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0(월)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12월 첫날이 주는 교육개혁의 시사점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Migration Period(대 이동기)”라는 용어는 건방지게도 무엇이 “대이동”을 했는지에 관한 수식어도 없이 역사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아시아의 ‘훈’족이 유럽으로 살 터를 옮기기 시작한 것은 375년경이었다. 역사가들은 이들의 압박에 게르만족의 일파인 ‘롬바르드’족이 이탈리아로 이동을 끝낸 568년까지를 합쳐서 ‘대 이동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476년 서로마가 게르만족에게 멸망하는 일일 것이다. 이로써 인류역사는 “고대”라는 시대를 끝내고 “중세”라는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접어든다.
“고대”라는 시기는 인류의 초기문명이 “문자”를 발명함으로써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혁명적 전환을 이룬 후로 문명의 발달이 이전의 종교적 존재론에 근거한 사회체제에 더욱 집착하여 시대적 결론을 나름대로 완성한 시기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세’는 신학을 근거로 인간의 서열과 사회적 계급을 무리 없이 도출해 내었다.
로마가 기독교화된 것은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절이다. 동서로 분리되어 있던 로마제국을 다시 합친 콘스탄티누스가 통일의 근본에 사랑하는 어머니 ”헬레나“의 기독교적 신앙이 있다고 확신하자 그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제국을 위해서 기독교에 대한 인식과 그 체계적 구성에 대해서 원칙을 세워야 했다. 그가 소집한 최초의 기독교 종교회의는 ”니케아(Nicene)“에서 열렸다. ”하나님의 본질과 그 존재적 범위“를 정하는 일이 선결되어야 했다. 유태교의 민족적 한계를 세계로 열기 위해 ”예수“의 신적 존재성을 인정하는 일은 결국 ‘아리우스’를 이단으로 결정하고 ‘아타나시우스’의 ‘삼위일체설’을 확정하는 것이었다.
보편교회의 성립 문제가 되는 것은 성경의 근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헬라어 성경의 기록이었다. ”성령이 성부에서 발(發)한다,“는 구절에서 기독교의 근거인 성자(聖子)가 빠져있음은 아리우스의 이론인 성자 예수도 성부로부터 구현되었다는 이론의 빌미가 될 것이었다. 예수가 빠져있다면 이는 세상 모두를 아우르는 종교인 보편교회가 아니라 유태교의 일파(一派)이어야 할 것이었다. 이의 보완은 제2차 종교회의인 콘스탄티노플 회의에서 문자화된다. 그리하여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信經)에서 헬라어 성경의 해당 구절에 “필리오케(Filióque)”라는 표현이 덧붙여져 성령이 성부뿐만 아니라 “성부와 성자로부터 발현된다‘고 햇다.
역사용어에 “피핀의 기증(Donation of Pippen)“이란 말이 있다. 카롤링거왕조의 첫 왕인 피핀(Pepin)은 이탈리아 북부를 점령하고 있던 롬바르드족의 위협으로부터 교황 스테파노2세를 구하고 그에게 라벤나(Ravenna)를 기증하여 교황령의 단서를 역사에 제공했다.
성경의 기록에 의해 예수로부터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울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베드로는 로마에서 처형되고 로마에 묻혔다. 그 위에 세워진 성베드로성당은 역사에서 초대교황의 자리를 내어줄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필리오케‘ 조항이 강조되면 로마교회 이외의 교회의 수장들 특히 서로마의 멸망 후 로마제국의 명목을 이어오던 동로마교회의 교황은 멸망한 로마의 베드로 성당을 본당으로 하는 로마 주교의 하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동서교회의 분열(1054)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잉태한다.
로마주교의 아픈 곳은 베드로 성당을 근거로 하는 국가시스템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레오3세는 피핀의 아들 ”샤를마뉴(칼 대제)“가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해주자 서로마를 재건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할 수 있었다. 샤를마뉴는 레오3세를 위해 800년 12월 1일 바티칸회의를 주재한다. 그리고 교황에게 제기되었던 세속적 잘못들이 없음을 확인하고 종교적 믿음이 ’필리오케‘구절의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사실 또한 자신의 권위로 확인했다.
800년 크리스마스에 교회를 찾은 샤를마뉴에게 레오3세는 ”로마의 황제“라는 위치를 수여함으로써 그동안의 고마움에 대한 빛을 갚고자 했고, 동시에 로마교황의 위치가 보편교회 전체의 수장이 될 정치적 근거를 얻었다.
역사의 흐름은 하나의 사건으로 흐름을 만들지 못한다. 작은 샘물도 다른 지류들과 합쳐서 결국 거대한 바다에서 자신의 위치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는 매우 다양한 사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진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하나의 사건을 알기 위해 모든 것에 마음을 열어야 하며 또한 이의 도전을 ’통합교과‘라고 한다. 이를 위해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 그것이 ”교육개혁“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