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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0

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0


“수명장자 보아라. 난 총명의 아들이자 이승의 지배자 후문이다. 너의 횡포가 극에 달아 인간 세상에 공포가 만연하고 너의 오만함이 극에 달아 하늘이 노했구나. 내 친히 천지대왕을 대신하여 너를 심판할 것이니 아직 양심이 남아 있다면 큰문을 열고 나와 스스로 포박하거라”


“스스로 포박하라고?! 미친놈~!!!”
어디선가 날아온 편지 한통에 수명장자는 실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그건 가식적인 비웃음이었다. 수명장자는 이미 선문이와 후문이가 해와 달을 떨어뜨렸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다. 그 일은 이미 만천하에 퍼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늘에 늘 있던 태양과 달이 하나씩 없어졌는데 누가 모르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어느새부턴가 해와 달을 떨어뜨린자가 세상의 왕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둘만 모여도 수군거리게 된 것이다.
수명장자는 사람을 시켜 그 일을 이미 구체적으로 조사한바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 어디 올테면 와 봐라.’
수명장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할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수명장자를 멸하라고 하실때는 언제고 지금에 와서는 우리 둘이 못 간다고 하시는 거에요?”
“할아버지도 좀 말씀 해 주세요. 왜 우리 둘이 함께 못간다는 거죠? 수명장자는 치기 위해 힘든 고생을 하면서 해와 달을 없앴잖아요”

선문이와 후문이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었다. 수명장자를 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명만 갈 수 있고 그 사람만이 이승의 지배자가 된다는 것이다.

“난들 알 수가 있다. 그저 천지대왕께서 명하신 대로 하는 수 밖에”
소천국이 손자들을 달래며 말했다. 그러자 백주할머니도 손자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냈다.

“너히들이 큰일을 해 낸 것을 천지대왕님도 잘 알고 계신다. 다만 각자가 할 일이 달라서 그런 것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거라”

신경쓰지 말라는 할머니의 말씀에도 후문이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형과 자신 중에 한명만이 이승의 지배자가 된다고 하면 그 자리는 뻔히 형 차지가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 수명장자를 멸하러 가는 사람이 우리 둘 중 누구인가요?”
마음이 급해진 후문이가 물었다.
그러자 백주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둘 중 하나는 이승을 지배하게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승의 지배자가 될 것인데 너는 어디가 좋겠느냐?”

후문이가 잠시 생각을 해보니 시끄러운 이승 보다는 저승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저라면 복잡한 이승보다는 조용한 저승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소천국이 말했다.
“그럼 그렇게 정하자 니가 저승을 맞고 선문이가 이승을 맡아라. 자 선문이는 수명장자를 멸할 준비를 해라. 난 천지대왕께 고하고 올테니깐”

순식간에 각자의 영역이 정해졌다. 후문이는 이게 아니다 싶었다. 게다가 수명장자를 멸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 형이 된다는 말에 바꾸기로 하였다.

“잠시만요. 그러지말고 수수께끼를 해서 이기는 사람으로 하는게 어떨까요?”
그러자 백주할머니와 소천국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수수께끼?”
선문이도 같이 입을 열었었다.

“네, 선문이 형이 아무 문제나 하나 내 보세요”
동생의 물음에 선문이는 세상의 수렁으로 가다 본 것을 질문했다.

“전에 우리가 여행을 할 때 본 것 중에 어떤 나무가 사시사철 잎이지지 않았고 어떤 나무가 잎이 졌었지? 기억나니?”

“그거야 속이 꽉 찬 나무는 잎이지지 않고 속이 빈 나무는 잎이 지겠지”

“틀렸어. 청대나 갈대는 마디마다 속이 비었어도 잎이지지 않았었잖아”

후문이는 아차 싶었다. 선문이의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면 높은 곳에 있는 풀과 낮은 곳에 있는 풀 중 어느 쪽이 더 잘 자랐지?”

“높은 곳에 있는 풀은 두 개의 태양과 가까워서 잘 못 자랐으니깐 낮은 곳에 있는 풀이 잘 자랐겠지”

“아니지 사람의 머리털은 높은 곳에 있어서 잘 자라고 발등에 있는 털은 낮은 곳에 있으니 잘 못자라지”

백주 할머니와 소천국은 깔깔 거리며 웃었다. 놀림을 당한 거라 생각한 후문이는 화가 나서 선문이에게 던볐고 선문이 역시 깔깔 웃으면서 도망을 쳤다. 한 바탕 난리를 친 뒤에 백주할머니는 이 둘에게 다른 시합을 하자고 제안했다. 할머니는 꽃씨 두 개를 준비했다.

“여기에 있는 꽃씨를 잘 가꾸어 키우는 사람이 이승을 지배하고 수명장자를 멸하는 사람이 될 것이야”

선문이와 후문이는 씨를 받아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심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문이의 꽃은 무럭 무럭 잘 크는데 자신의 것은 시들시들한 것이 영 꽃을 피워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후문이는 자신이 분명 이 시합에서 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늘 시무룩하고 기운이 없었고 선문이는 이런 동생을 볼 때마다 왠지 자꾸 미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선문이는 동생의 꽃과 자신의 꽃을 바꿔치기를 했다. 동생에게 이승의 왕자리를 내 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졌음을 고하고 후문이가 이승의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주 할머니는 선문이가 이미 바꿔치기를 한 것을 알고 이렇게 말했다.
“세상일을 순리대로 정하지 않고 임의로 정했으니 넌 앞으로 이승에 관한 어느정도의 책임을 져야 할게다. 그래도 동생에게 이승의 왕자리를 주겠느냐”

할머니의 말씀에 선문이는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형제 사이에 어찌 자신의 일이 따로 있고 동생의 일이 따로 있겠습니까 동생에 관한 일이라면 제가 언제든지 도울 것입니다”

선문이의 대답을 들은 소천국이 껄껄 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또한 세상의 이치이고 순리게로구나..허허허”
그러자 백주할머니는 소천국을 쏘아 보았다
“재미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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