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과 함께 하는 한국 신화-13
강림의 도발에 화가 난 수명장자는 자신의 부하 맹천을 불러 강림을 죽이지 말고 생포해 오라고 명했다.
“내 저 놈을 직접 벌하리라~!!”
맹천은 부하들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강림과 대적하였다. 강림과 그의 부하들은 방패진을 치고 맹천의 부하들과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하였는데 강림과 수많은 전투를 치룬 그들은 방패진을 선두로 하여 한 치도 밀리지 않는다.
강림은 자신의 부하들 중 말을 탄자들을 불러 적의 후미를 치도록 했다. 하지만 맹천의 장창부대에게 막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맹천은 적의 방패부대를 조금씩 성문 쪽으로 유인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맹천의 부하들은 결사적으로 싸우는 척 하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는데 이를 모르는 강림의 군사들은 자신들이 서서히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먼저 성안으로 들어가 수명장자를 잡기를 바랬다.
후문의 군사들은 지금 뜻하지 않은 적의 공격에 많이 당황한 상태였다. 적의 성 앞에서 강림이 적의 선발진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자신들은 성안에서 쏟아지는 화살비에 움직임을 봉쇄당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적들이 후문군대의 오른쪽과 왼쪽 진영에 공격을 퍼붓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들은 수명장자의 부하인 비천과 비룡형제였다. 이 두 형제는 수명장자의 명을 받고 수명장자 성의 좌우에 있는 산에 숨어 있다가 기습작전을 펼친 것이다. 해원맥은 후문에게 일시 후퇴를 주장했다. 하지만 후문은 자신들이 후퇴할 경우 선봉에 선 강림의 부대가 고립될 것이 두려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군사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칫 크게 화를 당할 수 있습니다. 강림도령의 부대는 저와 화덕이 구해 올터이니 왕께서는 일단 뒤로 물러나셔야 합니다”
귀네기또는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후문의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범을왕과 오구대왕에게 책임지고 부대를 안전하게 후퇴시키도록 명하고 해원맥과 화덕은 강림의 부대를 구출하도록 하였다. 오구대왕과 범을왕은 각자의 궁병부대를 이동하여 적에게 불화살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것이 큰 실책이었다. 수명장자의 성이 있는 이곳 평원은 성을 중심으로 양쪽에 산으로 둘어쌓여 있기 때문에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불었었다. 그러니 자신들이 쏜 불화살이 자신들에게 날라오는 것이 아닌가. 이로 인해 후문의 군사들은 서로 각자 도망치기 시작했고 천둥같은 범을왕과 오구대왕의 호령도 공포에 휩싸인 이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해원맥은 화덕과 강림의 부대를 구출하기 위해 달려갔다. 강림의 부대가 조금씩 성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해원맥의 눈에 성벽에서 활과 화살을 준비하고 있는 군사들이 보였다. 함정이라는 생각이 든 해원맥은 궁병들에게 성벽을 향해 화살을 쏘도록 하였고 자신은 강림에게 달려갔다. 화덕은 궁병들을 통솔해 성벽위의 군사들이 강림부대에 신경을 못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해원맥은 맹천부대의 장창부대를 뚫기 위해 불붙인 수레를 만들어 돌격했다. 수십대의 수레가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달려가자 장창부대는 순식간에 와해되었는데 그로인해 성문에서 강림의 부대와 맞서고 있던 맹천의 부하들이 겁을 먹고 하나둘씩 달아나기 시작했고 강림과 그의 부하들은 조금 더 성문으로 진격할 수 있었다. 해원맥은 후방의 지원 없이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하여 강림에게 달려가려는데 어디선가 왕장군이 나타나 거대한 도끼를 들고 성문을 때려 부쉬기 시작했다. 해원맥은 왕장군의 행동이 무모하다는 판단하에 강림에게 후퇴 할 것을 요구했는데 강림은 왕장군이 먼저 수명장자를 처치할까 두려워 해원맥의 말을 무시하였다.
“강림도령, 지금은 수명장자를 잡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본진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당장 돌아가서 그들을 구하지 않으면 앞날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강림은 머리를 푹 적신 피를 털며 말했다.
“수명장자가 지금 코 앞에 있으니 그 놈만 잡으면 이 전투가 마지막 전투가 될 꺼야. 본진보고 조금만 더 버티라고 말해~!!!”
그때 황우생부부가 달려왔다.
“해원맥 장군, 지금 본진의 군사들이 대부분 죽거나 도망쳐 버렸습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듭니다. 빨리 퇴각하여 본진에 합류해야 합니다”
해원맥은 강림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들으신 것처럼 본진이 매우 위험합니다. 수명장자는 나중에 다시 잡을 수 있으나 본진이 완전히 무너진다면 수명장자에게 패배할 것입니다. 강림도령~!! 빨리 퇴각해야 합니다”
해원맥의 말을 들은 강림은 왕장군을 바라봤다. 왕장군은 거대한 성문의 거의 다 부쉬고 있었다.
해원맥은 강림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해원맥은 강림의 팔을 붙잡고 간절하게 입을 열었다.
“강림도령 또다시 무모한 일을 벌이려 하십니까~!”
강림은 평소와는 다른 눈으로 해원맥을 바라 보았다. 해원맥과는 서로 안 지는 오래되었으나 이 인간이 자신의 마음을 이토록 잘 헤아리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해원맥은 강림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눈치채고 황우양부부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황우양부부가 즉시 말을 돌려 왕장군에게 달려간다. 그때 강림은 어깨가 따끔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보니 화살하나가 자신의 어깨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어깨에 꽂힌 화살은 이내 불에 지지는 것과 같은 고통을 몰고 왔고 강림은 얼굴을 찡그리며 성벽을 바라보았다.
‘저 개자식~!!’
해원맥도 성벽위를 바라 보았다가 가슴이 철렁 거리는 것을 느꼈다. 강림에게 화살을 쏜 것은 수명장자였다. 강림의 눈이 곧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해원맥은 일이 커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림의 화살을 뽑을 생각도 못한 체 모든 군사들에게 퇴각을 명령했다.
“강림도령, 이 부상으로는 더 이상 싸울 수가 없습니다. 빨리 돌아가셔야 합니다”
하지만 강림은 눈이 벌게질 정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 해원맥은 강림을 두 팔로 잡고 끌고 가려 했으나 강림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왕장군이라면 모를까 보통 사람의 힘으로는 강림장군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강림의 부하인 남선비라는 자가 해원맥에게 말했다. 해원맥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황우양부부가 왕장군과 함께 퇴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강림의 두 팔을 잡고 사정하듯이 말했다.
“강림도령, 지금 모두 퇴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령도 지금 같이 가셔야 합니다”
그런데 해원맥이 이 말을 하자마자 갑자기 맹천의 군사들이 급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성문으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뿔뿔히 흩어지고 있었다. 해원맥이 무슨 일인가 싶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니 강림의 군사들 한 가운데서 어떤 자가 적의 장수인 맹천의 목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강림도 어깨의 고통을 잊은 체 맹천의 분리된 목을 보았다. 수명장자의 부하장군인 맹천의 목을 친자가 누구일까 그는 피를 뿜고 있는 맹천의 목을 휘두르며 포효하고 있었고 군사들은 주위에서 환호하고 있었는데 해원맥은 맹천의 목을 친자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기겁하였다. 바로 자신의 주군인 귀네기또의 여식 덕춘 공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