달렸습니다... 발끝과 손가락 끝의 힘으로만.. 자신을 유지하면서.. 극심한 공포의 늪에 나자신을  빠트렸습니다...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상황에서..
암벽화를 신고도.. 몸이 바위에서 미끌어져 내려가는 상황에서.. 왜 바위가 이렇게 미끄러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 한 가지 배웠습니다...

만일 이 바위가 정말 미끄러운 것이라면.. 세계적인 등반가들은 어떻게 미끌어지지 않고 이런 바위를 오를 수 있는 것일까? 이때 매 머리를 때리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만일 바위가 정말 미끄러운 것이라면.. 그네들도 떨어져야 할 것 아니냐? 라는 사실이지요..

아하! 바위가 미끄러운 것이 아니구나.. 이 극심한 공포가.. 이것을 내가 해낼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나를 미끌어 트리는 것이구나.. 바위가 미끄러운 것이 아니구나...

이것을 느끼고는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너.. 자신은 누구인가? 단 몇 초만 자세를 유지하려 해도.. 바로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추락의 공포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너는 누구인가? 눈물과 콧물과 땀이 범벅이 되어..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그리고는... 맞아... 나는 ernest다...  나는 이것 쯤은 할 수있는 바로 ernest다.

그러자.. 희한하게도 공포감이 사라졌습니다...
저 아래 가물가물한 땅을 보며... 희죽 웃었습니다...
이렇게 나태하고.. 이렇게 힘이 없고.. 이렇게 공포에 떠는 것은 내가 아니구나.
내가 아닌... 나라는 가면을 쓴 다른 놈이구나...

진정한 깨달음 운운하며.. 사람들 앞에서.. 실력이나 뽐내는 것은 내가 아니구나...

처절한 고통속에서.. 오히려 고통을 비웃어 가며..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 20시간 이상을 공부할 수 있는 그놈 그 놈이 바로 나구나...

그리고 마지막 남은 실가닥 만큼의 힘을 모아서.. 발을 내 딛었습니다... 발가락의 맨 끝에만 걸리는 모래알 만한 바위의 살결만이라도 있으면 추락하지 않고.. 그 어떤 절벽과 그 어떤 고난도 올라갈 수 있는게 나구나...

공포감은 이미 다 사라지고... 그 깨달음의 희열을 만끽하며. 발가락 하나에 체중을 싣는 고통은 오히려.. 기쁨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있게 발을 내딛어 갔습니다...
그러자.. 더이상 발이 밀려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다 올라가자 마자.. 다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방금전에 나에게 그리고 극심한 공포심을 주었던.. 그 코스의 바위를 다시 기어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약간 밀렸지만.. 첫번째 보다는 쉽게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다시 내려왔습니다.. 7번을 반복해서 기어 올라갔습니다..

내 인생에서 극심한 어려움이 있었던 그 어떤 때 보다 더 극심한 어려움 속에 날 밀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울고 웃으며.. 또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7번 오르내리고는.. 후둘 후둘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다른 코스로 이동했습니다.. 더 어려운 곳으로.. 그리고 거기에서.. 또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7번.. 그리고.. 또 더 어려운 곳으로 이동 했습니다... 그리고 또 올랐습니다.. 5번 반복하니.. 해가 집니다.. 10시간을 채운다.. 이 정도도 못 하는 정신력으로  내가 누구를 가르칠 수 있나?

10시간을 꼬박 채우고 나니... 몸은 갈기갈기 찢어진 걸레같습니다..
마음은... 새로 태어난 아기 같습니다..

3주 동안 저 자신에게 체벌을 가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일입니다...
이제 단 한 시간도..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고통도 벌써 일 주일이 지나가는 군요....

오늘 은.. 24시간을 바위에 붙어있기로 한 날입니다..
캄캄한 밤을 지새워 바위에 붙어 있을 겁니다.. 공포와 졸음과 허기와 극심한 육체적 고통이 나를 시험할 것입니다...  저도 할 수만 있다면 이를 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제 전문강사 교육까지 시작한 마당에.. 정신적 해이는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혼을 살리는 전사들을 길러내야 하는 마당에 선봉에 선 제가 배고품과 공포와 모든 종류의 내 육신을 편하게 하기 위한 유혹에 지면 안 됩니다...

그제 10시간을 발끝으로 바위를 치며 올랐더니.. 왼쪽 엄지 발가락이 삔 것 같습니다.. 부어 올라서..걸음 걷기가 힘듭니다.. 이 발로 24시간 바위에 붙어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걸 안다고 하는 인간이 육신의 안위를 찾고.. 졸립다고 자고.. 해이한 생활을 하고... 먹고 싶은 것 먹고... 낄낄거릴 수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걸 안다고 하는 인간이.. 이 참담한 교육현실앞에서 주저 앉아 있다가.. 이제서야 전문강사교육을 시작하는 태만으로 젖어 살아와 놓고는 뻔뻔하게 선생님들에게.. 교육자료를 몽땅 외우라고 할 수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모든 측면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는가? 이 천진 난만한 아이들을 올바로 키울 능력이 있는가? 이 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칭찬만 받는 상황에서.. 나는 또 얼마나 나태해져 있는가?

나는 정말 뻔뻔스럽게 앉아서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여러분 앞에 반성합니다.. 너무나.. 태만하고 나태하며.. 교만하고.. 큰소리만 쳐온 것 사죄드립니다...

이번 달 전문강사교육 시간이 올 때 까지.. 저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고 더 정교하게 만들고.. 저 힘있게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신과 힘으로 여러분앞에 다시 서겠습니다...

앞으로 지낼 2주가 꿈만 같습니다.. 어떻게 이걸 이겨내야 할지 막막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습니다..

이러다가 다시 생각합니다... 아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내가 아니구나.. 내 안에 들어가 있는 나를 가장한.. 나쁜 무엇이구나.. 그 존재의 생각이 아닌 나의 생각을 듣자..  라고 마음 먹습니다...

그러자.. 나는 이렇게 외칩니다..
앞으로 2주만 남았다.. 이것도 못이겨 내면 내가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것 보다 더 한 고통을 나에게 선물하자..

그리고는 선생님들 앞에서 더욱 당당하게 서서... 강하게 선생님들을 이끌어서.. 이 나라와 이 세계의 교육혁명을 만들어 내는 동반자가 되자...

자 이제 잊혀져 가던.. 자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여러분.. 24시간 후에 다시 봅시다..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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