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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 사고(思考)와 교육개혁의 함수관계 학교 및 사회교육개혁

2022. 8. 2(화) 동양일보 풍향계 논설문

입체적 사고(思考)와 교육개혁의 함수관계

한희송(에른스트 국제학교 교장)


입체적 사물이 양각(陽刻)과 음각(陰刻)을 사용하지 않고도 평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르네상스의 생각은 오래 진행된 천재들의 고민이었다. 1차원이 모이면 2차원이 되고 2차원을 쌓으면 3차원이 된다. 그런데 그 반대 방향으로 3차원을 쪼개서 2차원에 넣는 일은 진정한 입체적 사고의 혁명이자 동시에 혁명적 거짓이었다. 입체처럼 평면을 보이게 하는 것은 기술이지 정말로 평면이 입체가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캔버스 위에 입체도형을 그린다고 해도 만져보면 평면이고 캔버스의 뒷면에 그 입체도형의 뒷모습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간의 흐름이 사고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면 적어도 공간이란 3차원에 시간이란 하나의 축(軸)을 더한 시공간으로 최소한의 범위를 삼는다. 평면에 3차원 물질을 넣는 것이 착시효과를 이용한 ‘비 사실’이라면 여기에 3차원 이상의 공간은 나타낼 수 없어야 한다. 그리고 정녕 그렇다면 그림의 오브제가 갖는 물질적 상태는 종래 버려야 할 것이다. 추상주의는 이러한 사고과정에서 나타났다. 결국 그림은 3차원을 2차원에 감금하는 것이 아니라 3차원적 사건을 3차원보다 높은 차원으로 대체하는 일이다. 이로써 역사는 평면에 시공간을 넣을 수 있었고 물리적 사건이 아닌 추상적 사건을 그려 넣을 수 있었다.    


서양고전음악에 있어서 밀라노의 ‘라 스칼라(La scala)’는 200년이 넘는 세월로 그 존재감을 다듬었다. 1778년8월 3일은 라 스칼라가 모든 공사를 끝내고 문을 여는 날이었다. 미국독립을 돕느라고 영국과 원수가 된 프랑스가 전쟁으로 바쁜 기간 동안 밀라노는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의 2막짜리 오페라 ‘유로파의 계시(Europa riconosciuta)’에 열중했다. 바로크를 거치면서 음악형식과 악기를 각 음역별로 배치할 능력을 얻은 서양은 각종 음악장르와 표현방법을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사수할 수준으로 정립한다. 아버지의 특성을 따라 음악가가 된 모차르트의 아들 프란츠(Franz Mozart), 베토벤, 리스트, 그리고 슈베르트 등을 제자로 두며 고전음악의 완성에 역사적 의무를 다한 살리에리의 명성은 라 스칼라의 개막공연을 책임질 적임자였다. 


그의 음악교육은 역사에 남을 일이지만 그의 작품은 높은 완성도와 그 당시의 열광적 인기를 후세로 잇지 못했다. 지금은 레바논의 지방으로 한국어 성경에 ‘두로(Tyre)’로 명명된 페니키아의 한 부분은 오리엔트문명이 지중해와 만나는 곳이었다. 제우스는 해안을 산책하는 두로의 공주 ‘유로파’를 등에 태우고 지중해를 헤엄쳐 크레타로 사랑의 도피를 하였다.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많지만 이를 ‘라 스칼라’의 개막공연으로 선택하고 이를 작곡한 살리에리의 이야기가 유명하지는 않다. 당시의 위대한 음악가로서 음악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나 의미가 있던 살리에리는 20세기가 자신의 종언을 바라보던 1984년 느닷없이 역사의 호출을 받고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 “아마데우스”라는 연극과 영화의 소재가 된 이 이야기는 느닷없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천재적 실력을 질투한 나머지 서서히 그를 독살시키는 허망한 이야기로 각색되어 ‘살리에리’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들었다.  


1778년의 살리에리는 8월 3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에서 열심히 공연에 몰두했다. 예술은 원래 그 줄거리의 진실성으로 승부를 보는 분야가 아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예술작품들은 사실보다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주제인가 아닌가의 기준으로 등장하고 사라져왔다. 그 와중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이 사고(思考)를 함에 있어서 얼마나 입체적인 창작성을 가졌느냐는 것뿐이다. 


평면을 입체로 둔갑시키기 위해서 인간의 역사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같은 천재들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 눈속임 속에서 ‘추상’이란 오브제를 그리기 위해 고흐, 피카소, 마티스 등을 거쳐 잭슨폴락까지를 섞어 내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학문과 예술의 흐름에서 진정으로 자기의 역할을 부여받을 사람을 요구하는 시대에 있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앞에서 1778년 8월 3일의 살리에리의 땀방울을 다시 한번 고민하고 싶다. 평면에서 입체를 창조하고 입체에서 추상적 차원을 넘나드는 입체적 인간을 만드는 일을 교육이라 평(評)하는 시대가 정녕 우리에게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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