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9(수)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파리조약과 통합교과의 연관성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1945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추축국(樞軸國)인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그리고 몇 주 후 도쿄만에 정박한 미주리(Missouri)함선에서 일본외무성장관인 시게미츠(重光 葵)는 항복문서에 공손히 서명했다. 전후협상(戰後協商)은 파리조약이란 이름으로 1년 반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진행되었다. 그리고 1947년 2월 10일 추축국에 대한 연합국(聯合國)의 법적 요구는 문서의 완성을 보게 되었다.
히로시마(広島)는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이 되기 이전에는 자신이 세계최초의 원자폭탄의 사용처가 될 것을 알지 못했다. 포탄을 쏘듯 비행기로부터 발사된 “작은 녀석(Little Boy)”는 92개의 양성자를 가진 우라늄(Uranium)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플루토늄(Plutonium)은 자연상태에서는 없다, 라는 통념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우라늄 속에서 소량으로 존재하는 이 원소는 질량이 238인 우라늄이 방사성붕괴를 위해 중성자를 포획해 우라늄 239가 되었을 때 베타붕괴에 의해 풀루토늄 239가 된단. 이 놈은 스스로 붕괴하는 힘이 우라늄보다 당연히 크다. 양성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양성(陽性) 끼리의 척력(斥力)이 커지기 때문에 균형상태가 깨질 위험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나가사키(長崎)에 또 하나의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은 8월 9일 오전 11시 2분이었다. "Fat Man(뚱뚱한 녀석)“으로 명명된 이 폭탄은 ”작은 녀석“과는 달리 우라늄이 아닌 플루토늄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였다.
허셜(William Herschel)이 우라늄(Uraniu)을 발견한 것은 1781년 3월 13일이었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그리이스-로마신화를 따라 이름이 지어 졌다. 화성(마르스) 보다 먼 곳에서 발견된 행성의 이름은 당연히 전생의 신 마르스의 아버지인 목성(주피터)이 되어야 했다. 그보다 먼 곳에서 발견된 행성은 목신(木神)인 주피터의 아버지인 토성(새턴)이었다. 자신의 아들인 주피터에게 쫓겨난 새턴(Saturn)은 이탈리아의 남부로 도망가서 농업, 즉 땅의 신이 되었다. 그렇게 토신(土神)이 된 그도 이미 이전에 자신의 아버지인 하늘의 신, 즉 천왕(天王)인 우라노스(Uranos)를 쫓아내고 이 세상을 차지한 터였다. 이 이상의 먼 곳에 또 태양을 도는 행성이 있을 확률은 이제 거의 없었다. 그래서 천왕성의 발견은 과학계의 흥분 자체였다. 그로부터 8년 후 프랑스 대혁명으로 각인된 1789년에 클라프로쓰(Klaproth)는 베를린에서 자연에서 발견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원소라고 생각되는 행성 발견했을 때 그 흥분을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의 발견에 대응시켰다. 그리하여 천왕인 우라노스의 이름 그대로를 사용하여 자신이 찾은 원소의 이름을 우라늄(Uranium)으로 했다.
그러나 과학기자재의 발전과 학문의 발전으로 하늘의 왕인 천왕성보다 더 먼 곳에 태양을 도는 행성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미 마지막 존재인 우라노스를 써먹은 터에 새로운 행성을 위한 이름은 올림푸스를 차지하고 있는 주피터의 형제들 중 가장 강력한 인물에 배당해야 했다. 주피터는 세상을 차지한 뒤 그 영역을 3개로 나누었다. 그리하여 자신이 관장하는 땅 이외의 지역들, 즉 바다는 넵튠(Neptune)에게 주고, 땅속의 명계(冥界)는 플루토(Pluto)가 다스리게 했다. 넵튠이 해왕(海王)이 되고 플루토가 명계의 왕(冥王)이 된 까닭이다. 이제는 물론 명왕성이 행성이라는 지위를 잃었지만 이 사건이 원소의 발견과 그 순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리하여 우라늄보다 양성자가 하나 더 많은 원소가 발견되었을 때 이를 넵튜니움(Neptunium)이라고 이름 붙였고 양성자가 94개인 그다음 원소의 이름은 플루토늄(plutonium)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발견되었다.
1947년의 오늘은 제2차 세계대전의 형식적 종결을 마무리 짓는 날이다. 이와 관련된 작은 사건 하나로도 우리는 많은 역사적, 과학적, 즉 통합과목적 접근을 할 수 있다. 통합과목적 공부라는 것은 공부를 하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 구분되지 않고 또 그들의 머리 속에서 과목이 구분되지 않을 때만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모든 과목이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목 위에 통합교과라는 하나의 과목이 더 생기는 것이다. 통합교과를 현실화하려는 기획과 관련된 분들이 꼭 기억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