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9(일)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교육개혁과 환경보호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산업혁명을 위한 준비가 완성되어가던 18세기 말기는 19세기를 역사에 초대하면서 한껏 부푼 예술영역을 음악으로 정형화하고 있었다. 총과 칼로 영토야욕을 동물적으로 드러내던 계층까지도 전쟁터의 주제를 ‘사랑’으로 꽃피우고 고전주의라는 멋진 수식어를 ‘음악’을 위해 바쳤다. 그러나 이 정도의 수식어는 곧 이어서 ‘낭만주의’라는 아름다운 용어가 ‘민족주의’란 가슴시린 단어와 만나 역사와 국가의 개념으로 사람들을 고귀하게 만들 정도가 되지 못한 채 인간역사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호주의 뉴캐슬 대학교의 물리학 전공학도로서보다는 성공한 사업가로 더욱 알려진 Kevin Brown(케빈 브라운)은 베토벤의 사인(死因)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소유인 위대한 음악가의 머리카락을 기꺼이 내어 놓았다. 1823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케안트네토어(Kärntnertor)에서 9번 교향곡을 연주하는 악단의 악기소리와 관중들의 시끄러운 반응과 그리고 자신이 흔드는 지휘봉이 온전히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베토벤이 20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난 후 그의 모발로부터 채취한 DNA가 자신의 청각장애의 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생각으로 무장한 지식인들은 인간의 탄생에 천부적 자유를 부여했고, 산업가들은 ‘자본’의 개념을 ‘토지’에서 ‘기계설비’로 바꾸어갔고, 법률가들은 ‘왕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를 통해 왕이나 황제마저도 ‘법’에 구속되는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우라늄이 반감기를 거치면서 자연붕괴가 끝날 때 즈음이면 남는 ‘납’에 대한 인식은 아직 이러한 사회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납은 맛을 풍부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와인생산공정에서 귀중한 위치를 잃지 않고 있었다. 베토벤은 와인의 도움으로 예술가적 감성을 깊이 휘두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은 보통사람들의 13배에 달하는 납함유량을 보여주었다.
‘수은(水銀)’은 상온(常溫)에서 액체의 상태로 존재하는 유일한 금속이다. 이 요상함은 옛적부터 사람들의 사고를 왜곡해 왔다. 물처럼 움직이는 ‘은’이라서 ‘빨리 움직이는 은(quicksilver)이 되었다. 태양계 행성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이 부여되었다. 가장 빠른 공전속도를 가진 ‘수성(水星)’은 신들 중에서 가장 바쁘고 빠르게 움직여서 ‘상인(商人)의 신’뿐만 아니라 ‘도둑 또는 사기꾼의 신’까지 된 제우스의 아들 머큐리(Mercury)가 되었다.
옴진리교(オウム真理教) 교주인 마쓰모토 지즈오(松本智津夫)는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과 1995년 도쿄지하철역에서 맹독성 사린(Sarin)가스로 무차별 테러를 행했다. 자신의 살인행위는 사람들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 영성(靈性)을 향상시켜 더 나은 세상에서 환생하도록 하는 고귀한 행위라고 설명한 그는 시각장애인이었다.
미나마타시(水俣市)는 ‘신일본질소주식회사(新日本窒素株式會社)’가 공장폐수로 버린 수은을 섭취하면서 자란 조개 및 어류들을 음식으로 먹은 사람들의 맞이한 막대한 피해로 유명해진 곳이다. 마쓰모토 지즈오가 자란 곳이 바로 미나마타시 주변이고 그것이 그에게 시각장애를 주었다고 그의 형은 폭로했다.
1972년 스웨덴 스톡호름에서 개최된 유엔연합총회는 인간환경회의 개막일인 6월 5일을 환경의 날로 택했다. 이에 따라 설립된 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같은 날 대륙별로 돌아가며 환경회의를 개최한다. 올해는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사막화방지와 토지복원 및 가뭄회복력 구축을 주제로 세계환경의 날을 맞이한다.
교육개혁없이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 교육은 생각을 재배하는 토지이며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이다. 교육의 기술적 측면을 바꾸면 교육이 바뀌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납이나 수은의 부작용을 알고 이를 피하는 방법을 배우면 그것을 지식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공부는 환경지킴이와 같이 생활 속에 있어야 공부이다. 물리적 세상을 사는 방법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생각과 생활을 교육위에 두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