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1
수명장자는 맹수들을 자신의 주변에 있도록 한 다음 맨 앞줄을 창병들이 지키게 하였다. 그리고 뒤에는 방패부대, 궁병들 그리고 보병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며 자신의 뒤에는 기마병들이 받치고 있었다.
“놈들이 진격을 하면 맨 앞줄에 있는 창병들이 그들의 돌격을 저지하라. 그와 동시에 궁병들을 비가 쏟아지듯 화살을 퍼붓고 그런 다음 방패부대와 보병들의 저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 놓아라. 그래야 나의 맹수들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알겠느냐?”
수명장자의 부하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명장자는 후문이라는 자가 제아무리 하늘의 해와 달을 떨어뜨리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부대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길 수 있게끔 철저하게 준비를 해 왔다. 만일 그의 부하들이 후퇴를 하게 되면 성안으로 들어가 농성을 펼칠 계획이었다. 성안에는 그 동안 수탈한 곡식과 물이 충분히 있었으며 여차하면 성안에 있는 인간들을 담보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수명장자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이 분명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선문은 후문이가 소천국 할아버지와 함께 수명장자를 심판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백주 할머니와 이승을 살펴봤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그것은 밤이 되면 죽은 자의 무리가 인간들의 마을을 돌아다닌 다는 사실이다.
백주할머니에게 그 까닭을 묻자
“제대로 봤구나. 그래 그것이 바로 너가 할 일이다. 너는 하늘에 있는 해와 달을 떨어뜨린 자임과 동시에 저들을 암흑에서 꺼낸 준 자이다. 저들을 해방시켜 준 것이지. 두 개의 해가 있을 때에는 너무 뜨거워 저들이 암흑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고 두 개의 달이 있을 때에는 너무 냉기가 강해 역시 밖으로 나오지를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가 하나 밖에 없으니 해가 약해지는 날에 밖에 나 올 수가 있게 되었고 달도 하나 밖에 없으니 이젠 밤에 나올 수가 있게 된 것이지”
백주 할머니의 설명에 선문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하지만 저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산자를 만나면 좋지 않지 않을 것 같은데요. 돌아가신 부모를 살아있는 자식이 만난다면 그 자식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부모는 또한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너의 말이 맞다. 나는 전에 너에게 죽었지만 죽지 못한 자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저들이 바로 그들이다. 난 네가 이승이 왕이 되었다면 저들을 데리고 수명장자와 대결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네가 저승의 지배자가 되었으니 이제 네가 저들을 책임져야 겠구나”
“제가 저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저승의 지배자가 될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저들을 저승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야 하는 것이 바로 네가 할 일이 아니겠느냐”
후문은 할아버지와 함께 지상세계로 내려왔다. 바로 어머니인 총명과 숙부인 귀네기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귀네기또는 너무나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나자 어린아이처럼 울었고 총명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후문도 눈물을 흘리며 숙부와 어머니께 절을 올렸다. 그들은 밤새 지난 일들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몇 번이나 울다 웃고 또 울다 웃으며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부터 귀네기또는 부하 장군들을 호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이자 뛰어난 무사인 화덕과 해원맥이 달려왔다. 각자 군사를 데리고 왔는데 그 수가 수 백에 달했다. 먼 동정국의 범을왕도 군사와 함께 도착했고 삼나라의 오구대왕도 군사를 몰고와 힘을 더했다. 귀네기또는 친한 바다 용왕에게도 부탁하려 했지만 소천국이 인간들의 전쟁이니 용왕이 함께 하면 안 된다고 거부했다.
얼마 뒤에는 뛰어난 무술로 유명한 황우양 부부도 함께했다. 이렇게 각지에서 모이니 어마어마한 대군이 되었다. 특이한 점은 해동국에서 온 왕장군이다. 하도 키가 크고 힘이 세서 왕장군이라 불렸는데 아무도 실제 이름은 모른다. 그리고 힘 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가 있었으니 바로 김치고을의 강림이였다. 그는 힘만 좋은게 아니라 꾀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다만 성격이 좀 괴팍하고 게으르다는 단점이 있었다.
귀네기또와 그의 부하들이 모든 준비를 맞추자 소천국은 출정을 명령했다.
후문이 맨 앞에 서서 칼을 높이 뽑아 들자 군사들이 환호했고 웅웅~소리를 내며 칼도 덩달아 흥분했다.
후문이 방울을 꺼내자 방울이 울기 시작을 했다.
칠성~ 칠성~ 칠성~
방울의 신기한 소리에 모든 군사들이 번쩍 정신이 들면서 몸에 힘이 나기 시작을 했다. 수명장자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 할 수 있다는 용기가 가슴 쏙에서 용솟음쳤다. 걸어도 걸어도 지치지도 않았고 다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후문이 높은 곳에 올라 꽃을 뿌리자 배고픔과 갈증이 사라지고 다시 꽃을 뿌리자 아픈 곳도 사라졌다. 소천국은 구름을 끌어와서 군사들이 시원하게 행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얼마 후 후문과 군사들은 수명장자의 성 앞에서 진군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