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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편지

 

NTT 답사기

NTT 답사기 (12월9일-12월 13일)

저는 비스마트를 하기 전부터 비스마트를 돕기 위해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인니의 사업이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가서 뛸일은 없지만 그 사업의 주축이기 때문에 이번엔 안갈수 없는 일이 있어 인도네시아에 가게 되었답니다.

12월 9일(토)

오랜만에 인도네시아에 가게 되었습니다. 연말이라 직항이 없었던고로 낮 12시에 JAL을 타고 간사이공항에 들러가는 스케줄이 되었네요. 주로 가는 자카르타가 아니라 NTT라는 지역이므로 발리에서 들어가는게 빠르답니다. 오랜만에 발리에 들러 그 다음날 NTT에 가야합니다. 간사이공항에서 오래 있었으므로 가지고 간 삼한지를 많이 읽었습니다. 일본항공은 역시 스낵도 밥도 아주 조금씩 주므로 매우 배가 고파 공항에 내려서 비싼 라면을 사먹었는데 어찌나 기름이 많던지 조금 후회가 되더군요.
다시 비행기를 타고 발리로 가는길은 6시간이 넘게 걸리더군요. 내렸을땐 이미 삼한지 한권을 다 읽었습니다. 처음 반은 재미없더니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10년만에 와보는 발리는 역쉬~ 공항에서부터 가지고 간 인삼차선물세트에 시비를 걸고 다뜯어보네요. 이거 얼마냐고 묻길래 같이간 동료 둘이 3불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싸니까 하나 달랍니다. 얼굴도 새파란 젊은이가 어찌 뻔뻔한지 참. 앞에 섰던 신혼부부에게는 간사이공항에서 산 물건들이 400불이 넘는다며 시비를 걸며 사무실로 데려갑니다. 그럴땐 사무실에 따라가지않고 뒷줄을 기다리게 한 채로 큰소리로 따져야하는데 대부분의 우리나라사람은 그냥 끌려갑니다. 이제 안봐도 뻔한일이 생기는군요.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을 신고하지 않았냐며 한 100불쯤 요구하겠죠. 그러면 신혼부부들이 돈이 없을리는 없을테고 시간은 가고 말은 잘 안통하니 그냥 100불을 내고 오겠네요. 만약 보통사람들이 돈없다고 하면 카드기계 내놓고 긁으라고 합니다.ㅋ~
발리에 도착한 것이 12월 10일 오전 1시. 피곤하고 더워서 빨리 호텔로 가려고 하자 경찰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자기가 차를 소개해준다는군요. 공항에서부터 촘촘히 엮여있는 먹이사슬을 피하려면 호텔을 내가 지정해야하는데 그냥 적당한 가격의 호텔로 가자하니 아니나 다를까 간신히 에어컨이 나오는 낡아빠진 호텔로 인도하는군요. 너무 덥고 피곤해서 그냥 자기로 했습니다. 대학생때는 이런 호텔도 좋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좋고 깨끗한 곳만 찾으려하고 있어요.
발리에 와서 한국핸드폰을 국제자동로밍으로 셋팅해놓으니 CDMA가 공급된 인니에서도 한국으로 전화도 되고 문자도 들어옵니다. 전화는 되었다 안되었다 하는데 한국에서 오는 문자는 팍팍 뜨는군요. 아 정말 좋은세상이에요.

12월 10일 (일)

발리에서 NTT로 바로가는 비행기가 가득차 할수 없이 자카르타로 들려가야한다는군요. 한국에서 올때부터 제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두번씩 꼬여돌아가는 일을 어쩔수가 없네요. 내일이면 자카르타에서 반드시 NTT로 가야하기 때문에 오늘 꼭 자카르타로 가야합니다. 그런데 자카르타가는 비행기도 뭔일인지 다 차버렸답니다. 미리 예약해야하는 일을 자카르타의 동료가 직원에게 맡기고 자기가 챙기지 않은 결과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을 만들고 있습니다. 할 수 없이 직접 공항에 나가 표를 구하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넓은 땅덩어리에 domestic이 발달한 그 나라는 열서너개의 국내항공이 즐비한데 단 한 개의 표도 구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니 세 명임에랴… 어떡하지? 하며 걱정하니 시커먼 청년이 슬슬 다가오더니 ‘저, 표있는데요. 사실래요?’ 하는군요. 암표상은 세계 어느곳에나 있죠. 얼마냐고 하니 세배를 부르네요. 너희들땜에 우리가 표를 못사지않냐고 하자 씩 웃습니다. 할 수 없이 세배의 값을 지불하고 밤 8시 표를 끊었습니다. 이제 아침 10시 30분이니 발리 관광을 조금은 하겠네요. 하지만 발리에 아는 분이 있어 거길 가기로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아주 유명하고 해외에서도 유명하여 항상 초대받는 보석디자이너의 집이 발리에 있어서 오면 꼭 연락하라 했었죠. 그녀가 한국에서 2번 전시회할 때 저도 비스마트 설명회로 바빴지만 제가 얼마나 바쁜지 모르는 그녀의 부탁을 안들어 줄 수 없어 통역하며 보석을 팔아주었었죠. 작년에 한번 올해 한번. 통역료를 안 받겠다고 하자 아무거나 골라가지라고 하기에 제돈주고 살 수 없는 목걸이를 하나 고른적이 있었죠. 이제 그 집을 방문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연락하니 그녀가 지금은 일본에서 전시회중이라는군요. 그러나 집에 있는 남편이 꼭 오라고 해서 가고 있습니다.
일본잡지에 난 그녀의 집을 보고 기절할뻔했는데 (너무 좋아서) 직접 가보니 더욱 크고 좋군요. 500평쯤 되나… 어제 좀 일찍 도착했으면 이집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건데 너무 아쉬워요. 남편이 Adrian (60세가 넘으셨습니다)과 대화하고 그 집에 있는 박물관에서 온갖종류의 은세공품, 바틱제품등을 구경하고 동료들은 쇼핑도 많이 했습니다. 사진도 찍고 비디오에 담아오기로 했습니다. Adrian씨도 역시 인테리어 디자이너인데 너무 멋쟁이이십니다. 돈에는 전혀 구애받지 않는 인도네시아의 상류층이죠. 점심을 같이 먹자기에 ‘dirty duck diner’라는 오리고기 전문점에 갔습니다. 아주 큰 인니 전통풍의 식당인데 식당주변은 온통 논입니다. 논 가운데 또는 옆에 방갈로 같은 집을 지어놓고 손님도 받고 있군요. 하여튼 느리기 그지없는 인니인들은 우리의 점심도 특별메뉴라며 거의 40분이 걸려 내놓고 있습니다. 더운 나라라 음식을 보관하기 힘들어 거의 볶거나 튀기는식의 요리법이 많은데 아주 바싹 튀긴 약오리정도 크기의 오리가 나왔습니다. 다른 반찬도 열심히 먹었는데 어째 먹은거 같지도 않게 양이 적게 느껴집니다. 감사하게 식사를 하고 헤어져 이제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렌트한 차안에서 발리에서 진주장사를 하는 우리 동창이 있다는데 연락처를 모른다는 등의 말을 했는데 갑자기 기사가 여기서 한국인들이 쇼핑을 많이한다고 하며 어느곳을 가리키는데 한국말로 ‘남양진주’라고 써있네요. 차를 돌려 그리고 가자고 했죠.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는데 점원이 한 10명은 되어보이는 큰 가게입니다. 한 점원에게 이 가게 사장이 누구냐고 하니 Mr.장이라고 합니다. 틀림없군요. 그래서 사장님 나오시라고 했습니다. 사장님 나오셨는데 내가 빤히 쳐다보며 ‘나 모르냐’고 하자 이 친구 눈을 찌푸리며 기억을 마구 더듬다가 ‘어? 너? 최~인혜’ 라고 하는 겁니다. 아이구 그 친구 군대가기전까지 본걸로 하면 22년이 지났는데 알아보는군요. 우리는 너무 반가워 거의 펄펄 뛰었습니다. 저와 같이간 동료까지 대접을 받는 일정이 시작되었어요. 자기의 저녁약속도 미루고 부인을 불러내 가게를 맡기고 나가는 겁니다. 부인에게 제 소개를 하고 비싼 진주도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로 선물하는군요.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차 마시며 잠시 이야기 나누니 기사가 BMW를 가지고 도착했군요. 돈많이 번 이 친구가 우리를 공항에서 가깝고 좋은 해산물식당으로 인도하네요. 살아서 움직이는 해산물들을 직접 고른다며 혼자나가더니 들어와서 간단하게 시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오는 음식들이 산해진미에 상다리가 마구 휘청거립니다. 랍스터를 배가 터지도록 먹어보신 분? 전복과 왕새우, 왕게와 뭐 이름도 모르는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맥주한잔 곁들여 살찔걱정도 하지 않고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자기 기사에게 시켜 boarding pass까지 끊게 하고 우리는 시간맞춰 간단하게 공항에 가면 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친구에게 아낌없이 베푼 친구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서울오면 제가 할일이 많군요. 너무너무 반가웠고 즐거운 발리에서의 하루였습니다. 친구만나고 지인의 집을 방문하느라 관광은 못했지만 아무도 아쉽지 않군요. 이렇게 오랜친구를 만나니 내 대학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찌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는건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네요. 하기사 우리 큰 애가 벌써 대학을 가니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습니다.
인니 국내항공이 제시간에 갈리가 없죠. 또 한시간쯤 연착하여 발리에서 자카르타에 도착하니 거의 밤10시가 되었군요. 자카르타에 사는 또다른 동료와 함께 호텔다운 호텔로 들어섰습니다. 동료들과 사업건에 대하여 한참 토론을 하다가 1시넘어 잠이 들었습니다.

12월 11일 (월)

아침 일찍 Niar아줌마와 함께 호텔에서 식사를 같이 했어요. 저와 한식구처럼 지내는 인니 기업인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고교 졸업후 자수성가한 대단한 여자죠. 그분이 한국에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저렇게 해야 성공하는거구나… 인니에 올때마다 다른 사람을 몰라도 이 분은 꼭 만나고 갑니다. 점심때면 NTT를 향해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아침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너무 반가워 껴안고 인사하고 식사를 했습니다. NTT사업건에 대해 듣더니 다음엔 자기도 데리고 가라고 합니다. 그 쪽에서 인력을 리쿠루팅하고 싶다고요. 그러려면 주지사의 개런티가 있는 것이 사무실 개설하는데도 훨씬 좋지요. 주지사와 관계를 갖고 사업할 우리와 함께 들어가면 서로 좋은 일입니다. 그녀의 직업은 인니의 청년들을 수배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회사의 대표이사입니다. 내가 너무 바쁘니 나 없어도 다음에 내 동료들이랑 가면 된다고 하자 싫다고 합니다. 너도 NTT사업의 계약당사자인데 절대로 빠지면 안된다고 하며 제가 갈 때 따라간다고 합니다. 그러자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자카르타에 사는 대학남자친구에게 전화를하니 점심도 같이 못먹고 얼굴만 볼 시간밖에 없냐며 투덜거리네요. 저도 남은 시간에 인니식 맛사지를 받을 생각에 담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호텔 맛사지걸을 부르니 한시간에 만원쯤 합니다. 누르고 꺽는 태국식 맛사지가 아닌 인니식 맛사지는 부드럽게 문지르는 거라  한시간동안 아주 편하게 있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망가두아라는 곳에 가서 샤넬, 구찌등의 짝퉁을 사서 선물할까 하다가 (짝퉁이라도 좋다는분이 있거든요 ㅎㅎ) 잠시라도 쉬어두는게 좋을거 같아 맛사지나 받겠다고 하자 강철체력이 무슨 그런말씀을 하시냐고 하네요. 그래도 쉬어두는게 상책이죠. 어떤 고생을 할지 모르는데… 꿀맛 같은 맛사지 한 시간이었어요. 이제 드디어 NTT로 출발합니다. 공항가는 길에 한국식당에 들러 그날의 점심특선 순두부 백반으로 아주 많이 먹었습니다. 사실 잘하는 것이 먹는것밖에 없어 돌솥에 한 밥에 누룽지까지 싹 먹었네요.
공항에 도착하여 대합실에 가니 아주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니 국내항공이 또 제 시간에 갈리가 없죠. 한시간이 delay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불평을 안하는 군요. 기다리는 모습은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습니다. 아무도 책읽는 사람은 없죠. 그냥 멍하니 앉아서 또는 TV보거나 저쪽에서 담배피우면서 가끔 뭐 읽는 사람은 신문을 뒤적이고 창문옆에 누워 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또 한시간이 delay라는 겁니다. 잠시 우우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무도 또 불평을 안하는군요.한국이라면 난리났을텐데요. 아, 그래도 방금전에 들른 자카르타 동료의 집에서 제인구달의 희망의 이유라는 책을 빌려온게 얼마나 다행인지… 가지고 온 두권의 책은 비행시간이 너무 길어 다 읽었었거든요. 제인구달은 제가 존경하는 몇안되는 세계여성중의 하나입니다. 하늘이 낸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녀의 책을 드디어 읽게 되는군요. 어떻게 몇십년을 아프리카 밀림에서 침팬지와 함께 살고 50줄에 든 이후 70이 넘은 지금까지 일년에 300일을 강의를 하러 전세계를 다닐까? 누가 나보고 일을 많이 한다고 했는가…
어쨌든 읽고 있으니 이제 비행기를 타랍니다. 타보니 이건 웬 중고 비행기?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은 좌석에 아직 에어컨도 안틀어주네요. 그런데 배꼽빠질뻔 했습니다. 앞에 끼워있는 설명서를 보니 각나라말로 번역을 해놓았는데 한국어도 있더라구요. 근데 구명조끼를 ‘구멍조끼’, 버티는 자세를 ‘비티는 자세’ 뭐 이런식으로 써 놓은 겁니다. 한국에서 몇 년 살다온 애들이 했을텐데 참 기가막혀 한참 웃었습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 사람을 한시간씩 기다리게 해놓고 방송에서 하는 말, 비행기 정비 문제로 못떠난다는 겁니다. 이런 후진국 비행기, 이 씨~. 미칠뻔했어요. 그래서 죽는것보다 여기서 내리는게 낫다고 인니어로 말하자 옆에 앉은 인니 아저씨 씩 하고 웃네요. 누가 인도네시아 아니랄까봐 현지인 사회들어가면서부터 난리 부르스입니다. 아, 정말 지겨운 기다림입니다. 다시 대합실로 나오자 다른 비행기를 타랍니다. 여하튼 깜깜한 밤이 되어 겨우 출발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낙후된 곳 중의 하나인 NTT로… 도대체 어떤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NTT공항은 10년전 가보았던 수마트라의 한 공항과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작고 멋부리지 않은… 이제 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될줄이야… 자카르타에서 NTT오는 직항을 못끊었기에 수라바야를 거쳐오는 티켓을 끊었는데 동료 한사람의 짐이 안나오는겁니다. 수라바야에 떨궈진거죠. 그분이 수라바야에서 나오는 짐들을 창밖으로 보며 이거 혹시 섞이거나 잃어버리는 것 아냐했거든요.  도착하니 이미 밤 12시 30분인데 짐을 잃어버려 신고하고 난리치느라 1시30분이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은후 지금까지 비행기에서 먹은 빵하나와 물이 다인데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에 도착하면 이사장님의 짐안에 들은 컵라면을 먹자고 위안했었는데 아니 그 짐이 없어진거에요. 거기다 낼 주지사 면담에 지금 입고 있는 옷을 입기도 참 뭐한데 이를 어쩌나… 비싼 건 다 거기들고 중요한 자료도 거기 많은데 그짐이 안나오니 이거 큰일났네요. 그런데 동료들은 컵라면 잃어버렸다고 빨리 수라바야가서 찾아오라고 난리입니다. 에구~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그려. 어쨌거나 간신히 예약한 호텔로 가니 뭐가 어찌 되었는지 취소가 되었답니다. 기가막혀… 그래서 다른곳으로 갔습니다. 호텔이 문걸어 놓고 자는곳 보았습니까? 거기는 문닫아걸고 다 자고 있더군요. 차가 한참 빵빵거리자 시커먼 사람들이 눈비비며 문을 열어주는데 살다살다 이런 호텔은 첨 보았습니다. 학창시절부터 가난한 나라의 싸구려 호텔, 유스호스텔같은곳을 다 가보았는데 여기는 최악입니다. NTT라는 곳이 일단 호텔이 절대부족인데다 여기는 더욱 수준이 낮은 곳이라 그렇습니다. 뭔가 일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군요. 중간 연락자의 절대적인 실수라고 생각되네요. 관청이 끼면 절대 이런일을 없다는걸 누구보다 잘 아는 저로서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뭔가 잘못되었지만 이 밤중에 어쩌랴… 들어간 호텔은 물도 잘 안나오고 화장을 지우고 휴지를 찾으니 티슈도 없네요. 가져오라고 하자 10분있다 가져옵니다. 목욕탕엔 비누도 없군요. 가져오라고 하면 또 10분 걸리겠기에 그냥 두었습니다. 동료들은 배고프다고 뭘 사먹겠다는데 어디서 사랴… 어디가면 24시간 문여는 곳이 있다니 거길 심부름 보냈습니다. 저는 너무나 피곤하여 당신들이나 먹으라며 잠을 청하기로 했는데 우리 동료 20분후 식빵쪼가리 씹으며 와서 저보고 먹으랍니다. 그것밖에 살게 없다더냐하니 그렇답니다. 에구~ 난 잠이나 자겠다고 하고 억지로 잠을 청하는데 도통 잠이 안오네요.

12월 12일 (화)

다음날 일찍 농장으로 떠나기로 했기에 7시반에 일어나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아침이 커피한잔에 찐계란 한알, 식빵 두조각입니다. 그것도 쵸콜렛을 끼운 식빵이라 그냥 빵만 가져오라니까 시키지 않은 짓은 왜하는지 버터를 잔뜩 발라오는군요. 할수 없이 먹었습니다. 계란을 한알 더 달라니 한사람앞에 하나라고 안된다네요. 너무 기가막혔죠. 우린 주정부의 손님인데 이럴수는 없는 일이기때문이죠.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어쨌거나 우리의 목적지는 차를타고 5시간이라고 합니다. 어짜피 고생하러 왔으니 그깟 5시간쯤이야 뭐. 차를 타고 가는 길은 200km라고 하는데 하도 꼬불거리는 길이라 그렇게 많이 걸립니다. 가는길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끊임없인 펼쳐진 산야와 평야, 그것이 척박해보이기도 하고 기름져보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이렇게 가다가 무슨 동네가 있을까 싶은데 망가와 멜론등을 늘어놓고 파는 동네가 나타납니다. 우리가 TV 오지탐험에서나 볼수 있는 차림의 신석기인들이 앉아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무슨 한국으로 통화가 되나요? 저의 연락은 여기서부터 끊어집니다. 어제 낮 1시부터 지금 오전 10시30분까지 빵 두쪽과 계란한알밖에 먹은게 없어서인지 힘이 없고 잠이 오네요. 그래도 이것저것 보려고 애쓰다가 Padang음식점에 도착했습니다. Padang음식은 웬갖종류의 음식을 늘어놓고 손댄음식만 계산하는 희한한 음식점입니다. 배고프니 많이 먹고 바나나도 2개먹었습니다. 이제 슬슬 눈앞에 뭐가 보이는군요. 가다보니 이제 점점 시름에 젖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일을 할테지만 동료들은 여기서 살건데 아니 주변에 온통 구석기시대 사람들뿐이니… 길가 옆의 집들은 말그대로 움막이요. 둥그런 초가움막은 부엌이라니… 인간들은 아랫도리는 가렸으나 아무 생각없는 동물 그 자체입니다. 지나가는 차를 보며 멍하니 있는 부족들, 손흔드는 종족들, 하도 안씻어 가뜩이나 까만 얼굴이 먼지로 뿌옇기까지 하군요. 아이들은 어울려 노는데 하루종일 저렇게 놀다가 움막에 들어가 쓰러져 자겠군요. 이슬람국가인 인니에 이곳 NTT는 모두 100% 카톨릭입니다. 이런곳에 큰 교회가 있다는 것 믿어지시나요? 아마 돼지고기가 먹고싶어 카톨릭을 택했겠죠? 모두가 하릴없이 집앞에 앉아 있습니다. 어떤 여자는 두 젖가슴을 다 내놓고 있네요. 아이고 하나님 맙소사… 이런곳에 무슨 군이 있다는거여? 이러면서 몇시간 더 가자 그래도 인간다운 인간이 나타나며 가게도 나오고 웬 관청이 나오는군요. 우리가 사업할 군의 군청입니다. 군청은 무슨 행사중이었는데 우리보다 먼저온 손님은 동티모르에서 온 사람들이고 그 중엔 호주인도 있습니다. 아주 큰 등치의 서양인이 군수로부터 빨간 장식을 목에 선물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하나씩 걸었습니다. 저는 이런 광경이 제일 웃깁니다.
 이 오지중의 오지까지 오는 서양인들을 보면 그들의 개척정신에 혀가 내둘러지죠. 동티모르와 이곳이 국경을 이루는데 국경사이에 상업을 자유롭게 해달라고 왔다고 하네요. 그들과의 미팅후 군수는 우리와 미팅을 했습니다. 우리가 온 목적, 희망사항등을 말하고 군수는 군수대로 그들의 개발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동네에 이런 개화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23년전 인도네시아에 입문할 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존재하는 나라라고 배웠는데 이런곳을 와보지 않고는 절대로 이해할수 없는 말입니다. 많이 드나들어 이제 몇번왔는지도 모를정도인데 여기를 와보고 나서야 그말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그동안 겉만 핥고 있었군요. 똑똑한 군수와의 미팅을 끝내고 그럼 땅을 보자하니 또 2시간을 가야한답니다. 정말 사람 미치겠군요. 아아, 그래서 또 차를 탔습니다. 군청의 공무원들이 차3대로 따라붙었습니다. 이제 뭐가 되어가고 있군요. 가고 또 가고 가고 또 가니 드넓은 평야가 나타납니다. 농업도 하고 축산도 하고 뭐 별거다 할수 있겠네요. 주변엔 또 바다가 드넓습니다. 골고루 보고 촬영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다시 NTT의 수도로 돌아오는길에 저녁을 먹으러 공무원들이 인도하는 식당에 들렀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배도 고팠지만 그곳의 음식이 맛도 괜찮더군요. 이제 가는일이 걱정입니다. 우리야 차안에서 자면 되지만 운전기사는 어제부터 우리보다 더 적게 자고 일하고 있으니 얼마나 졸리울까? 가도가도 끝없는 길을 또 가고 있습니다. 아까 돈을 집어줘서 그런지 기사가 지금 이속도가 너무 빠르냐 너무 느리냐 하며 배려를 해주네요.  다음날 아침에 우리가 온 그 길이 밤에는 강도가 많이 출현하는 곳인데 얼마전 한 강도가 경찰에게 총을 맞고 죽은후 강도가 싹 없어졌다는 말을 들었을땐 얼마나 끔찍했던지… 앞으론 낮에만 다녀야겠네요. 강도가 많아 인니에 사는 내 친구들도 다들 시계나 돈을 털렸다는 말을 많이 들은지도 10년쯤 되었는데 여기는 도둑이나 강도가 아직도 많은 모양입니다.
호텔을 제대로 예약하여 호텔꼴을 갖춘곳으로 들어오니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오늘은 24시간동안 17시간을 차를 탔습니다. 제 인생에 다시는 안 올 경험이죠.

12월 13일 (수)

아침 8시30분에 주지사와의 미팅이 있습니다.
마무리를 잘하고 돌아가야 되겠죠. 그런데 주지사의 심장병이 도져 부지사와만 만나게 되었네요. 주지사는 올해로 임기가 끝나고 부지사가 내년에 주지사될 확률이 99%라니 잘되었습니다. 부지사는 생각보다 훨씬 신중하고 잘생긴 사람이었습니다. 말도 조리있게 하고 발음도 좋고… 얼마전까지는 통역을 하며 남의 일을 해주었었는데 지금은 내가 나의 일을 하니 얼마나 보람있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경험하여 매우 익숙해진 이런 일들이 이렇게 빨리 나의 일이 될줄은 몰랐었는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배운일이 이렇게 유용하게 씌여질수 있다니… 정말 행복하군요. 미팅은 잘되었습니다. 이제 NTT사업의 초석은 놓았군요. 일이 잘되어 비스마트의 사업을 더욱 빨리 키울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다들 이제 느긋한 마음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NTT공항으로 와서 발리로 다시갑니다. 저는 밤비행기로 간사이에 들러 내일 11시 30분에 인천에 도착하겠군요. 두명은 자카르타로 가고 한명은 저와함께 한국으로 가는데 이분 발리에 도착하여 영어도 인니어도 안되므로 저를 졸졸 따라다니시게 생겼습니다. JAL을 타기까지 10시간이 남아 발리에서 비싼 스파도 하고 KUTA해변에서 아주 비싼 해산물들을 먹었습니다. 그 사장님, 가이드인(?) 저에게 다 쏘셨습니다. ㅋㅋ 해변에 놓인 탁자들을 따라 한무리의 밴드가 생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는데 한국인들 식탁앞에서는 한국노래도 부릅니다. 사랑의 미로와 만남을 부르고 있네요. 발음은 시원찮지만 잘하는 편입니다. 발리무용단이 돌아다니며 발리댄스도 추고말이죠. 앞에는 멋스런 바다와 야자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노을을 감상하며 노래도 감상하니 빨리 우리 비스마트식구들도 최소한 이런곳에 초청하여 놀며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네요.
밤이 되어 다시 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드디어 한국에 갑니다. 이 몇일이 한달처럼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더워죽겠고 빨리 가고 싶습니다. 피곤한 밤비행기를 드디어 탔습니다.

12월 14일 (목)

새벽 1시 5분에 비행기를 타니 가운데가 많이 비었습니다. 벨트를 풀면 거기가서 누워자야지하고 생각합니다. 제인구달의 책을 다읽고 새벽 3시쯤되어 빈자리로 가서 누웠습니다. 갑자기 밝아져 눈을 뜨니 조식을 주네요. 먹고나니 간사이 공항이랍니다. transit하는데 다른 비행기시간과 겹쳐 검색줄이 얼마나 길던지 9시5분 인천발 비행기를 못타겠네요. 설명을 하고 줄을 끊고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빨리 뛰어 인천발 비행기를 탔는데 우리뒤의 한국관광객들이 우릴 따라오지 않고 바보같이 순서만 기다리다가 늦는바람에 우리 비행기도 늦게 떠납니다. 인천에 내리니 슬슬 추위가 느껴지는군요.
한국에 왔다고 쉬는게 아니네요. 오늘 저녁에 구미에 설명회가 있거든요. 공항에서 버스표를 끊는데 구미까지 5시간걸린다는 말에 그만 할말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수가 있나요? 저녁 7시까지 가려면 12시 40분 차도 감지덕지요. 찜질방에 들려 샤워라고 하고 가야하는데 그 시간이 될까 걱정하며 버스를 탔습니다. 다행히 버스는 5시에 구미에 데려다줘 간신히 꼬질꼬질함을 면할수 있었습니다.
너무너무 철저히 준비한 박완근 원장님. 기타치며 아이들 노래도 인도하고 모델수업도 보여주며 만족할만한 사전준비를 보여주셨습니다. 각 학원에 ‘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반드시 성공하실 것 같습니다.
바쁜시간 쪼개어 다녀온 NTT, 시간이 없어 더 자세히 서술하지 못합니다. 정말 보람있고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를 더욱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고 비스마트에도 도움이 되는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제가 대단함을 알았습니다. 글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힘든 여정이었는데 어제 구미에서 새마을타고 집에 돌아와 2시간 쉬고 동창회까지 다녀와 이렇게 쌩쌩하니 대단한 것 아니겠어요? 저는 저의 건강함을 한번도 당연시 여긴적이 없습니다. 이 구절이 제인구달의 책에도 써있더군요. 항상 감사하며 건강을 지키기에 노력합니다. 위생적으로 살고 적당히 운동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요. 그러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웃으며 이겨내려고 합니다.
이제 다시 월요일부터 쉴틈없는 일정이 이어지는군요.
비스마트 가족여러분!
우리 열심히 공부하고 늘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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