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8(목)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통합교육제도와 2021년 수학능력시험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통합(統合)"이란 말은 그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 역사적 수식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집단을 구성하는 요소로서의 동등한 가치를 공유하는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면 통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을 의미한다.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법이론으로는 통합론적 헌법관이 있다. 헌법이란 "법위의 법"도 종교적 또는 플라톤의 이상주의적 불변 가치를 가지지 않아야 한다. 헌법적 가치는 그 시대의 그 지역이나 나라의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집단적 동의를 개념화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헌법개정은 진리로부터 먼 규정으로 하여금 진리의 중심으로 근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해가는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춰 이를 반영하는 행동이다.
일반교육론에서 통합교육이란 용어는 '노동의 분업' 시대가 만든 물질적 혁명이 오히려 '장인정신(匠人精神)'을 쇠퇴하게 하고 인간의 기계 부품화를 종용(慫慂)하게 한다는 경제적 집단주의에 대한 현대적 반발을 의미한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이 용어 정의를 위해 우리나라 교육은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시험과 시행착오를 축적해 왔다. 그리고 이번 2021년의 수능시험은 통합교육의 완성도를 측정하는 첫 시도가 된다.
지금까지의 공교육에서의 개혁의 노력은 현재 시행 중인 교육과정과 다가오는 수능시험의 시스템으로 볼 때, 형식적으로는 이과(理科)와 문과(文科)의 통합이며 미래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한 기초학문 수준의 통합을 목표로 해 왔음이 확실하다. 이제 문과와 이과의 선택은 대학진학 이전의 교육과정에서 큰 의미가 없다.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새 제도는 이전 교육시스템이 의지했던 시험제도의 중요성을 약화할 것이다.
그래서 수능시험에 대한 마음의 자세와 이를 둘러싼 사회의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의 적응은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인식(認識)은 학습 주체의 범위에까지 변화를 요구하고 있을까? 그리고 통합교육이 기초학습과정의 학생들에 대한 문과, 이과의 통합으로부터 출발하여 어디까지를 그 효과로 내다보고 있을까? 또한 이러한 개념으로써 '통합교육'이 현재의 우리에게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 사회는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을 이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을까?
'통합교육'은 참으로 오래전부터 대두됐던 문제이다. 18세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인본주의(人本主義)와 그의 방법으로써 인문주의(人文主義)의 바탕을 인식하게 됐다. 인간이란 주제에 대한 계몽주의적 의식은 그러나 인간 개인의 내면적 사고의 발전과 함께 그 객관적 증거를 요구하게 됐다. 결국 과학의 발전이란 긍정적 요소와 그것이 주는 물질주의라는 부정적 요소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같은 것이 됐다.
이제는 물리적으로 잘사는 것과 관련이 없다는 믿음을 가진 종교는 사람들의 생활과 멀어져 있다. 순수한 학문적 욕구마저 경제적 대가(代價)와 교환가능성일 클 때 더욱 옳은 것이란 생각이 일반화됐다. 이것이 발전이란 용어로 해석되면서 올바름의 추구가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존재의 타당성을 추구할 능력을 앗아간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물질적 풍요가 철학적 정체성을 방해하고 물리적 생활 수준과 삶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 방향을 달리하고 있음이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태어나게 한 것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상위권에 있다. 더 이상 국민을 발전기의 부속품이 아닌 인간문화의 구성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깨달았다는 사실의 표상이 돼야 한다. 이과, 문과의 통합이나 토론위주수업, 창의적 통합적 문제 해석력의 고양, 인간의 환경적 요소에 대한 이해와 그를 통한 사회와 인간의 이해 등은 통합교육의 수단과 방법을 일차원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어른들이 자기 자신 인생의 의미에 대한 탐구에까지 이어져야 완성될 수 있는 부속품들이다. 토론수업을 하라고 해서 토론수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2015년부터 이과, 문과의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학습 과정이 인격과 철학에 관한 국민의 수준을 바탕으로 올해의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우리 국민 모두를 따스하게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